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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덕후론_13] 건담 정보 보관소는 우리나라 최대의 정보 보관소가 되었어요

엔하위키가 건담 때문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스카알렛 오하라(scarletOhara) 2022-09-05 11:36:54

 

<원신>과 <우마무스메>가 세계적 인기입니다. 우리는 이미 서브컬처 시대에 살고 있어요. 덕후와 덕질을 주제로 보다 많은 이야기가 소통되고, 덕후가 능력자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지금 저희는 '덕후의 역사'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스카알렛 오하라&디스이즈게임  

 


 

<슈퍼로봇대전>의 주요스토리와 등장기체가 건담을 중심으로 하고 있죠. 그러니 건담 팬사이트에 <슈퍼로봇대전>​의 한글패치가 등장한 건 꽤나 자연스러운 사건이예요. 이 소문이 퍼지자 <슈퍼로봇대전>을 즐기던 수많은 게이머들이 사이드3으로 몰려들었어요.

 

이 한글패치는 물론 "쿠를!할합까!" 로 대표되는 번역버그도 존재했지만, 대부분의 스토리와 대사를 한글로 즐길 수 있게 된 게이머들에게 그런 건 문제가 될 것도 아니었죠. 이때 모여든 많은 팬들 중에는 '함장'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팬도 있었어요.

 

원문은 "くっ! とどかん". 큭! 닿지 않아!라고 사정거리가 부족할 때 나오는 대사에요

 

함장은 사이드3에서 자신처럼 건담을 좋아하는 팬들과 사이드3의 채팅방에서 토론하고 친목을 즐겼죠. 그러면서 마음에 맞는 동료들을 사귀게 되었어요. 이전부터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관심이 많던 함장은 자신과 동료들을 위한 사이드3 를 만들고 싶어 했어요. 

 

2005년, 함장은 '엔젤하이로'라는 커뮤니티를 개설했어요. 엔젤하이로는 <기동전사 V건담>에 등장하는 매우 강력한 병기(인줄 알았던 피스메이커)예요. 즉, 이 커뮤니티는 건담팬 커뮤니티를 지향했던 거예요. 엔젤하이로는 처음에 제로보드로 구성한 게시판 몇개로 시작했지만, 점차 덕후들이 모여들며 그 규모가 커지고 정보도 많이 쌓이기 시작했어요.

 

밀덕은 물론 SCP 재단 등 매니악한 덕후들도 모여들고 건담뿐 아닌 다양한 정보가 쌓이자, 정보를 체계적으로 쌓기 원한 함장은 위키 시스템을 발견했어요. 위키는 1994년 커닝햄이 개발한 공동문서 저작툴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방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에 편해서 지금도 게임개발사같이 방대한 문서를 공동관리해야 하는 공동체에서 많이 사용해요. 함장은 2007년 3월 1일, 이 위키를 엔젤하이로에 개설했어요. 엔젤하이로위키. 줄여서 '엔하위키'라고 불렀어요.

 

 

 

엔하위키에는 건담을 중심으로 수많은 정보가 백과사전식으로 쌓이기 시작했어요. 엔젤하이로에 모여든 밀덕이나 역덕 등 다른 덕후들도 이 엔하위키에 자신들의 다양한 정보를 쌓아 올렸어요. 엔하위키가 유명해지자 이제 다른 덕후들도 이곳에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덕후 커뮤니티는 여럿 생겼지만 정보들이 체계적으로 쌓여 있는 곳이 없었어요. 덕후들이 자신들이 발견한 정보를 나눌 곳도 부족했어요. 디시인사이드 같은 커뮤니티도 있었지만, 정보는 많은 게시물에 파편화되어 있었죠. 그 정보들이 엔하위키에서 체계적으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어요. 이제 엔하위키에는 모든 분야의 덕후들이 정보를 저장하고 토론하고 탐색하는 장이 되었어요.

 

2007년 말에 5,000개 정도이던 문서의 수는 2010년 초 6만, 2012년 초 14만. 그리고 2015년 초 27만 개 등 정보의 양이 빠르게 증가했어요. 이 기간동안 엔하위키에는 이미 덕후 콘텐츠가 아닌 일반 콘텐츠도 어마어마하게 쌓였어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분량으로 유명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문서(항목) 수가 12만개 정도예요. 이미 2012년에 엔하위키가 분량만으로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넘어선 것이죠.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도 성장을 계속한 엔하위키는 2012년 3월 '리그베다위키'로 이름을 바꾸게 되어요. 그리고 다음해에 위키를 엔젤하이로 커뮤니티에서 완전히 분리해서 독립적인 URL을 가진 위키사이트가 되었어요. 

 


동시에 함장은 청동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에게 관리자의 권한을 넘겼어요. 2015년 4월, 리그베다위키는 유료화 관련 이슈로 위기가 왔어요. 그리고 이 위기 속에 NAMU라는 사용자가 2015년 4월 11일자 데이터를 미러링하여 미러위키를 준비했어요. 

 

NAMU 역시 <러브라이브>를 좋아하는 덕후였다고 해요. 일반 콘텐츠가 많이 쌓인 이때까지도 위키 사용자 중에는 여전히 덕후들이 많았어요. NAMU는 이 데이터를 토대로 2015년 4월 17일 위키를 개설했어요.  

 

이 사이트가 지금은 너무 유명해진 '나무위키'라고 불리는 사이트죠. 

 

'나무위키 꺼라'라는 유행어도 낳았고 논문이나 법정에서도 나무위키 정보의 정확성이 문제가 될 정도로 현재 인터넷 상에서 정보 유통의 중심이 되어있는 바로 그 나무위키예요. 나무위키는 약 27만개의 문서량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빠르게 정보가 축적되었어요. 

 

특히 네이버에서 검색되기 시작하며 이전에도 많이 쌓여왔던 일반 정보문서의 양이 급격히 쌓여갔어요. 나무위키가 시작된 겨우 2년만에 100만 문서를 돌파했고 2022년 현재는 400만개를 넘어섰어요. 위키피디아의 경우 한국 위키백과는 2022년 8월 기준 현재 약 60만개 정도의 문서를 쌓았어요. 영문 위키피디아는 역시 2022년 8월 기준으로 654만개 정도예요.

 

나무위키의 현재 소유주는 umanle S.R.L. 이라고 되어있죠. S.R.L. 은 유한책임회사라는 듯이죠. 그러니까 회사이름은 umanle 예요. 이 회사는 현재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 있어요. 이름을 꺼꾸로 하면 EL NAMU 네요. 파라과이는 스페인어를 쓰니까 대충 "the namu ltd." 로 번역할 수 있겠어요. 한국의 최대 백과사전 회사가 어쩌다가 파라과이에 있는 것인지를 살펴보면 이래요

 


나무위키가 개설된 후, 많은 사람들이 리그베다위키를 떠나 나무위키에 정착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 매우 큰 온라인 트래픽이 발생하죠. 온라인 트래픽은 무료가 아니죠. 나무위키는 미국의 호스팅 대기업인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의 CDN 서비스를 통해 설치되었어요. 나무위키를 개설한 NAMU는 자비와 몇몇 기부자들이 기부한 비트코인 등을 통해 이 호스팅 비를 충당했어요. 

 

그러나 급속도로 늘어나는 사용자 트래픽 때문에 2015년 9월에 트래픽 잼이 발생했어요. 이를 해결하려면 충분한 대역폭을 제공받는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로 변경해야 했고, 이는 기존보다 훨씬 비싼 비용이 필요했죠. 게다가 당시 클라우드플레어의 서비스 비용 자체도 점점 비싸지고 있었어요. 실제로 클라우드플레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대역폭 비용이 상승 중이라고 발표하였죠. (그 핑계로 당시 정부의 정책을 탓하고 있었어요) 

 

이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는 있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어요. 그리고 해를 넘겨 2016년에 문제가 해결돼요. 2016년 4월 리버티 LLC란 곳에서 인수 제안을 했지만, 운영진과의 토론 끝에 스스로 철회했어요. 그리고나서 며칠 뒤, 5월 7일 파라과이 한인들의 회사라는 umanle S.R.L 이 나무위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어요. (NAMU로부터 양도 받았다고 발표해요) 

 

Umanle 측은 나무위키 인수 후 직접적인 유료화를 하지 않겠지만, 디시나 오유 같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그 서비스에서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 발표했어요. 그것이, '아카라이브'였죠. 

 

당시 영리화에 대한 umanle 측의 답변. 하지만, 2018년 9월, 나무위키에도 광고시스템이 설치되었다. 

유저들이 납득할 수준 있는 수익구조 형성과 관리가 이루어 지지 않은 것

 

커뮤니티 개설에 대한 umanle 측의 “오유나 디시 같은 커뮤니티”를 개설한다는 답변. 

인수 계획에서부터 이미 아카라이브 서비스가 예정되어 있었던 것

 

나무위키의 덕후기질은 주변 서비스에서도 잘 나타나요.

 

2016년 9월, 나무위키에서 아카라이브라는 커뮤니티를 개설했어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를 모방해 만들어진 비 실명 커뮤니티예요. 2020년 7월, 디시인사이드에서 마이너갤러리 연쇄 폐쇄 사건으로 마이너갤러리 유저들이 대거 아카라이브로 이동하는 사건이 있었죠. 디시인사이드에서 서브컬쳐 유저들. 즉 덕후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곳이 마이너갤러리예요. 

 

아카라이브는 나무위키에 비해 크게 성장하지 못하다가 나무위키에서의 통로 개설과 마갤 연쇄폐쇄 사건으로 최근 많이 성장하게 되었죠. 한동안 나무위키의 탑메뉴에는 아카라이브로 이동하는 링크가 있었지만 2022년 6월 말 사라졌어요. 게다가 최근, 루리웹의 관리자 관련 사건 발생에 맞춰 뉴리웹이라는 누가 봐도 수상한 서비스를 개설했어요.

 

이러한 주변 서비스의 동향을 보면, 역시 나무위키라는 서비스와 그 소유회사인 umanle의 덕후 기질을 확실히 알 수가 있겠죠.

 

나무위키는 지금도 가짜정보 논란의 중심에 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소위 권위있는 검증된 기관의 검증이 아닌 집단지성에 의존하고 있고, 실제 많은 정보가 사실과 다른 경우가 발견되고 있죠. 그때문에 한때 굇수라고도 불리던 진짜 덕후들에게는 불신의 시선을 받고 있어요. 

 

나무위키 꺼라라는 자조적인 표현을 나무위키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만우절에는 이렇게 사이트를 바꾸기도 했고요

 

 

이 거대한 지식창고가 만들어지는데 기여했던 덕후들은 [더 정확한 정보]를 위해 덕후 카페나 전문서적, 논문 등을 찾아가고 있죠. 그리고 그 시작이 덕후들에 의해 건설된 라이브러리이다 보니, 다양한 인문학 분야의 정보가 부족한 문제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언어로 건설된 가장 거대한 지식의 창고라는 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어요. 나무위키를 대체하는 다른 지식창고가 나타나지 않는 한 나무위키는 한동안 가장 많은 이가 찾는 지식창고의 위치를 지킬 것으로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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