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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 지표, 왜 겉핥기 할 수밖에 없나?

직관적 지표만으로 가치를 추론하는 LOL 지표데이터,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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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영(Beliar) 2022-12-27 15:20:04
2년 전, 한 국내 게임 커뮤니티에서 제시된 지표 한 개가 있었다. 소위 ‘역체팀’ 또는 ‘어나더레벨’로 불리는 팀을 통계로 실증했던 일명 ‘아웃라이어(Outlier)’ 지표다. 등장 당시부터 국내·외 <롤> e스포츠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유의성이나, 타당도의 차원에서 공인성과 예측성, 즉 '준거 틀'로서의 적절 여부에 대해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더라도, GDPM(분당 골드 차이)과 KPM(분당 킬 수)를 활용한 ‘OVER 100’ 수식은 기존 <롤> e스포츠의 여러 통계적 상식과 반대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나열된 데이터의 가치만을 쫓기 바빴던 재야의 통계 해석에 비로소 수식이 접목되면서 <롤> e스포츠 통계도 고차원으로 발전될 기단을 쌓은 사례라 감히 칭해본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통계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1차 데이터 중심의 게임 해석은 단편적인 게임 해석만을 낳고 있다. 게임단이 보유한 전문적인 가공 데이터가 개방되지 않는 탓도 있으나, 이를 가공하기보다는 날 것 그대로만 바라보며 상관성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재야의 시도가 부족한 탓도 있다.

얼마 전, 한 프로야구 칼럼 사이트에 올라온 "야구 지표, 이름만 보면 안 됩니다"라는 글은 정확히 <롤> e스포츠가 놓인 대척점의 상황을 말해 준다. 이름에만 머물러 지표 겉핥기만 반복하는 현 상황이 갖는 긍정적 가치와 부정적 가치를 모두 탐색해본다. /장태영(Beliar)​ 필자,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쉽고 직관적인 가치 - 통계덕후를 늘리는 유입요소

 


위 정보는 OP.GG가 제공하는 ‘페이커’ 이상혁의 이번 롤드컵 간 지표다. KDA와 승률이 가장 눈에 띄게 제공되고 있고, 킬-데스-어시스트라는 1차적인 스탯은 물론, 킬 관여율과 분당 대미지(DPM), 분당 골드 획득(GPM), 골드 당 대미지(DPG), 분당 받은 피해량(DTPM) 등의 몇 가지 직관적 스탯들이 1분이라는 기준에 맞게 계산되어 제공되는 중이다.

제시된 여러 스탯들은 전형적인 포지티브 스탯(positive stats)들이다. 일부 포지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 높으면 높을수록 선수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스탯으로, 실력이 좋은 정상급 선수들은 이러한 스탯이 비정상적인 수치를 보일 가능성이 현저히 적다. 비정상적인 스탯들은 오히려 선수의 숨은 가치를 보여주기보다는 전형적인 ‘아웃라이어’ 시즌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리브 샌드박스 소속의 ‘도브’ 김재연이 보여준 2022시즌 스탯이다. 탑으로 포지션 변경을 감행한 후, 도브의 지표는 LCK에서도 최저를 갱신할 만큼 긍정적인 면모를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포지션 변경 1년차에 기록한 한 시즌 탑 포지션 어시스트 역대 10위(270 어시스트)의 기록은 자신의 커리어 대비 킬 관여도가 10% 가까이 떨어졌음에도 단편적인 팀의 한타 기여 횟수나 교전 기여 횟수가 비정상적으로 높았기에 가능했던 도브의 아름다운 활약을 보여 준다. 이렇듯 이름이 주는 <롤> e스포츠 통계의 직관성은 선수의 퍼포먼스에 대한 직관적인 해석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롤>을 잘 모르는 플레이어도 KDA라는 지표는 익숙하고, 그 지표가 주는 의미가 게임에서 어떤 비중을 갖는가 역시 쉽게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롤> e스포츠 커뮤니티에서는 역대 최고(GOAT) 논쟁의 근거로 개인 수상이나 팀의 명예 이상으로 당해 혹은 전성기의 세부 스탯들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스탯이 시대와 메타의 흐름을 온전히 반영할 수 없다는 맹점을 안고 있음에도, 스탯이 가진 의미만으로 줄 세우기를 수행하는 건 몇 가지 사무용 프로그램만 다룰 수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어려운 수식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지 않더라도 한 해동안 홈런을 가장 많이 친 선수를 두고 ‘홈런왕’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듯, <롤> e스포츠에서도 킬을 가장 많이 기록한 선수를 두고 ‘공격성이 지대했던 선수’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 직관과 변수에 취약한 <롤> e스포츠 지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는 스탯캐스트(statcast)라는 투구 추적 시스템을 통해 통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 실시간으로 추적 및 계산되는 투구 관련 동적 지표들은 기존 안타, 홈런, 삼진 등의 1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퍼포먼스와 팀의 승률을 계산하던 차원을 넘어 선수들의 움직임과 포지셔닝은 물론 타구의 발사속도까지 측정하며 야구계의 혁명을 이끌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누적된 100여 년의 경기 데이터와 수식을 바탕으로 고안된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의 등장은 스포츠 통계 산업에서 야구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이 모든 것은 야구 경기와 관련된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개방된 측면이 크다. 축구나 농구가 데이터과학자를 통해 정밀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더 기술집약적인 종목으로 발전된 것과 달리, 팬 차원에서의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가치를 저울하는데 부족함이 보이는 것은 데이터의 개방성과 직결된다. 

<롤> e스포츠는 리그 데이터는 물론, 랭크 게임 데이터까지 라이엇 게임즈의 API를 통해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스포츠 통계 산업의 측면에서 <롤> e스포츠의 가치를 크게 신장시키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라이엇 게임즈의 API

하지만, 야구 못지않게 경기 내 소소한 이벤트나 이슈를 모두 통계로 제공하고 있음에도 <롤> e스포츠의 2차 통계가 팬은 물론, 데이터베이스 사이트에서도 제시되지 않는 것은 <롤>이라는 게임이 가진 변수와 직관이 너무 다양한 탓이 크다. 

가령, 야구의 경우 투수의 투구와 타자의 타격, 그리고 수비하는 야수의 '포지셔닝'이라는 큰 틀 속에서 다양한 변수들이 창출된다. 하지만 <롤>의 경우 역할군을 담당하는 플레이어가 10명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에는 어림잡아 160여 개의 챔피언이 있다. 다양한 상성까지 고려하면 어떤 상황이 빚어질 지 예측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더불어 스트라이크 존의 조정이나 마운드의 높이, 공의 반발력과 같은 인-게임 밸런스를 흔드는 조정이 야구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롤> e스포츠는 적으면 2주에 한 번 꼴로 밸런스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아 통계의 가치가 게임은 물론 메타 전체를 대표할 수 없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이렇다 보니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누적된 게임은 전세계 어느 스포츠 종목보다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수식의 계발이나 가중치의 부여를 통해 큰 흐름을 새로이 읽는 시도보다 단편적인 지표 데이터로 선수 가치를 어림해보는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LEC 소속 아스트랄리스 팀의 분석가 Flora는 유럽 <롤> 리그(LEC) 분석 유튜브 채널 '누렁톡'과의 인터뷰에서 GPM(분당 골드)과 같은 지표가 팀의 스노우볼링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데에 여전히 괜찮은 지표임을 시사했지만, KPM(분당 킬)과 같은 지표가 팀의 공격성이나 상대적 우위를 드러내는 지표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과적으론 분석가도 메타를 초월한 표준화된 2차 데이터의 가공보다는 지표 그 자체가 주는 표면적 의미로 추론적 분석을 수행하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물론 팀 단위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적극 활용해 좀 더 정교한 포지셔닝과 성장의 최적화를 꿈꿔볼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연구팀이 수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인공지능 예측 알고리즘을 활용한 <롤> 승패예측 시스템은 평균 34분의 경기 시간 기준으로 15분 시점에서 약 94%에 달하는 승패예측에 성공했다. 

이는 오브젝트의 획득과 타워 파괴를 위한 성장 최적화 시점이 15분 전후로 빠르게 이루어질 경우 상대 구성원과의 격차를 더 빠른 속도로 벌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이렇듯,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한 표면적인 데이터의 끊임없는 자가학습을 통해 <롤> e스포츠는 지표의 정교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이를 개량된 지표로 선수의 가치를 좀 더 개방적인 차원에서 논할 수 있도록 이끄는 데에는 시간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L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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