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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한잔] 문은 반대쪽에서도 열리는 법이니까

엔돌핀커넥트 조용래 대표, 경계를 허무는 '게이미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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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4-07-22 18:39:00

"현직에 계신 분들도 기자와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취재를 하다 보면 자주 드는 생각입니다. 매일매일 이슈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잠시 차 한 잔, 술 한 잔 기울이며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멋진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분들을 만나, 뜨거운 현안들로 담소를 나눠보는 코너 '인디 한 잔'입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위기. [인디 한 잔] 연재 시작 전에도 저희 매체에서 꾸준히 전해드린 소식 중 하나입니다. 해외 시장부터 공략해야 하는 포화된 국내 시장 현황과 마케팅 경쟁 과열 때문에, PC, 콘솔 게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요즘입니다. 인앱 광고 수익이 줄어들면서, 광고 BM 중심의 캐주얼 게임들은 특히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화의 제목도 '모바일 엑소더스'였죠. 


동시에 '게임과 논게임 사이의 경쟁' 또한 중요한 화두입니다. 사람들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져 가면서, 틱톡, 릴스, 쇼츠로 대표되는 숏폼 콘텐츠가 부상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 구매력은 게임이 아닌, 다른 콘텐츠로 분산되고 있습니다. 엔데믹 이후 게임 업계 전체가 불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들도 경영 효율화와 몸집 줄이기(정리해고)를 연일 말하고 있는 걸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중소, 인디 사이즈의 개발사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디스이즈게임은 이 주제를 따라가며 여러 사례와 목소리를 듣고 있는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적잖은 개발사 대표들이, 많은 도움과 조언을 얻었다며 '샤라웃'을 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엔돌핀커넥트 조용래 대표인데요.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기획팀장이었던 그가 어떻게 과감하게 인디 씬에 뛰어들게 됐는지, 엔돌핀커넥트의 지난 4년은 어땠는지 돌아보며, 의미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퍼즐 RPG와 하이퍼캐주얼 게임을 여럿 선보인 엔돌핀커넥트는 최근 '게이미피케이션'에서도 활로를 찾고 있습니다. 기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문은 안이 아니라 밖에서도 열리는 법이라고.


엔돌핀커넥트 조용래 대표. 뒤로 보이는 아트는 엔돌핀커넥트의 게임들입니다. 
좌측은 <어글리후드: 퍼즐 디펜스>(프로젝트 에스프레소) 
중앙부터 우측까지의 캐릭터 원화는 현재 개발 중인 <프로젝트 아메리카노>입니다.

# '노하우'가 이어졌으면 했다

엔돌핀커넥트 조용래 대표는 과거 <아키에이지>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습니다. 2007년 엑스엘게임즈에 입사한 그는 <아키에이지> 초기 개발부터 맡은 기획팀장이었고, 중국 서비스 라이브 PD를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엑스엘게임즈에서 그 다음으로 개발 중이던 게임은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이었는데, 2년 반 동안 이어진 프로젝트는 엑스엘게임즈가 카카오게임즈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출시를 6개월 앞두고 중단됐다고 합니다.


조용래 대표가 엔돌핀커넥트를 설립한 건 2021년입니다. 주변에 창업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회사 운영 '노하우'를 배우고 싶었는데, 그게 어려웠다고 하죠.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은 "창업하지 마라"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중단됐던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남아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의 개발 '노하우'가 이어지길 원했던 것이죠.


엔돌핀커넥트의 운영 모토 또한 '노하우'가 이어지는 개발 환경입니다. 개별 인원들이 앞서 했던 경험을 다음 프로젝트에서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출시 시기를 잘 지키는 것"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6개월이 밀리면, 그 다음에 개발할 수 있는 다른 게임의 6개월의 개발 기회비용까지 같이 날아가서 1년을 날리는 꼴"이라는 취지였습니다. 그간 엔돌핀커넥트가 다수의 하이퍼캐주얼 게임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었던 맥락도 동일 선상에 있습니다.



▲ 엔돌핀커넥트의 하이퍼캐주얼 게임 <달고나 마스터>


그는 회사의 대표가 되면, 게임을 만드는 게 전부가 아닌, 기업가로서의 면모가 필요함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준비를 많이 했고, 창업 이후에도 새롭게 창업하는 다른 개발사들과 경험을 자주 나누곤 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여러 개발사 대표들이 조용래 대표에게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고 언급했나 봅니다. 


기획자 출신인 그가 과거의 노하우를 살려 만들고자 한 것은 서브컬처 퍼즐 RPG 장르의 '커피' 3부작이었습니다. 그가 직접 기획한 3부작은 각각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테라는 프로젝트명을 정해뒀죠. <프로젝트 에스프레소>는 네이버 웹툰 IP를 활용해 만든 <어글리후드: 퍼즐 디펜스>로 출시되어, IP 계약 만료 시점인 지난 6월 30일까지 2년 동안 서비스됐습니다. 


엔돌핀커넥트가 현재 개발 중인 차기작은 <프로젝트 아메리카노>입니다. <어글리후드> 때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익숙함 속의 새로움을 찾아 낯설지 않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현재 50% 이상 개발된 상태로, 플레이 빌드를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캐릭터 디자인 및 게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느낀 점은, 엔돌핀커넥트가 기대 이상으로 '서브컬처' 게임에 진심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몰입도 높은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를 필두로 한 퍼즐 RPG가 될 예정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조용래 대표가 엔돌핀커넥트 창업 이전에 '바리스타'를 준비하며 학원을 다녀본 경험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에스프레소에서 시작해 아메리카노, 카페라테로 이어지는 구상은 당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2년 동안 서비스했던 <어글리후드: 퍼즐 디펜스>. (프로젝트 에스프레소)
퍼즐 RPG에 타워 디펜스를 결합해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개발 중인 <프로젝트 아메리카노>. 서브컬처 퍼즐 RPG가 될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살펴본 아트 중에는 스포티하고 모던한 디자인의 캐릭터도 적잖게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프로젝트 아메리카노> 미드나이트 섀도우
<프로젝트 아메리카노> 아우라 도

# 숏폼보다 무서웠던 건 사실 마케팅비 경쟁

지금까지의 맥락을 알고 바라보면, 사실 엔돌핀커넥트의 근간에 있던 게, 서브컬처 퍼즐 RPG 시리즈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지만, 18개라는 출시작의 수만 놓고 보면 '하이퍼캐주얼'을 주로 하던 회사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글리후드>를 위해 채용한 멤버들과 '하이퍼캐주얼'을 같이 해보면서 함께 도전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현재 엔돌핀커넥트는 '하이퍼캐주얼' 장르 개발을 주력으로 하고 있진 않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숏폼과의 경쟁도 한몫을 했을까요? 그는 과거 엑스엘게임즈에서 <아키에이지>를 만들었던 시절에 "예능 <무한도전>이 경쟁자"라는 말을 팀 내에서 듣곤 했다고 합니다. TV의 영향력이 컸던 시기엔, 모두가 예능을 1~2시간씩 챙겨봤으니까요. 지금은 그게 모바일 숏폼 콘텐츠나 OTT로 옮겨온 것이겠죠.


그는 "사실 무서운 건 숏폼이 아니라, 마케팅비 경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이퍼캐주얼 장르의 대형 퍼블리셔들의 마케팅비를 이기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모바일게임(특히 캐주얼 게임)은 매출이 발생하면 광고비를 또 투입해야 유지되는 구조인데, 수익이 한 달 반에서 두 달 뒤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 대기업처럼 그 비용을 감당하는 게 어려웠다고 하죠. 


그렇게 엔돌핀커넥트가 선택한 활로 중 하나는, 하이퍼캐주얼 장르 개발에서 쌓인 노하우를 접목시킬 수 있는 '게이미피케이션'입니다.


엔돌핀커넥트가 선보였던 하이퍼캐주얼 게임 중 하나인 <Go! Donut>. 도넛을 쌓는 게임입니다.

# 햇반을 보면 쌓고 싶게 생겼잖아요?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요소를 적용하는 행위를 지칭합니다. 하이퍼캐주얼 개발의 시작이 그랬듯, 역시 엔돌핀커넥트 창업 초기부터 시작했던 방향성은 아니었으나, 하이퍼캐주얼 게임과 다른 일반 앱과의 접목이 용이해 자연스럽게 시도하게 됐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도전이 처음부터 잘 성사됐던 것은 아닙니다. 앱에서 키운 농작물을 실물로 받는 <올팜>과 같은 농장 키우기 게임이 커머스 플랫폼 시장에서 대박이 나면서,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었던 환경이 유효했다고 합니다. 다른 회사의 사례였지만 <올팜>이 좋은 선례가 된 후, 엔돌핀커넥트의 '게이미피케이션' 사업도 활기를 띌 수 있었다고 하죠. 


엔돌핀커넥트가 시도한 '게이미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는 CJ와 진행한 햇반 쌓기 게임 <GO! 햇반>입니다. 조용래 대표는 "더 캐주얼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게임으로 따지면 리텐션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게임의 접목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용자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GO! 햇반>의 경우 작년엔 한 달 동안의 랭킹을 기준으로 보상을 지급했는데, 2주 이상 지났을 때 순위에 들 수 없다고 판단해 포기하는 이용자도 있어서, 올해는 매일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어제는 보상을 못 받았더라도, 오늘은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심리가 접속으로 이어져, 작은 변화로 큰 차이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엔돌핀커넥트의 게이미피케이션 사례입니다. 왼쪽은 햇반 쌓기, 오른쪽은 순서대로 두더지를 잡는 게임입니다.

# 게임의 안과 바깥, 그 경계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과 논게임 사이에서 그 경계를 허물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대상과 접목했을 때 가장 시너지가 날까요.


일각에선 이미 유저들이 항상 접속하고 있는 앱이나 서비스보다는, 게임과의 접목을 통해 접속 빈도를 늘릴 수 있는 분야가 게이미피케이션으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는 주장을 합니다. 조용래 대표는 "기억에 남을 수만 있다면, 모든 시장에 어울린다"고 말합니다. 꼭 보상으로 접속 빈도를 높이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고 기억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긍정적인 영향이라는 취지였죠. 


특징을 적용하려면 자연스럽게 '게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으로도 이어집니다. 조용래 대표는 많은 고민을 해봤지만 결국 본질은 "재미"라고 말합니다. "재밌어서 다시 생각나게 만드는 것, 그게 핵심 아닐까요"라고 했습니다. 


20년 전, 그가 아르바이트로 했던 일 중 하나는 교육 게임을 기획해주는 작업이었는데, 조용래 대표의 솔직한 시각에선 당시의 작업은 "사실 하나도 게임 같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터치를 해야 하고 선생님 캐릭터가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업체의 입장에선 그 콘텐츠를 '게임'으로 인식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 게임을 만들고 소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무엇이 게임인가-에 대해 한 번쯤은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열리지 않던 문은 반대쪽에서 쉽게 열릴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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