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늘어나면서 아이파크에 계속 머무는 게 힘들기 시작했다.
이미 아이파크 내에 가장 큰 사무실을 우리가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몇 개의 사무실을 더 임대해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아이파크에서도 그렇게 배려해 주겠다고 말했지만 나는 솔직히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일단 사무실에 창문이 없었다. 창문이 없는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자니 환기도 잘 되지 않았을 뿐 더러, 밤인지 낮인지 도무지 알 수가 않았다. 직원 중 한 명이 감기라도 걸리면 금방 모든 직원들이 기침하기 시작했다.
또 해가 떠있을 때 사무실에 들어 갔다가 저녁 식사하러 사무실 밖으로 나올 때 바깥이 깜깜해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직원들 사이에서 “나도 창문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니 대표 입장에선 살짝 창피하기도 했다.
창문도 문제였지만 외부 업체(특히 미국 벤처캐피털)에서 우리 회사를 보는 시선도 내가 이사를 결심하게 된 큰 이유였다. 우리 회사가 아이파크 내에 위치해 있으니 아무래도 인큐베이팅 회사 이미지가 강한 건 사실이다. 아무래도 회사다운 모습을 갖추려면 보다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를 결정한 다음부터 출퇴근하는 동안 내 눈에는 온통 임대 사무실만 보였다.
부동산 업체에 연락해서 몇 군데 사무실을 둘러 봤지만 썩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사무실이 마음에 들면 가격이 너무 비쌌고 가격을 맞추자니 사무실이 좋지 않았다. 마침 일본 출장까지 겹쳐서 사무실 결정을 마냥 뒤로 미룰 수는 없었다.
둘러본 몇 군데 중 그나마 나은 곳 한 군데를 결정하고 출장을 다녀와서 계약금을 치르기로 하고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일본에 도착한 다음날, 오전에 호텔을 나서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우리와 함께 이사 갈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던 씨디네트웍스 미국 지사장님이었다.
“아직 사무실 결정 안하셨죠? 온네트USA에 딱 맞는 사무실이 있어요. 제가 지금 사진을 메일로 보내드릴 테니 다른 곳 절대 계약하지 마시고 여기 꼭 보셔야 합니다.”
잠시 후, 메일로 사진이 도착했는데 사진만으로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일단 사방이 창문이었고 파티션이 다 설치되어 있었다. 월 임대료도 적당했다. 게다가 이 사무실을 이전에 사용하던 회사는 임대 6개월 만에 ‘초대박’이 나서 사옥을 사서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출장에서 돌아오자 마자 이전에 계약금을 주겠다고 했던 사무실에 양해를 구하고 새 사무실을 바로 계약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인건비가 비싸 포장이사는 꿈도 꿀 수 없었다. 트럭을 빌려 우리가 직접 운전하고 짐도 우리가 직접 옮기기로 했다. 대부분 처음 회사 이사를 해봐서 힘들 법도 했지만 창문이 있는 사무실로 옮긴다는 희망에 모두들 열심히 일을 했다.
이삿짐을 새 사무실로 옮기고 나서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모든 직원들과 함께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사무실이 4배나 커져 사무실 임대료도 4배 비싸졌지만 직원들의 만족도와 내 꿈은 4배, 아니 10배 이상 커졌다.
새로운 사무실의 내 자리.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이 고맙기만 하다.
■ 하루를 이틀처럼!
나는 지금 한국에서는 부사장, 미국에서는 사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한국과 미국, 어느 한 곳도 소홀하게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나는 하루를 이틀처럼 살 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 있을 때의 하루는 이렇다.
7시 30분 기상.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9시쯤 회사에 출근. 이때는 한국이 새벽이므로 한국 서비스들을 둘러보고 지난 날 미국의 매출을 확인. 미국의 오전 업무를 처리하고 점심 식사. 오후 5시까지 남은 미국 업무 처리.
오후 5시경부터 한국 직원들 출근 시작. 한국에서 MSN 메신저가 계속 울려옴. 이때는 한국, 미국 업무를 동시에 처리. 이곳 시간 7시(한국은 점심시간)에 맞춰 퇴근. 저녁식사 후 8시 30분에 다시 노트북 켬. 11시 정도까지 한국 업무 처리. 11시 30분 샤워하고 취침.
반대로 한국에 있을 때는 이렇다.
새벽 6시쯤 일어나서 메신저에 접속해서 미국업무 처리. 10시쯤 한국 사무실로 출근. 12시까지 한국, 미국 업무를 동시에 처리. 점심식사 후 퇴근 시간까진 한국 업무 처리. 저녁시간은 고객들과의 미팅. 12시경 샤워하고 취침.
양쪽 일을 보는 것 모두 즐겁고 늘 하고 싶었던 게임 관련 일이라 할수록 더욱더 재미가 있다. 홍성주 사장께서 나에게 던진 한마디가 나를 적절하게 설명하는 듯 하다. “Kevin은 일을 몰고 다니는 친구야!”
■ 1년동안 두 배 성장한 회사
2007년 말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지 두 번째 해가 지나고 있었다. 2007년에는 성공적으로 게임포털 사이트 ‘게임스캠퍼스’(gamescampus.com)를 런칭했고 <샷온라인>을 비롯하여 4개의 게임이 북미시장에 선보이는 등 괜찮은 발전을 일궈냈다.
내부에서 연말 매출 결산을 한 결과, 전년도에 비해서 매출이 2배나 뛰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직원도 2배 정도 늘어 15명에 이르렀고 버는 만큼 사용하는 비용도 증가했다. 히딩크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그 당시 나는 아직도 배가 고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