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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게임] "유저와의 소통은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 일이다"는 말을 듣고

유형권의 게임일기

유형권(유형권) 2024-12-12 14:15:44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저와의 소통은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 A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런 말이 나왔다. 듣는 순간 내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나는 이곳저곳 게임 세계를 여행 중인 '유저'고, A는 게임 개발자였다. 

"그래서 나와의 소통이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다고?" 라고 농담 던지듯 말할 뻔했으나, 민감하게 들릴 수 있는 단어가 사용됐을 뿐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을 법한 주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A는 1인 개발자였고, 나 역시 혼자 블로그를 관리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였기 때문이다. /글=유형권(게임 블로거)

(출처: 픽사베이)

"유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한국은 온라인 라이브 서비스 비중이 높고, 게임 운영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는 주기가 잦은 나라이기도 하다. 

유저와의 소통을 통해 성공한 게임도 있으며, 소통 부재로 관심을 받지 못한 게임이 있다. 이는 유저가 게임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사함과 동시에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줬다.

하지만, 직접 운영을 해보면 소통이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들이 하나의 고정된 성격을 띠고 있는 것에 반해, 유입되는 플레이어의 성향은 가지각색이다. 모든 유저의 의견을 개발자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모든 유저가 개발자와 유의미한 소통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개발자가 고수했던 방식을 밀고 나가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일부 유저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여야 하는 순간도 있다. 실망하면서도 업데이트를 기다리고 있는 유저들을 달래기 위해 매사 단어 선택에 신중해지는가 하면, 충분히 감정도 들이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기도 하다.


# 인건비에 포함된 '소통 비용'... 그런데 인건비가 없다면?

이처럼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이 들어가는 만큼, 개발사는 많은 업무를 운영진(GM) 및 커뮤니티 매니저에게 맡기고 있다. 게임 개발 및 서비스에 들어가는 인건비에는 '유저와의 소통'도 포함되어 있다.

'유저와의 소통'에 가성비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통할 때마다 소통 비용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의 피드백은 서버 통계 자료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모든 유저가 개발자에게 필요한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유저와의 대응에 조금의 실수라도 있다면 이후의 개발 컨디션에도 큰 영향이 생길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분업도 선택지에 있지 않은 1인 개발자 정도가 되면 잘라내야 하는 기회비용 후보가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개발자마다 특기로 하는 영역이 다를 것이니, A와 같이 유저와의 교류 없이 게임을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 느끼는 개발자도 있을 것이다. 유저들 시점에서는 다소 기분이 상할 이야기일지 모르나, 현실적으로 보면 필요한 고민이라 볼 수 있다.

(출처: 픽사베이)

이 주제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시점에서 볼 때 게임 개발자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유튜브, 블로거 등 SNS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 중에서도 독자와의 소통을 제한적으로 진행하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처음 블로그를 운영하던 시절엔 내 글에 댓글을 남겨주는 유저 한 명 한 명 모두 답글을 달았던 적이 있으나, 지금은 그러고 있지 않다. 댓글을 읽는 시간보다 댓글을 읽고 답글을 다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는 나머지 다른 일을 할 여력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후, 글의 의도를 정면에서 반박해 토론의 여지가 있는 댓글 혹은 질문 댓글에 한정하여 답글을 달고, 그 이외에는 댓글을 달지 않는 방침을 취하게 됐다. 그렇다고 댓글을 남겨주시는 독자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표현하고 싶기에, 기회가 있을 때 한 번에 모아 감사를 표하는 글을 적는 것으로 답하는 요령이 생겨났다.

이게 하루에 100~200명 남짓한 사람이 와 흔적을 남겨주실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방침이었는데, 그보다 더 규모가 큰 유튜브 채널이 되거나 실시간으로 수많은 피드백을 받고 처리할 필요가 있는 게임 개발자 수준이 되면 유저와의 소통에 위 아래를 나누어 대응하는 것도 가벼운 일이 아니게 된다. 이렇듯 소통에 대한 각 크리에이터나 개발자의 고충이 큰 상황이 아닌가 싶다.
(출처: 픽사베이)


# 소통과 업데이트, 그리고 '죽은 게임'

재밌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게임 개발을 꿈꾸고 공부하던 시기에는 '유저와의 소통'까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사람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의 게임계는 유저와의 소통이 많지 않았고, 온라인 게임이 흥행한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소통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지금은 패키지게임이라 해도 장기간 업데이트가 없으면 '죽은 게임'이라 인식하는 유저가 많다. 2020년 이후로 물가가 전체적으로 급등해 자본 사정이 어려운 시기에, 유저와의 소통을 일종의 '추가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면 많은 사람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된다.

돌이켜 보니, 온라인 게임임에도 공식 커뮤니티를 만들어 유저와 적극적으로 소통을 꾀하지 않은 개발사도 제법 있었다. (국내로 진출한 해외 온라인 게임 포함) 이들에게는 직접 소통을 나누지 않아도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 만으로 충분한 피드백이 모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직접적인 소통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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