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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라레 - 에피소드 3] 시간을 뒤로 돌려

haru 2014-06-24 19:18:56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과연. 

 





 내 코스프레 경력의 정점이었던 2000년대 초중반은 이미 10년 전 이야기로
안 변할 리도 없었고, 마지막 코스프레에서도 4년이 지난 상태.
근데 그 4년 또한 결코 짧지 않은 시간.

 

그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변화가 있던 상황이었다.

 



 

여기서 한국에서의 코스튬 플레이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발전했는지. 

흐름을 간략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는데.
각자 다르겠지만 나는 컴퓨터 통신/인터넷의 발전과 흐름으로 구분해서 나누는 편이다.  

 

재미있게도 그때의 통신과 인터넷의 발전에 따라

코스프레 하는 사람들의 행사와 문화가 많이 바뀌더라.

 



 

처음이 ACA등 만화 동인지 행사에 참가한 소수의 사람 중, 
일본의 코스프레를 재미있다고 생각한 몇몇 사람들에 의해 시작된

그야말로 한국 코스튬 플레이의 도입기다.
언젠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대략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으로 본다.
  
두 번째가 PC통신의 동호회들을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코스튬 플레이의 발전기. 90년대.


하이텔의 하코동, 나우누리의 나코동, 유니텔의 유코동,

그리고 천리안의 초코동 등 PC통신의 각 동호회가이 생겨나 
정기적으로 교류를 시작하고 코스프레 행사가 시작된 시기이다.


일본과 같이 정기적으로 ACA, 코믹월드와 같은 동인지 행사에서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코스프레 무대가 신설되었다.


지금은 어린 친구들은 잘 모르는 여의도의 컨벤션 센터…

일명 여의도 굼벵이관 시절이랄까.

 




 여의도 굼벵이관의 위용...

동인지 행사 이외에 코스프레만을 목적으로 한

작고 큰 규모의 다양한 코스프레 파티와 행사들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세 번째가 인터넷을 통해 한국 코스튬 플레이 문화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2000년대 초.


Y군을 비롯하여 많은 사진사 및 코스프레어가 개인 인터넷 홈페이지를 점차 만들기 시작했는데.


조금은 폐쇄적이었던 PC통신의 동호회들을 벗어나  

누구나 쉽게 접속할 수 있고, 글을 남길 수 있었다.


PC통신이 서서히 저물기 시작하고 점점 더 인터넷이 흥하기 시작하면서

개인 홈페이지뿐만이 아닌 코스프레 닷컴, 코스포토 및 올댓 포토 등

코스프레 포털 사이트들이 생기고

다양한 교류와 함께 코스프레 문화를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한 시기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세계화, 상업화, 전문화가 이루어진 2010년대 현재로 나누어볼 수 있다.  

지금은 블로그가 성행하여 누구나 개인적인 페이지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됐는데... 

 

나누고 보니 약 10년 주기로 흐림이 바뀌는구나.
이 내용은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정리 삼아 자세히 쓰고 싶네.

관심이 있다면 차후를 기대해보자(…)

 




... 과연? ...

 

내가 시작한 즈음이 90년대 후반.

코스프레에 세대를 나눈다면 2세대쯤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와 진짜 나 나이 많구나 ㅠㅠ

하긴 요새 90년대생 아이돌들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는 터라; ㅎㅎ

 

아무튼. 그래설라무네,

이렇게 완벽히 고대 유물이 된 나로서는. 
최근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가 가진 장점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그동안의 변화를 알아보고 짚어 넘어가야 했다.

 



 
내가 느낀 가장 중요한 변화라면

먼저 각종 기술의 발전으로 코스프레 자체가  

 

1) 전문화, 즉 프로페셔널 해졌다는 점. 

 

이전에는 취미 베이스였기도 하고,

가발이나 소품 등이 구하기 어렵거나 없었기 때문에

 퀄리티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었다. 

물론 신경을 아예 안 썼다는 말은 아니다. 
나름 그때, 그 당시에 맞게 가장 최대한 준비를 했었고
캐릭터에 가깝게 준비를 많이 한,

일명 퀄리티가 높은 코스프레에는 다들 관심이 높고 좋아라 했었다.


하지만 옷을 입고 노는 것이 중요했지

소품이나 가발이 없는 등 다른 부분이 부족해도 괜찮았고,
좀 더 그런 부분에서는 편안했고 너그러웠던 듯하다.




 
이전에도 퀄리티 높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이제는 퀄리티를 전반적으로 크게 높여서

프로페셔널 하게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고 지향점이 되었다.

 

우선 가발이나 소품 등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다양하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전보단 저렴한 가격에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것이라거나) 구할 수 있게 되었고
가발도 각자 세팅을 하거나 맡겨서 캐릭터에 딱 맞게,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아예 안 쓰거나 그냥 비슷하게 머리 컬러만 맞춰도 되었는데
지금은 정말 그 캐릭터와 똑같이 한달까?

 



 
소품도 자잘한 곳까지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제작을 직접 하더라도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할 수 있게 되었고,

기술도 발전했다 (3D 프린터라거나)
전문적으로 소품 만드는 사람들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할 수 있는 만큼 자잘한 곳까지 만들거나

새롭게 어레인지하여 화려하게 만드는 것이 보통이 되었다.  

신발도 예전에는 비슷한 신발을 구하거나 대강 생략하는 게 많았는데
최근에는 신발에 씌워서 원래 캐릭터가 신고 있는 신발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 많아졌다.

 의상의 일부분이 된 것.

 


 

 

의상도 이전보다 더 퀄리티 높고 가능하면 그대로 캐릭터 그대로 구현한 옷들이 많아졌는데.
초기에 "날으는 바늘" 등 코스프레 의류 렌탈숍이 다양하게 생겨,

사람들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쉽게 접하게 되었고.
전문으로 수주를 받아 만드는 곳도 다양하게 생겼으며
이전에 비하면 특수 원단이나 부자재 등이 다양해지고 구하기 좀 더 쉬워졌다.


기회가 주어질수록, 기술이 더 발전될수록 역시

전문화되고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상향조정 되는 것일 거다.


심지어 노출에 대한 인식도 이전보다 훨씬 개방적이 되어,

의상도 가능한 캐릭터 그대로, 대담해졌다.
속옷도 많이 발전해서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가려야 할 부분은 어색하지 않게 가리는 기술도 좋아지고.



 

 

가장 놀라운 점은 화장이었다.

 




앞서 간략하게 말했다시피, 이전에는 화장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내가 코스프레를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화장을 안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슬슬 화장해서 더 예쁜 사진을 추구할 때만 하더라도

다들 그냥 기본 화장을 하거나 그냥 좀 센 스모키 메이크업?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화장의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여 분장 수준에 이르렀다.
정말 만화 캐릭터를 제대로 구현하기 시작한 것!


컬러 렌즈나 서클 렌즈 등도 처음 나올 당시보다 확실히 더 저렴해지고 대중화되면서
(이전에는 컬러 렌즈 하나당 6만 원은 했던 것 같다… 특수 렌즈의 경우엔 더했고)
이제는 코스프레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이건 비단 코스프레어들만의 변화가 아니라,

실은 우리나라 패션이나 메이크업 쪽의 유행이 그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직업이 아동복 MD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옷이나 패션 흐름을 매번 살피게 되고
또 아이돌이라는 장르를-_- 최근에 파기 시작했기 때문에  

10대 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라 지켜본 바로는.
전반적인 메이크업과 패션에 대한 인식과 기술의 변화가 함께 따라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학생들에게도 메이크업의 기회가 많아지고  

10대를 위한 메이크업 제품들도 상당히 많이 나오고, 

메이크업의 기술 또한 발전하고 
컬러렌즈나 서클 렌즈가 대중화, 보편화되면서 코스프레에도 같이 영향을 미친 것. 


다만 코스프레는 만화나 게임, 영화, 연예인 등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실물에 가깝게 하기 위해 분장이 훨씬 더 강해진 것이다. 

 

이는 내가 한창 활동할 때만 하더라도 일본의 코스프레 문화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일본 역시도 그 당시에도 메이크업 문화가 상당히 발전하고 대중화되었던 터라…
지금은 한국도 일본 못지 않고, 오히려 더 인지도 높은 플레이어들도 생겨났다.

 



 

사진 또한 마찬가지.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제 보정, 합성 기술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정말 많이 발전했달까.
필름 카메라, 똑딱이 카메라부터 시작하여 
사진을 현상해서 행사장에서 나누어주고 교류하던 그때부터 시작한 나로서는
지금의 정말 게임이나 만화의 한 장면 같은 퀄리티 높은 코스프레 사진에서 매우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화나 게임의 한 장면처럼 사진을 보정하고 합성하는 것이 일반화 됐고, 많아졌으니까.


기술의 발전이란!!

한때 사진 보정과 합성에 한 획을 그은 Y군.
일명 <감은 눈도 뜨게 만드는 YSOYA>로 불렸는데

 

이젠 모두가 감은 눈도 뜨게 만들 수 있어;

 



 

이전에는 야외에서 찍은 행사장 사진이 많았다면
지금은 스튜디오에서 소수 정예로 찍는 것이 더 보편적이 되었다는 것도 그 변화의 하나.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분장이나 준비도 편안하게 할 수 있고,

사진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는 것.
렌탈 스튜디오도 많아졌다는 것도 지금의 변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이전에도 조짐은 있었고,

실제로 나 역시도 그 변화의 물결 속에 있었지만,

 

2) 상업화되었다는 점.

 

이전에는 분명히 취미 베이스의 모임이었고, 문화였다만
지금은 많이 상업화되기도 하였다.
상업화라는 단어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단어가 비단 나쁜 것만은 아니다.


코스프레가 그야말로 홍보의 한 수단이 되고,

 대중화되었다는 걸 뜻하기 때문.


쉽게 말하자면 돈이 될 만큼 수요가 많아졌다는 것.


그동안의 일본의 코스프레 문화가 발전되어 온 양상을 보면

피할 수 없는 단계였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훨씬 이 상업화가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흐른 것 같다.

 


 

우선 프로페셔널하게 전문적으로 코스프레를 하는 팀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물론 코믹월드나 ACA에서 코스프레 무대가 신설되면서

전문적인 팀들이 생긴 것이 먼저이다.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에서 각종 만화 행사가 많아지면서 무대 전문팀들도 함께 꾸려진 것.
화려한 소품, 그리고 무대 음향, 심지어 무술!까지 그대로 구현한 모습에 감탄했더랬지. 
당시 코스프레 주축이 되었던 일본에서는 드문 형태의 코스프레 문화라 상당히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지금은 게임 회사의 마케팅 주요 수단 중 하나로 코스프레가 자리매김하여
의상+소품 제작, 사진 촬영, 무대 등을 통합하고 전문적으로 하는 팀들이 생겨났다. 
플라잉 니들에서 이런 상업적인 형태의 코스프레 팀을 처음 선보였는데, 
지금의 전문 코스프레 팀들과는 또 다르긴 하지만. 시초가 되었다면 시초가 된 것 같다.
그후 다양한 퀄리티 높은 코스프레로 대중에게도 각인된

스파이럴 캣츠, CSL 등 많은 전문 코스프레 팀들이 생겼고 
활발히 활동 중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세계의 코스프레어들과 교류하여


3. 세계화되었다는 점.  

 



 

이전에는 그냥 코믹 마켓이라든가 외국의 행사를 여행 삼아 참여해보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코스프레 문화가 상당히 인터내셔널 해졌다.

 

세계의 코스프레어들이 만나는 행사들도 만들어졌으며. 
전 세계적으로 코스프레어들을 등록하고

사진을 볼 수 있는 홈페이지도 만들어져 다양한 교류가 있게 되었다.
요즘은 "월드 코스프레"나 "디바인 아트" 등 사이트를 통해

세계의 코스프레어들이 교류를 하고 있다.


이러한 기회들로 우리나라의 코스프레 문화를 알리는 동시에 
다른 나라의 코스프레어들이나 코스프레 문화를 접하게 되는 기회 또한 얻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중국 코스프레의 약진이 놀랍다.

정말 빠른 속도로 발전하여 일찍 코스프레 관련 이벤트나 사업들이 다각도로 발전했더라.

싱가포르와 같은 경우에는

아예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 코스프레 문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그와 함께 퀄리티 높은 코스프레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확실히 하나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에는 교류나 소통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보는데
코스프레 문화도 그렇게 세계화되어 가고 있었다.

 



 

이렇게 세 가지 방향으로 그간 내가 쉬고 있는 동안의 변화를 나누어보았는데.
지금도 코스프레 활동을 하는 팀원들은 괜찮았지만, 
오래 쉬고 오랫만에 하려는 나와 팀원들에게는

그 벌어진 갭이 하나의 도전이었다. ㅎㅎ

 

그래서 어느 정도는 이 흐름을 받아들이되.
기본 모토는 이전에 하던 것과 같이 가져가자고

팀원들과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우리가 처음 코스프레를 시작하던 그때의 즐거움.

 

순수함만큼은 그대로 가져가자고.  

모두가 즐거우면서 퀄리티 높은 코스프레 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재밌으면서

퀄리티 또한 지금에 맞게 잘 챙기는 팀으로.
그런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남기자고.

 

그렇게 다짐했다. 
 

 



   [Photo by Chusin, HARU (Haal9000)]



 [Photo by Fazz, HARU (Haal9000)]


 [Photo by J, HARU (Haal9000)]
 

[Photo by Marc, HARU (Haal9000)]

 



 

- 다음 화, 곧 큐라레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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