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컴퓨터’ 시리즈는 국내/외 IT 업계 인사들의 컴퓨터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의 두 번째 손님은 슈퍼캣의 이태성 디렉터입니다.
초등학교 4-5학년 때쯤에 아버지가 사 오신 286 컴퓨터가 제 첫 번째 컴퓨터입니다. 당시에는 컴퓨터를 배울 곳이 많지 않아서 처음에 관심이 없었는데 친구 집에서 우연히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고 '아 이걸로도 게임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디스켓을 사서 게임을 즐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디스켓이 5.25인치 두 개가 들어가서 하나는 부팅용으로 사용하고 메모리를 올리는 명령어를 써서 게임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제목은 잘 모르겠는데 고인돌이나 여우가 나오는 게임처럼 도스 게임을 주로 했습니다.
2013년에는 모바일 버전이 리메이크 되어 출시되었다.
최초 <목타르의 모험>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었으나플레이어 캐릭터가 여우로 교체되었다.
어릴 때부터 게임과 컴퓨터를 접했고 그래서 컴퓨터는 식물 지지대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처음 컴퓨터를 접했을 때는 '개발자'라는 용어를 몰랐지만 이런 것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인식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마음을 계속 지탱하고 동시에 성장하면서 꿈을 계속 지지할 수 있는 컴퓨터랑 게임이 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을 떠나서 게임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게임은 <파이널 판타지 VII>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을 동네에서 유일하게 갖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엄청난 게임이 있다고 해서 갔더니 그게 <파이널 판타지 VII>였습니다. 그래픽이 기존에 했던 게임과 너무 다르고 화려해서 그 때 저런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갓 게임의 시초라 불리었던 피터 몰리뉴가 제작하였다.
이외에도 블랙 앤 화이트라는 게임을 하고 나서 게임 기획자라는 것을 해야겠다고 확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인생 게임은 <파이널 판타지 VII>와 <블랙 앤 화이트> 두 개가 있습니다.
MSX라는 게임기가 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IQ-2000입니다.
부모님이 286부터 시작해서 386, 486, 펜티엄까지 컴퓨터가 나올 때마다 계속 사주셨어요. 새로운 컴퓨터가 나오면 사주셨는데 유일하게 안 사준 것이 게임기였습니다.
그런데 IQ-2000을 봤더니 키보드랑 똑같이 생긴 모델이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컴퓨터가 나왔는데 갖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속아 주신 것인지 모르겠지만 흔쾌히 IQ-2000을 사주셨죠. 오른쪽 위에 보면 팩을 넣을 수 있는데 친구를 같이 게임 팩을 교환하면서 신나게 게임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저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기 입니다.
원작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계속 만나는 과정을 굳이 강요하지 않아도 계속 발생이 되었고, 마음에 앉아서 대화도 하고 천천히 게임을 즐겼던 부분들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런데 모바일 게임에서는 아무래도 그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람의나라: 연>에서는 유저분들끼리 같이 노는 것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타 모바일 게임도 물론 유저와 유저 간의 연결을 많이 고심하지만 좀 더 라이트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부분들까지 고민을 많이 한 게임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바람의나라 1996> ⓒ넥슨컴퓨터박물관
저는 어릴 때 <바람의나라>를 한 세대인데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없어도 감회가 새롭고 벅차올랐던 감정이 있었어요. 그래서 <바람의나라: 연>에서도 원작에 대한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원작에 있는 맵 리소스라든지 동선부터 모든 것을 똑같이 재현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그리고 고민이 많았던 시기는 <바람의나라>가 '칸 이동'이라고 한 칸, 한 칸 이동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모바일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여의치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칸 이동을 하지 않으면 게임의 아이덴티티를 해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자유롭게 이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치열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회사에 슬로건이 있는데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공감하겠지만 결국 온라인 세상에 만들어진 하나의 게임은 플레이하는 사람들끼리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연결하는 소통 창구가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단순히 성장하고 몬스터와 싸우고 이것에 대한 재미도 있겠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함께'라는 단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게임 학과도 거의 없었고 게임 공부에 대한 책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번역된 책들이 있긴 했지만 그 책을 쉽게 구할 수 없는 환경이었어요.
저는 그때 게임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우리나라에 나온 게임들은 진짜 거의 다 해봤고 게임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는 단순히 즐기는 것보다는 분석을 많이 하면서 게임을 했어요. 이 게임이 나에게 어떤 재미를 주는지 고민을 많이 했었고 나는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상상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원이나 학교도 있고, 온라인 강의도 있는데 결국에는 게임 개발자가 정말 되고 싶다면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레고나 프라모델을 조립한다든지 하나씩 과정을 겪으면서 성취감을 계속 갖게 된다면 좋겠어요.
대학교나 고등학교에서 관련된 과를 간다면 팀원과 같이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잖아요. 그때 필요한 인내심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만들었을 때에 대한 성취감도 기억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물관은 3번 정도 갔었는데 갈 때마다 너무 즐거운 것 같아요. 사실 게임 박물관이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외국에서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긴 해요. 그래서 박물관이 계속 커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