<리그 오브 레전드>의 원거리 딜러 포지션은 많은 유저의 '로망'으로 꼽힙니다. 긴 사거리를 활용해 전투를 펼치는 탓에 팀의 대미지를 책임지는 만큼, 왕자님 대접을 받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리스크도 적지 않습니다. 몸이 허약한 탓에 걸핏하면 죽을 뿐더러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니까요. '단짠'이 공존하는 원거리 딜러 포지션의 매력에 수많은 소환사가 홀려버린 이유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그간 LCK를 수놓은 슈퍼 스타 중에는 유독 원거리 딜러가 많았습니다. 신출귀몰한 무빙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가 하면 환상적인 궁극기와 스킬 샷으로 전세를 뒤집는 슈퍼 플레이도 다수 있었고요. '프레이' 김종인, '룰러' 박재혁, '뱅' 배준식 등 LCK를 수놓은 원거리 딜러들이 연출한 명장면을 통해 그 시절 추억 속으로 떠나봅시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가장 먼저 소개할 장면은 락스 타이거즈의 프레이가 선보인 '마법의 수정화살'입니다.
2016 롤드컵에 참가한 락스 타이거즈는 실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순항이 예상됐던 그룹 스테이지에서 한 수 아래로 꼽힌 북미의 CLG나 와일드카드 팀 알버스 녹스에 패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후 타이거즈는 천신만고 끝에 4강에 진출했지만 그 앞을 가로막은 건 최강 T1이었고, 결국 1세트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2세트, 초반 유리한 흐름을 가져가던 타이거즈는 중반 한타에서 대패하며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노련한 T1이 한 번 기세를 잡자 쉴새없이 타이거즈를 몰아쳤기 때문이죠. 타이거즈 입장에서는 거의 다 잡은 경기를 내 줄 수도 있는 위기였습니다.
그 때 프레이의 '신궁'이 빛났습니다. '쿠로' 이서행과 프레이의 백도어를 막기위해 텔레포트를 타던 '듀크' 이서행을 애쉬의 궁극기 마법의 수정화살로 맞춰 저지하는 슈퍼 플레이가 터져나온 겁니다. 당시 프레이에게 듀크의 위치가 정확히는 보이지 않았으며, 만약 듀크를 막지 못했다면 백도어가 실패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큰 장면이기도 했죠.
이후 타이거즈는 여세를 몰아 3세트까지 따내며 사상 첫 롤드컵 결승 진출을 눈앞에 뒀지만,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 채 T1에 결승 티켓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동화같던 '타이거즈 1기'도 막을 내렸고요.
여담으로 프레이가 날린 마법의 수정화살은 라이엇 게임즈가 선정한 역대 롤드컵 명장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프레이의 슈퍼 플레이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전체를 놓고봐도 손에 꼽힐 만큼 멋진 순간으로 평가되곤 합니다.
페이커는 경기의 승패가 갈리더라도 큰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 선수로 유명합니다. 그랬던 그도 딱 한 번, 눈물을 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삼성 갤럭시와의 2017 롤드컵 결승전이었죠. 그의 눈물을 이끌어낸 게 바로 삼성 갤럭시의 '룰러' 박재혁이었습니다.
당시 결승에서 만난 두 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T1이 상대적 약체로 꼽힌 유럽의 미스핏츠와 풀세트 접전을 펼친 데다 각종 골드 지표에서도 부진한 수치를 기록한 반면, 삼성 갤럭시는 토너먼트에서 큰 어려움 없이 결승에 올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많은 전문가와 팬은 전통의 명가 T1이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낼 거라는 예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승전은 다소 일방적인 삼성 갤럭시의 3:0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운영과 라인전은 물론 한타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접전이 될 거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셈이죠.
그중에서도 주목해야할 장면은 양 팀의 운명을 가른 3세트, 룰러의 손 끝에서 나왔습니다. 룰러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꾸역꾸역 버티던 T1의 빈틈을 포착, 앞점멸 궁극기를 활용하며 페이커의 발을 묶은 거죠.
이후 삼성 갤럭시는 묶인 페이커 위로 세주아니의 궁극기와 초가스의 파열까지 적중시키며 완벽히 상대를 마무리했습니다. 향로가 득세했던 그 시절, 한타의 핵이었던 카르마가 사라진 상황에서 T1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T1은 삼성 갤럭시의 질주를 막지 못한 채 경기를 내주고 말았죠. 페이커의 점멸이 정말 실쿨이었다는 점을 정확히 캐치한 룰러의 슈퍼 플레이가 빛났던 순간입니다.
여담으로 당시 경기를 중계한 해외 해설진은 "불사 대마왕이 쓰러졌습니다!"(Unkillable Demon King is down)이라는 격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정도로 순간을 포착한 룰러의 플레이는 큰 임팩트를 남겼습니다.
뱅은 이즈리얼의 화신으로 불릴 만큼, 이즈리얼과 함께 수많은 드라마를 만들어낸 선수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2016 LCK 스프링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나온 슈퍼 플레이입니다. 2015 롤드컵 결승에서 맞붙었던 T1과 타이거즈의 LCK 경기는 실로 엄청난 관심을 받았습니다. 두 팀의 전력이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했을 뿐더러 묘한 라이벌 구도까지 형성했었으니까요.
예상과 달리 1세트는 다소 일방적으로 흘러갔습니다. 타이거즈가 T1의 억제기 세 개를 모두 밀어버린 반면 T1은 상대 미드 1차 타워조차 깨지 못한 상황이었으니까요.
하지만 T1은 이후 시작된 바론 앞 한타에서 엄청난 드라마를 만들었습니다. '글로벌 골드 차이 10,000'이라는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대 네 명을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죠.
한타를 자세히 살펴보면 T1이 얼마나 한타에 능한 팀인지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당시 T1은 타이거즈와의 한타에서 부대를 크게 두 개로 나눴습니다. 메인 딜러 뱅을 지키기 위해 '벵기' 배성웅이 후방으로 빠지는 한편, 단단한 몸과 군중 제어기를 보유한 듀크, '페이커' 이상혁, '울프' 이재완은 상대 본대와 맞붙도록 한 거죠. 결국 타이거즈의 본대는 단단한 T1의 탑-미드-서폿 라인을 뚫어내지 못했고, 그 사이 스멥을 정리한 뱅이 본대에 합류하면서 한타는 T1의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이후 드래곤 앞 한타, T1은 에이스를 띄우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구도를 만들어준 팀원도 대단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에서 꾸역꾸역 대미지를 우겨넣은 뱅의 활약도 대단했던 셈이죠. 여담으로 경기를 끝낸 마지막 한 타가 시작되기 전, T1이 타이거즈에 비해 포탑(T1: 3개, 타이거즈: 10개)은 물론 글로벌 골드 역시 7,000 가까이 뒤지고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