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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케빈] (14) 마약하는 직원

KevinKim 2010-06-28 08:33:40

 

■ 흥정의 나라, 미국

 

미국은 흥정의 나라라고 말한다. 든 일이 흥정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인터넷회선 요금도 흥정에 따라 20~30% 깎을 수 있다. 내게도 기억나는 독특한 흥정이 있다. 그날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아내 친구와 함께 저녁을 함께 먹었던 날이다. 식사를 마치고 밤 11시쯤 집으로 출발했고, 아들 준이와 아내는 차에서 잠이 들었다.

 

나는 늦어도 12시 전에 도착해야겠다는 생각에 서둘러 집을 향했다. 속도를 낸 지 5분 후, 갑자기 차 뒤에서 번쩍 하는 불빛과 함께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경찰은 확성기로 뭐라 말했고 나는 내가 속도 위반을 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나는 차를 우측 갓길에 세웠다.

 

경찰은 서서히 차 앞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두 손으로 핸들을 잡았다. 이런 경우 핸들에 손을 올리고 있지 않고 가슴에 손을 넣으면, 총을 소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경찰은 나에게 와서 속도 위반이라고 말하더니, 뒷 자석에 누워 자고 있는 준이를 보고선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고 벌금을 추가했다. 말도 잘 통하지 않으니 나는 멍하게 앉아 딱지를 받고 12 30분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속도위반으로 경찰 단속에 걸린 속도위반 벌금은 무려 580 달러

 

그리고 두 달 정도 뒤에 집에 벌금 청구서가 도착했다.

 

자그마치 580달러. 한국에 비해 엄청나게 큰 금액이었다. 청구서 밑에는 이 금액을 납부하거나 불만이 있으면 법원에 와서 이의하라고 적혀 있었다. 벌금에 불만이 있으면 법원에 와서 말하라니 의아했다. 주변에 물어봤더니, 그런 경우 법원에 가서 이야기를 하면 거의 벌금을 깎아준단다.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벌금을 깎아주려면 처음부터 낮은 금액을 청구하지 왜 비싼 금액을 청구하고 법원에 와서 말하라니 말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변호할 내용을 암기하고 법원에 갔다. 법원에는 나 같이 위반한 사람이 100 명 정도 있었고 판사가 한 사람씩 불러 사정을 듣고 바로 판결했다. 이윽고 내 차례다. 판사는 “Are you guilty?”(당신은 유죄인가?)라고 물어봤다. 나는 “Yes I am, but...”(그렇습니다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나는 미국에 온 지 3개월 밖에 안됐고 아이는 차에서 출발할 때는 벨트를 매고 있었다는 준비된 시나리오를 줄줄 이야기했다. 내 말을 다 들은 판사는 뜻밖에도 나의 벌금을 580달러에서 320달러로 깎아주었다. 법원 한번 출석으로 260달러를 벌었으니 괜찮은 흥정이었다.

 

 

■ 마약하는 직원

 

서비스하는 게임이 늘어나면서 게임 운영을 위한 직원들을 충원해야 했다.

 

나는 미국에서 직원을 뽑을 때는 경력 사원보단 신입 사원을 선호하는 편이다. 아직 미국은 온라인게임 운영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경력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신입사원과 함께 사업을 키워가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면접을 통해 친구 사이인 두 명의 신입직원을 뽑았다. 한 친구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라는 게임에서 큰 커뮤니티를 운영한 경험이 있고, 또 다른 친구는 우리 게임인 <샷온라인>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면접 때 혈액형이나 주량 같은 건 묻지 않았다.

 

그렇게 새로운 두 직원이 합류하고 한달 정도 지났을 때였다.

 

어느날 HR 담당자가 면담을 요청하더니 새로 입사한 두 친구 중 한 명이 조금 이상하다고 말했다. 점심 시간이 지나면 눈에 초점이 없어지고 자주 자리를 비운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밤에 게임하느라 잠을 잘 못자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HR 담당자의 대답은 나의 생각과 완전 달랐다.

 

저 친구 마리화나 피우는 거 같아요.”

 

? 뭐요? 그거 마약 아닌가요?”

 

. 마약 종류 중 하나이지요. 저 친구는 점심시간에 하는 듯 합니다.”

 

허걱!!”

 

정말 깜짝 놀랐다. 마약이라는 건 영화에서나 본 일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YJ와 다른 직원을 불러서 물어봤다. 그들의 대답은 한번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여긴 보통 학교 다니면서도 해요. 근데 그 친구는 좀 심하긴 하네요!”

 

YJ가 넌지시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다음날에 YJ, 그 친구가 점심시간에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마약 하는 직원을 고용하는 회사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HR 담당자를 통해 경고를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었다. 혹시라도 본인이 하지 않은 일 때문에 해고가 되면 회사를 상대로 고소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야기하기 전에 뭔가 물증 확보가 필요했다.

 

HR 담당자가 본인이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부터 두 친구 모두 출근을 안 하는 것이다. YJ가 통화를 여러 번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마리화나 밭. 직원들이 근무 중에 마리화나를 피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HR 담당자에게 어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물어봤다.

 

HR 담당자 : 요즘 가끔 보면 낮에 눈이 풀리고 자주 자리를 비우는 거 같아. 무슨 문제 있니?

 

마약하는 직원 : (머뭇머뭇)

 

HR 담당자 : 너도 알겠지만 회사는 나쁜 일을 하는 직원을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나는 너를 신고 하고 싶지는 않다.

 

이야기를 나눈 그 친구는 그 다음날부터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게다가 같이 입사했던 친구마저 출근을 안 했다. 둘이 함께 마약을 했고 자기들이 신고 당할 것을 눈치 채고 출근을 하지 않은 듯 했다. 그렇게 연락이 안되던 그 친구는 약 한달 후쯤 자기가 나쁜 일을 해서 미안하다며 YJ에게 e메일을 보내왔다.

 

미국에서 사람을 뽑을 때 길게는 6개월에서 1년씩 걸린다는 말이 그제서야 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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