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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분기 게임 업계 결산,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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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현(춘삼) 2024-05-14 18:16:59
2024년 1분기는 대다수 기업이 예상보다 나은 실적을 내놓았다. 어닝 서프라이즈와 함께 주가가 상승한 기업도 많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증권가 전망보다 나은 실적일 뿐, 업계가 호황인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게임시장이 축소하며 추정 매출액 자체가 감소했고 기업들은 비용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결과다. 

1분기는 겨울이었다. "인재를 영입해 신작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거나 "활발한 홍보 활동으로 유저를 모으겠다"고 나선 회사는 없다. 대형 신작 출시는 없었고, 대다수 회사가 곳간에 빗장을 걸며 '효율적인 운영'을 내세웠다. 

넥슨, 크래프톤 등 확실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추진력을 얻기 위해 무릎을 꿇은' 모양새다. 2024년 첫 분기를 마감한 국내 게임 업계는 어떤 한 해를 보내게 될까. 겨울이 지나 봄이 올까?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 일단 무릎 꿇은 1분기, 추진력 얻을 수 있을까

넥슨은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FC> 프랜차이즈와 글로벌 흥행세를 더하고 있는 모바일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성과 덕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4월 일본에 출시한 <히트 2> 또한 유효했다.

크래프톤은 역대 최다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배틀그라운드> PC와 콘솔 버전은 2022년 무료화 선언 이후 최대 월간 이용자 수와 매출을 기록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재출시에 이어 인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신작 <불렛 에코 인디아>도 호실적에 일조했다. 


이외 다수 기업은 위와 같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분기 실적 발표 기간 일부 게임사 주가는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이유는 비용 절감에 있다. 기대치가 낮아져 있던 상황 속에서 비용 효율화를 통해 예상보다 나은 결과를 낸 것이다. 

컴투스는 5분기 동안 지속되었던 적자에서 탈출했고, 펄어비스는 적자를 예상한 전망치와 달리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 역시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비용 통제를 통해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넷마블 영업 비용 상세 (자료: 넷마블 IR)

게임 회사가 지출하는 영업 비용은 인건비, 마케팅비, 지급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중 지급수수료는 매출이 발생할 때 플랫폼에 지급하는 변동원가로,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결국 게임 회사가 이야기하는 '비용 효율화'는 인건비와 마케팅비의 감축​이 목표다. 풀어서 말하자면 일하는 사람을 줄이고, 홍보 활동에 사용하는 비용을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인력 감축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는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대상자에게 지급하는 퇴직위로금이나 조직 개편과 관련된 전환 비용 등이 인력 감축으로 인한 고정 비용 감소분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반면 마케팅비 절감의 효과는 즉각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로 직전 분기 대비 567.6%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한 엔씨소프트는 마케팅비를 직전 분기 대비 약 83% 감축했다. 참고로 엔씨소프트는 이어 5월 중 권고사직을 진행하고 분사를 통해 본사 인원을 4,000명 중반 선으로 감원할 예정이다. 


# 산업 전반에 걸친 비용 효율화, '경쟁력 감소' 또는 '유저 반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변화로 인한 영향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된다. 인력 감축이 회계상의 비용에 미치는 영향이 그렇듯 결과물의 퀄리티에 미치는 영향 또한 그러하다.

현재 게임 업계 전반에 이뤄지고 있는 구조조정은 대부분 퍼블리싱 등 비개발 직군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게임 제작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저 커뮤니티에선 AI를 활용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에셋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AI 활용이 일반적으로 관용되는 '표준'으로 자리 잡지 않는다면, 특정 계기로 말미암아 게임 산업 전반에 거센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의 이익과 게이머의 이익이 상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한편, 게이머는 이전과 동일한 값을 지불했음에도 AI를 통해 제작한 콘텐츠를 즐기게 되는 것에 반발할 수 있다. AI 도입 초창기 손가락이 6개 그려진 일러스트를 게임에 삽입하면서 비판받은 레이아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마케팅비 감축 기조 또한 우려할 만한 지점이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 게임이 압도적인 마케팅 물량 공세로 국내 게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에서 보이는 게임들이 (그 수익성과 무관하게) 매출 순위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5월 14일 기준 양대 모바일 마켓 매출 순위 (출처: 모바일인덱스)

이들에 맞서 유저를 포섭해야 하는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출은 결국 P(결제액)와 Q(유저 수)의 곱으로 결정된다. 마케팅비를 감축하며 Q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매출 신장을 위한 확실한 대안은 P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게임이 비싸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또한 유저들의 반발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P의 거짓>에 이어 콘솔에 도전장을 던진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유저간 대전 요소를 배제한 넷마블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등과 같은 타이틀을 통해 추진력(모멘텀)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다만 질적 저하나 과도한 과금 유도로 인해 신작이 유저들로부터 외면받는다면 모멘텀 마련은 요원한 일이다. 추진력을 얻기 위해 무릎을 꿇은 것은 좋으나, 자칫 잘못하면 꿇은 채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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