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은 운영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퍼블리셔와 게임을 개발하고 업데이트하는 개발사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온네트USA처럼 게임포털을 운영하게 되면 여러 개의 게임을 동시에 서비스 하고, 여러 개발사와 함께 일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주 다양한 개발사들을 만나게 된다.
어떤 개발사는 상용화 경험뿐 아니라 해외 서비스 경험도 많아 아주 능숙하게 업무를 처리하기도 하고 또 어떤 개발사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해서 여러모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또, 어느 개발사는 게임을 완성하지 못한 채 몇 년째 게임 개발만 해서 퍼블리셔를 태우기도 한다.
퍼블리셔도 다 개발되지 않은 게임을 보고 개발사와 계약을 하기 때문에 계약 이후 개발사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 게임 업데이트 방법을 모르는 개발사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우리에게 찾아와서 게임을 서비스 해달라는 개발사가 있었다.
우리 포털과 성격도 맞고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상용화도 실시한 게임이라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개발사 사장님께서 계약금을 일반적인 비율보다 좀 더 많이 줄 수 없겠냐고 요청했다.
나는 금액이 그렇게 크지도 않았고 또 그렇게 한번 도와드리는 게 나중을 위해서도 좋겠다 생각하여 흔쾌하게 그렇게 했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 상용 서비스를 준비하는 도중에 크게 놀랄 일이 터졌다. 한국과 일본에서 상용화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개발사가 게임 콘텐츠를 업데이트할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게임을 운영할 수 있는 운영 툴도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일은 게임 개발사에서는 너무나 보편적인 일이라 계약서에도 넣지 않았던 나의 실수이기도 했지만, 상상과 너무 다른 개발사의 업무처리 방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온네트의 도움으로 힘들게 상용화를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이상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 개발사가 자금이 부족해서 직원들에게 6개월 전부터 월급을 못 주고 있으며, 회사가 제3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해 협박 전화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게임 업데이트가 잘 안되고 우리가 요청한 것들이 잘 처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상황이 궁금해서 개발사 사장님께 전화를 걸어 상황을 여쭤봤으나 “괜찮다, 걱정하지 말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 개발사에 직원이 없어지다니…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다른 채널을 통해 그 회사의 사정을 알아보았더니 역시나 운영 자금이 없을 뿐 더러 부채도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깜짝 놀란 나는 개발사 사장님께 전화를 걸어 “운영 자금 하나도 없고 직원들도 하나 둘 퇴사하고 있다는데 사실이냐?”라고 여쭤봤고 그때서야 사장님은 “그렇다. 이제 다음 달부터는 이 게임을 맡을 친구가 한 명도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
좀 아찔했다. 유저들은 대부분 개발사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한다. 게임에 버그가 생겨도 퍼블리셔 책임이고 아이템이 없어져도 퍼블리셔가 잘못 운영한 줄 안다. 그런데 게임을 책임져야 할 개발사에 직원이 한 명도 없게 된다니 우리도 당장 게임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한번도 게임 서비스를 정리해 본 경험이 없는 나로써는 문제 없이 잘 처리해야 했다. 특히 고소가 많은 미국에선 더욱더 조심해야 했다.
먼저 고객에게 사실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3개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반발하는 유저들보단 게임이 없어지게 되어 아쉽다는 유저들이 더 많았다. 우리도 매우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퍼블리셔 사업을 하다 보면 발생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이런 일을 미리 간파하지 못한 나에게 스스로 부끄러웠다. 이 일이 있은 이후에는 개발사를 만나면 재무제표도 가능하면 확인하려고 하고 계약서에 업데이트나 운영 툴에 대한 조항도 추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