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자기 코스프레를 다시 계획했을까.
한동안 잠잠하다가 뜬금없이, 4년만에.
그렇게 잊어버리는 줄 알았는데.
메시지를 리루 언니와 이이다 언니에게 날리고서는
수없이 되뇌었더랬지만.
이미 일은 저질러버렸다.
1년 반만인가.
드디어 Y군과 멋진 분들이 열심히 계획해 오고 준비해왔던 게임이 오픈.
Y군이 준비할 때는 정작 시큰하고 쉬크하더니.
막상 론칭한 게임을 보고나서 나는 그 화려한 일러스트레이터와 음악, 이름들에 그야말로 실신 상태.
아니 진짜 열심히 준비했었구나!!!! 곁에 있으면서도 몰랐어 ㅠㅠ
거진 평일은 당연하고 주말에도 집에 못 들어올 정도였으니까.
정말 고생하는구나 하고 막연히 알았지만.
게임을 론칭하기 전에는 시간이 가는 듯 아닌 듯 천천히 가더니,
게임을 론칭하고 나니까 휘리릭 흐르더라.
Y군. 심지어 더 바빠졌다 ㅠㅠ
집에 오지 않는 그대여.
이전에는 막 시작 단계에 있었지만,
요새는 게임이 론칭하면 필수 과정이 되었다고 하는,
코스프레를 이용한 마케팅이 진행되는 과정 또한 지켜봤다.
CSL이라는 전문 코스팀에서 정말 멋지고 예쁜 두 분이 큐라레 코스프레를 진행했더라.
우오 +ㅁ+ 눈이 호강한다 +ㅁ+
아무래도 내 자신이 휴덕중인 코스프레어이다보니, 다른 분야보다 더 알기도 했으니까.
더 깊은 관심을 더 가지고 지켜보게 되더라.
그래설라무네, 내 의식의 흐름이란
- 와우 프로란 정말 다르구나!!
- 아니 일단 프로 코스프레팀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굉장해!
- 그런데....대체 뭐가 얼마나 변한거지.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고.
그걸 계기로 한동안 떠나있던 코스 세계를
인터넷으로 살펴보게 되었다.
내가 쉬고 있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이 변했더랬다.
4년 전 케이온 연재물을 작성할 때만 해도, 그런 변화가 서서히 감지되긴 했었는데...
한달, 일년이 다르듯 기술도 더 발전하고. 문화도 달라졌고
내가 어느새부턴가 자연스럽게 모니터링을 하지 않은 사이, 정말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예전에는 흔치 않았던 전문 코스프레팀들이 즐비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품이며 화장이며 보정이며,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들더라.
이건 차후 자세히 얘기하도록 하자.
그렇게 한참을 모니터 세상으로 변화된 코스프레를 엿본 후.
<큐라레 마법 도서관>의 일러스트들을 한참을 뒤적거린 후.
놀랍도록 내 취향을 저격하는 캐릭터들이 내 눈에 가득 담긴 후.
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내 잠들어 있던 오랜 친구들에게 충동적으로 메세지를 날렸다.
"언니야. 뭐해? 큐라레 코스프레 다시 안 할래?"
.....................네????????????????????
뭐라구요???????????????????????
나님 뭐라셨어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미 전송 버튼을 눌러버렸어 ♡
난 왜 이런 엄청난 짓을 저질러버렸는가.
지금 출장 준비에 일도 바쁜데.
이 와중에 코스프레를 하려는 내 정신머리는 대체 무엇인가.
그것도 개인 코스프레도 아니고 일이 많은 팀 코스프레를!
라고 중얼거리며 엄청난 속도로 랩메이킹을 시작했고.
찰나의 충동으로 엄청난 계획을 세워버린 나에게
나란 이런 못난 덕후 하면서 스스로에게 엄청난 짜증과 원망이 폭발했지만,
때는 늦으리.
내 욕망이 걱정근심 모두를 덮어버렸던 거다.
이미 격하게 후회한 시점에서 5분이 지난 나는 즐거움으로 가득 들떠있었다.
근데 그게 나만은 아니었던 모양.
바로 미끼를 덥썩 물은 나의 페이버릿 코스프레 메이트들.
쿨하게 콜을 외치는 언니들과 함께
앞일은 생각 안하고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다.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거야~
앞으로 우리 앞에 드넓게 펼쳐질
수많은 장애물들과 고생은 잊은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응?)
아 여기서 확실히 해두고 넘어갈 것은.
앞서 말했듯이
큐라레는 이미 오피셜 코스프레가 있는 터.
철저히 개인적인 코스프레 팀으로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Y군이라든가 Y군 회사의 도움은
전혀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
실제로도 도움 없이 개인적으로 진행했음을 여기서 명확히 해둔다.
물론 진행하면서 도움을 요청하고픈 욕망에 휩싸였지만,
꿋꿋이 견딘 우리 팀에 박수 ㅠ0ㅠ
그저 공개된 일러스트들의 초고화질을 받을 수 있는 정도?
그래도 그것만 해도 어디랴 ;ㅁ;b
왜 갑자기 코스프레를 다시 하자고 마음 먹게된 걸까.
일도 많고 바쁜데.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계기라면
역시 코스프레 자체에 대한 그리움이나
놀랍도록 취향을 저격하는 게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아니었을까.
이전 초기 칼럼에도 밝혀왔던 건데
사실 코스프레란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못된다.
선 하나를 넘기 힘들어서 그렇지, 막상 넘게 되고 시작하게 되면 이거였어? 싶은 게 또 코스프레.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최근에는 할로윈 파티를 통해서 좀더 대중화되기도 하지 않았는가.
또 언제든 할 수 있는 것. 하겠다는 마음이 문제인 거지. 시기는 언제든 잡으면 된다.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계기 또한 어렵게 작용되지 않는다.
게임을 접하기 전에는 다시 시작할 생각도 못했는데, 아니 전혀 없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그리고 수많은 카드 일러스트들을 보다보니
놀랍도록 취향을 저격하는 캐릭터들이 가득했다.
순수한 옷에 대한 열망으로, 그리고 캐릭터에 대한 열망으로,
게임에 대한 애정으로 다시 활활 불타올랐던 것이다.
거기에 게임까지 하게 되면 정말 코스프레의 본래 취지에도 딱 들어맞는 것.
실제로 오랫동안 코스프레를 해왔던 친구들은 그야말로 <덕후> 베이스라.
이미 모두들 게임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건 팀코스프레를 할 때 특히 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는데.
단순히 내가 <Y군이 만든 게임이야~ 우리 해볼래?> 라고 하며 팀원들을 부추겼다면
이렇게 모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
코스프레라는 취미에는, 직업이나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상당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이 든다.
오피셜도 아니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막연히 게임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양하고 가지각색의 독특한 캐릭터들이 쏟아져나오는 까닭에.
각자 잘 어울리고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많았던 탓에
포지션이 겹치지 않고 잘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중요했던 건
늘 함께 있으면 즐거운 친구들이라는 거.
어렸을 때부터 오랜 시간동안 같은 취미를 공유하면서 알고 지냈고,
그 인연이 계속되면서 가끔 만나도 금방 어제 만난 사이처럼 즐거운 친구들.
코스프레라는 공통된 취미를 통해 만난 우리들은
이야기도 통했고 서로를 잘 이해했으며, 지켜봐 온 시간동안 신뢰도 있었다.
적어도 우리들이 뭉치면 일상을 벗어나서 정말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쉬는 동안 가장 코스프레를 못해서 아쉬웠던 부분도 친구들과 보냈던 그 시간과 시간들이었으니까.
그래서 다들 흔쾌히 오케이!를 외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는 코스프레로 보냈던 나의 시간에 대한 나름의 마무리를 하고 싶던 것 같다.
어릴 때 처음 접했던 만화와 게임에 대한 세상.
내 인생을 바꾼 코스프레의 시작. 거기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
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경험하지 못했을 많은 추억들. 그리고 Y군. 리니미니.
타인이 겉에서 그냥 나를 지켜볼 때는
남들과는 좀 다른, 특이한 취미 생활을 하는구나 싶을텐데,
나는 그 특이한 취미 생활로 인해 얻은 게 참 많더라.
수년 동안이나 늘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바쁘고 모두와 함께 즐거웠던 그 시간들이 그립기도 했고.
그러면서 동시에 현실에서의 나 또한 정신없이 바빴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할 수 있으려나 싶기도 했고.
오랫동안 떠나 있었지만 늘 개인적으로는 마음 속 한 구석엔가 여지를 남겨둔 마당에
나 혼자만의 마음 정리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그렇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설레임으로,
마무리한다는 마음으로
우리는 다시 큐라레라는 이름 하에
모이게 되었다.
Photography by Minochu, HARU (SQUEALER)
Photography by Minochu, HARU (Haal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