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말은 색을 표현하는 방법이 무척 다양하다고 합니다. '거무죽죽하다', '누루끄름하다', '희끄무레하다' 등, 다른 언어로는 도저히 번역할 방법이 없는 표현이 많죠. 오늘은 '색'에 관련된 우리말 이야기를 해 보려합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날씨가 맑은 날이 많은 나라일수록 색상을 표현하는 언어가 발달한다고 합니다. 한국도 그런 나라 중 하나죠.
한국어의 색상 관련된 어휘들은 대체로 특정한 색을 나타내기보다는 색의 느낌을 통해 뭔가를 수식하는 형식으로 발달했습니다. '거무죽죽한색'이라고 하면 정확한 색을 지칭하지는 않죠. 하지만 '거무죽죽한 걸레', '안색이 거뭇거뭇하다'처럼 느낌을 전할 때 쉽게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동양에 한국이 있다면 유럽에서는 패션과 디자인의 나라 이탈리아가 색에 대한 어휘가 발달했는데요. 한국어가 느낌을 전달하는 쪽으로 발달했다면, 이탈리아어는 색상 자체를 정확히 지칭하는 단어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파란색은 블루(blu)라 하고, 하늘색은 아주로(azzurro), 진한 남색은 인다꼬(indaco)라 하죠.
이탈리아어로 로쏘(Rosso)라 하는 붉은색은 위와 같이 정말 진한 빨강을 말합니다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을 아주리 군단이라 부르는 이유도 유니폼의 색 때문이죠
참고로 아주로는 지중해의 하늘 빛깔이라고 해서 이탈리아의 상징색 중 하나입니다
색 표현에 대한 맞춤법은 조금 미묘한 부분이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우선, '빨강색'이나 '검정색'은 표준어가 아닙니다. '빨강'과 '검정'은 명사형이라서 색을 수식할 때는 '빨간색', '검은색'이라고 해야 합니다. 파랑, 노랑, 하양도 마찬가지입니다. '파란색', '노란색', '하얀색'이라고 해야죠.
점점 색이 변한다는 뜻의 '~해지다'의 경우, 모음조화에 맞춰서 써야 합니다. '까메지다'라고 하면 안된다는 말인데요. 아래 예를 보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까맣다 -> 까매지다 꺼멓다 -> 꺼메지다
파랗다 -> 파래지다 퍼렇다 -> 퍼레지다
노랗다 -> 노래지다 누렇다 -> 누레지다
그리고 색 표현에 있어서도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는데요. '곤색'은 짙은 청남색을 의미하는 한자인 감(紺)을 일본어 발음(곤/콘, こん)으로 읽은 것입니다. 우리말로는 '감색'이라고 해야 하죠.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소라색이라는 말을 쓰는 분들도 있는데요. 소라색의 소라(そら)는 일본어로 하늘을 뜻하는 말입니다. 우리말로는 하늘색이죠. 아오이소라의 그 소라 맞습니다. 아오이는 '파랗다'는 뜻이죠.
물감에서_살색이_사라진_이유.JPG
한편, 살색은 색상 자체를 지칭하는 말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인종에 따라 피부색이 다르기 때문에 인종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그런데요. 그래서 기술표준원은 산업표준심의회 등의 심의를 거쳐 ‘살색’을 ‘살구색'으로 부르기로 했죠.
하지만 '일광욕을 해서 살 색을 구릿빛으로 태웠다'처럼 피부의 색상을 이야기할 때는 사용해도 됩니다.
색에 대한 여러 토막 이야기를 섞어서 하다 보니 조금 산만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너그러이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