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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오늘] 3월 21일 - 굿윌헌팅 한국에서 개봉

임상훈(시몬) 2014-03-21 15:53:20

1998년 3월 21일 내가 참 좋아하는 영화  <굿윌헌팅>이 한국에서 개봉했다. 

 

MIT 청소부인 천재 윌 헌팅이 심리적, 사회적 난관을 뚫고 성장하는 영화였다. 나는 이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했다. 신문사를 그만뒀을 때,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를 적었다. 무식하게 DVD 100장을 질렀다. <굿윌헌팅>은 리스트 맨 위 10개 중 하나였다. 

 

 

그 주변에 <시네마천국> <죽은 시인의 사회> <여인의 향기>도 있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들은 닮은 코드가 있었다. 학생 또는 그 또래의 남자 아이가 멋진 멘토를 만나, 현실의 제약을 깨는 내용이었다. 모두 성장영화였다. 

 

나도 성장을 갈구했다. 멋진 멘토를 만나고 싶었다. 속물적 현실의 벽을 깨고 싶었다. 그런 바람이 좋아하는 영화 리스트에 반영됐을 것이다. 

 

<굿윌헌팅>은 영화 이름까지 맘에 들었다. 한글로 번역하면 ‘좋은 윌 헌팅’ 정도 될 것이다. 그렇게 읽히지 않았다. ‘선한 의지가 (나쁜 현실, 한계, 문제를) 잡아낸다(=이겨낸다)’ 같은 내 멋대로의 해석이 자동연상됐다.

 

그런데, 요즘은 이 영화가 주는 느낌이 과거와 전혀 다르다. ‘성장’보다 ‘공감’이 더 크게 보인다. 예전에는 나를 ‘맷 데이먼’으로 투사했다. 내 눈은 성장하는 주인공의 트랙만 쫓아다녔다. 최근엔 심리학 교수로 나온 ‘로빈 윌리엄스’가 거인처럼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하는 이야기,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더 마음이 간다.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윌 헌팅의 마음의 병을 고쳐주며 용기를 주는 그의 트랙이 더 깊게 각인됐다.

 


 그는 계속 이야기했다. It’s not your fault. 이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다. 학생 신분을 벗어난 지 오래 됐고, 내 나이는 영화 속 맷 데이먼보다 로빈 윌리엄스에 가깝다. 나의 사회적 역할도 꽤 바뀌었다. 

 

기질이나 경험 탓도 있다. 나는 퀴즈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논리적 사고력을 중시해왔다. 유효한 경우가 많았다. 꼭 필요한 경우도 많다.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실패를 겪은 경우도 많았다. 

 

최근까지 잘못을 지적할 때 논리적으로만 묻는 경우가 많었다. 예리한 논리로 찔렀다. 상대의 상황에 대한 이해는 내 머릿속에서 끝내는 경우도 많았다. 공감하려 하지 않았다.

 

후회된다. 로빈 윌리엄스는 그러지 않았다. 윌 헌팅은 더 크게 성장했고, 행복해졌다. 기질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노력해야겠다.

 

영화는 그대로인데, 나에게 <굿윌헌팅>은 이제 두 버전이다. 어떻게 보든 멋진 영화다. 나는 이 영화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 simon :)

 

- 1998년 3월 21 <굿윌헌팅> 국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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