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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있는 롤 e스포츠, ‘프랜차이즈 스타'에서 출발하자

너구리의 화려한 복귀, 프랜차이즈 스타의 의미를 되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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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영(Beliar) 2022-05-03 09:41:57
4월 20일, 담원 기아로부터 뜨거운 소식이 전해졌다. 소문 무성했던 ‘너구리’ 장하권의 복귀를 공식 발표한 것이다. 담원 기아 팬들은 물론 LCK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치열한 서머 시즌을 기대하도록 만든 이 소식을 들으니 프랜차이즈와 스타라는 양분할 수 없는 두 단어가 떠오른다.

2021년 시즌을 시작으로 야심차게 출범한 LCK의 프랜차이즈화. 하지만 프랜차이즈를 내세운 팀만 있고, 팀을 대표할 팀 컬러 그 자체인 스타의 부재는 99를 채워도 1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장하권의 리턴 선언을 빌려 <롤> e스포츠에서 꿈꿔볼 수 있는 작은 낭만, ‘프랜차이즈 스타’와 그 빈자리를 돌아본다. /장태영(Beliar)​ 필자,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프랜차이즈 스타, 대체 그게 뭐길래...

 

흔히 사용되는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단어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어원을 찾기는 어렵다. 누군가는 팀에 헌신한 존재라 규정하며, 누군가는 팀에서 나고 자란 선수라 말한다. 나아가 팀에서 나고 자라 헌신해 은퇴까지의 과정을 한 팀에서 거친 선수를 일컫기도 한다. 일단 ‘팀을 대표하는 존재’라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팀을 대표한다는 것은, 팀을 지지하는 팬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매력적인 선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선수에게 우승이나 호성적 못지않게 선수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한 팀을 대표한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다른 프로 스포츠 종목을 놓고 보더라도, 롯데를 대표하는 최동원과 이대호, 동부(DB)를 대표하는 김주성, 전북을 대표하는 이동국 등 선수의 이름이 곧 팀을 대표한다는 것이기에 선수에게나 팀에게나 더 없는 영광이라 할 수 있다.

e스포츠 역사에서도 SKT T1에서 T1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빛내고 있는 ‘페이커’ 이상혁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스타크래프트> 종목에서도 팀의 역사를 이어온 ‘SLayerS_'BoxeR'’ 임요환, ‘iloveoov’ 최연성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존재가 있었다. 임요환-최연성 그리고 <롤> 종목의 이상혁으로 이어지는 역사성이 T1의 역사를 더욱 두텁게 만들고, 열성적인 팬 문화를 이끈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 <롤> e스포츠의 프랜차이즈 계보... 짧고 굵은 거룩함

 

하지만 e스포츠에서 프랜차이즈의 계보를 떠올리면 제법 길어진 역사와 달리 쉽게 끊어진다는 느낌이 있다. 점차 짧아지는 선수들의 데뷔 연령을 생각하면 길어야 마땅한 계보임에도 불구하고, 한 팀을 꾸준히 대표하는 선수가 나타나거나, 이들 간의 세대 교체 소위 '바톤 터치'의 조짐도 눈에 띄지 않는 모양새다.

e스포츠 태동기와 달리, 비교할 수 없이 커진 판의 규모와 팬들의 열기로 인해 감독과 선수들은 자국, 그리고 이역만리 떨어진 해외 팬들에게서도 성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 결국 매 해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팀은 투자를 하고, 구성원은 직전에 더 나은 성적을 냈던 선수로 탈바꿈되고 있다. 아래는 현재 LCK에서 4년 이상 한 팀에 소속되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 ‘페이커’ 이상혁 (T1, 2013~)

- ‘룰러’ 박재혁 (젠지 e스포츠, 2016~)

- ‘기인’ 김기인 (광동 프릭스, 2017~)

- ‘쇼메이커’ 허수 (담원 기아, 2017~)

- ‘캐니언’ 김건부 (담원 기아, 2018~)

 


이들 다섯 명을 제외하면, LCK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라 불릴 만큼 팀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며 팀을 대표하는 선수는 찾기 어렵다. 도전을 위해 DRX로 이적한 ‘베릴’ 조건희의 이름을 포함하더라도 여섯 정도이며, 분포도 매우 편중되어 있다.

감독 역시 현재로썬 프랜차이즈라 불릴 만큼 긴 명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때, ‘SKT T1하면 김정균’, ‘젠지(삼성)하면 최우범’을 떠올릴 수 있었지만 두 감독 모두 현재 소속팀은 다르다. 자신만의 강렬한 색깔로 ‘DRX하면 씨맥’을 떠올리게 했던 김대호 감독마저 프로씬을 벗어난 지금, 이젠 팀과 혼연일체가 된 감독의 이름 역시 ‘프랜차이즈 스타’ 못지않게 떠올리기 어려워졌다.

짧고 굵은 거룩함 속에 성적은 남지만, 팀을 떠올릴 수 있는 낭만은 사라졌다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는 사실이자 현실인 셈이다.

 

 

# <롤> e스포츠는 페이커 이후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갈망한다

 

‘너구리’ 장하권의 복귀를 반긴 타 팀 팬들이 담원 기아 팬 못지않게 많았던 것은, 막대한 연봉과 러브콜 세례를 등지고 ‘친정팀’ 담원 기아를 택한 선수 본인의 선택이 있었기 때문이다. 페이커의 계약 만료 이슈가 한창일 즈음 들려온 재계약 소식에 LCK 팬들 전체가 환호했던 것은, 수백 억의 연봉 제안과 여러 해외 팀의 러브콜을 모두 뿌리치고 ‘친정팀 잔류’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던 페이커의 결단도 크게 작용했다.

어쩌면 장하권의 선택은 LCK 팬들이 그토록 갈망해오던 낭만적인 LCK의 한 부분을 자극한 것은 아니었을까? 

팀이 강해지는 것도 좋고, 팀이 우승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도 좋지만, 내 친구와 내 가족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할 수 있는 우리 팀의 존재가 영원해지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 LCK는 프랜차이즈화를 빠르게 마치며 팬들의 염원을 단번에 이뤄준 전례가 있다. 따라서 아직 남은 팬들의 작은 소망이라면, 친구와 가족을 넘어, 내 아이에게까지 응원했던 e스포츠 팀을 소개할 때, 영원히 그 팀을 대표할 ‘선수’를 남기는 일이 아닐까?

너구리의 리턴은 팬들의 작은 염원을 현실로 일으키는 출발점이 됐다. ‘T1의 페이커’, ‘담원 기아의 너구리’에 이어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의 등장이 이어진다면, LCK는 좀 더 강한 라이벌 관계와 끈끈한 애착으로 뭉쳐 지금보다 더욱 낭만적인 리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쟁과 투쟁 속에 피어오를 LCK의 낭만을 작게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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