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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좌충우돌] 4월 19일 - 4.19와 학생들의 희생

임상훈(시몬) 2014-04-19 12:41:32

시간이 없는 관계로 어머님 뵙지 못하고 떠납니다.

끝까지 부정선거 데모로 싸우겠습니다.

지금 저와 우리 동무들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하여 피를 흘립니다.

 

어머님, 데모에 나간 저를 책하지 마시옵소서.

우리들이 아니면 누가 데모를 하겠습니까?

저는 아직 철없는 줄 잘 압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의 모든 학우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나선 것입니다. 

 

저는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합니다.

데모하다가 죽어도 원이 없습니다.

어머님 저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무척 비통하게 생각하시겠지만,

온 겨레의 앞날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기뻐해 주세요.

 

이미 저의 마음은 거리로 나가 있습니다.

너무도 조급하여 손이 잘 놀려지지 않는군요.

부디 몸 건강히 계세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의 목숨은 이미 바치려고 결심하였습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상 이만 그치겠습니다.


1940년 4월 19일, 한성여중 2학년 진영숙 학생은 떨리는 손으로 이 글을 썼다. 거리로 나섰다. 다시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미아리에서 데모대가 탄 버스에서 얼굴을 내밀고 구호를 외치다, 무차별 사격을 받고 희생됐다. 그의 나이 열 다섯이었다.

 

 


 

1960년 3월, 김주열은 마산상고 입학시험을 치르기 위해 전북 남원에서 마산 할머니집에 와있었다. 3.15 부정선거(관련 좌충우돌 보기) 이후 마산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김주열 학생은 행방불명됐다. 4월 12일 '부산일보'에 그의 시체가 실렸다.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모습이었다. 4.19의 도화선을 당겼다. 그의 나이 열 일곱이었다. 

 

4.19는 학생들이 이끌었다. 일반인의 그 뒤에 참여했다. 4.19에 희생된 대학생 수는 22명이었다. 고등학생은 36명, 국민학생과 중학생은 19명이었다.

 

 

 


4월 19일 서울의 첫 시위는 고등학생이 이끌었다. 대광고 학생들은 오전 8시 30분 시위를 시작했다. 종로 5가에서 깡패와 경찰의 공격을 받았다. 혜화동에서 또 박살났다. 당시 서울대학교 문리대는 혜화동에 있었다. "형님들 뭐하십니까?" 끌려가는 동생들의 울부짖었다. 오빠, 누나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한국 역사에 길이 남을 서울대 문리대의 선언문이 발표됐다.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보라! 우리는 기쁨에 넘쳐 자유의 횃불을 올린다. 보라! 우리는 캄캄한 밤의 침묵에 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타수의 일익임을 자랑한다. 일제의 철퇴 아래 미칠 듯 자유를 환호한 나의 아버지, 나의 형들과 같이! 양심은 부끄럽지 않다. 외롭지도 않다. 영원한 민주주의의 사수파는 영광스럽기만 하다. 보라! 현실의 뒷골목에서 용기없는 자학을 되씹는 자까지 우리의 대열을 따른다. 나가자! 자유의 비밀은 용기일 뿐이다. 우리의 대열은 이성과 양심과 평화, 그리고 자유에의 열렬한 사랑의 대열이다. 모든 법은 우리를 보장한다.

덕수상고 학생들도 시위에 나섰다. 두 명이 희생됐다. 동성고는 거의 전교생이 시위에 참여했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장과 교사들이 그 주위를 지켰다. 최고 명문이던 경기고에서는 네 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우리가 지금 공기처럼 누리는 자유에는 그들의 핏자국이 묻어있다. 

 

 

현재의 중고생 또는 대학생과 60년대의 학생들을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본주의 경쟁체제는 교육현장까지 치열하게 바꾸었다. 폭발적으로 발달한 미디어 환경은 나 같은 키덜트을 양산하고 있다.

 

세월호의 참사를 보면 암담하다. 우리나라는 사회의 진보에 학생들의 희생을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1960년 쓰러져간 학생들이 바랐던 대한민국의 미래는 아닐 것이다.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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