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도 소품도 하다못해 화장도.
모든 것을 맡긴 나.
한때 빛나던 시절 만렙을 향해 달리다
도구도 능력치도 모두 현저히 떨어진
쪼렙이 된 지금의 나에게는.
오로지 믿을 것은 능력자들뿐.
금손님들 부탁해요….
우선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좀 해볼까?
의상을 직접 만들거나 맡기거나 할 것 없이
캐릭터와 의상에 대한 분석은 필수!
먼저 스퀼러.
조지 오웰의 유명한 소설 동물 농장에서 나온 캐릭터.
독재자 나폴레옹의 나팔수로 순진하고 무지한 양들을 현혹하고 조정하는 돼지.
영화 설국 열차의 틸다 스웬튼이 연기한 메이슨과도 비슷하다.
큐라레에서는 귀여운 세일러복의 소녀로 표현했는데
배경의 현혹된 양들, 돼지 그림의 견장과 리본장식으로 스퀼러를 표현했고
군용 모자와 견장 등의 소품.
한 손에 확성기, 다른 한 손에 규율이 적혀져 있는듯한 책 소품이 재미있었다.
< 아 귀여워... ㅠㅠ 진심 너무 귀엽다 ㅜㅜ >
일단 카드는 능력치가 높은 카드는 아니었으나… 세일러복이 너무 취향이라 ㅜㅜ
아예 처음부터 얘는 꼭 코스해야지!! 하고 염두에 둔 캐릭터였고,
그래서 일찌감치 제작하실 분을 찾아볼 수 있었다.
같은 팀원들의 추천을 통해 소개받은 분은 지현님!
보통 코스프레 의상 수주는 코스프레어 출신들이 하게 되는데.
너무 귀여운 미인이시더라 +ㅁ+b
[ Photo : 지현님 (//blog.naver.com/yyuzry) ]
교복과 같은 제복류를 무지무지 깔끔하게 만드시더라 ㅜㅜ
제복류라는 것은 깔끔한 직선, 그리고 끝처리가 가장 중요한데.
그 기본적인 의상 제작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시더라는 것!!!
게다가 소품까지!!!!! 받고 나서 높은 퀄리티에 놀랐다.
사실 의상을 잘 만드는 사람은 의상에 치중하기 마련인데.
소품이고 뭐고, 혼자서 이것저것 정말 잘 만드시는 타입.
모자랑 책, 확성기 모두 일러스트 그대로였어 ㅠ0ㅠ
헤어헤븐(//www.hairheaven.co.kr/)에서 곱게 나온 가발까지 받아든 채로,
두근두근 촬영일을 기다렸다.
<Photo : Studio VIBE, Haru (Squealer)>
그리고 두 번째는 Haal 9000.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오는 HAL9000에서 따온 캐릭터로,
처음에는 인간을 돕는 슈퍼 컴퓨터지만,
논리 충돌을 일으켜 미쳐버린 살인 기계가 되어버리는 컴퓨터.
영화에서 표현된 적색 모노렌즈가 HAL을 상징한다.
큐라레의 마도서에서는 메이드복을 입고
상자와 같은 공간에서 여러 파이프로 연결된 사이보그 소녀가
큰 블레이드를 들고 광기에 서려 있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물론. 적색 모노 렌즈도 빠짐없이 표현되어 있다.
< Haal 9000님이시여, 겁없이 도전한 미천한 나를 용서하소서 ㅠㅠ
아 정말 뭐라 이루 말할 수 없이 예쁘다 ㅠㅠㅠㅠ 내가 죄인이오. >
메이드복…무기… 이 아이도 무섭도록 취향 저격. ㅜㅜ
보자마자 덕통사고 당했다...
사실. 제일 맘에 들었던 아이들이지만,
특히 Haal9000은
고민도 정말 많이 했던 캐릭터이다.
…무기가… 소품이…ㅇㅁㅇ….
백번 양보해서
이건 그냥 다 능력자들에게 맡긴다고 해도.
… 반삭 머리가….
회사에 저러고 출근할 순 없어
나 초등학생 학부모. 린이 상담하러 학교도 가야 해요.
반삭 머리로 다닐 순 없어 ㅜㅜ
뭐.
사실 개인적인 취향을 고백하자면.
사실 반삭 머리라든지 모히칸 머리라든지.
상당히 취향이다.
=//=
나는 두상이 워낙 예쁘지 않아서 한 번도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지만,
이전부터 그런 머리 스타일 상당히 좋아해서…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리스베트 보고
정말 같은 여자지만 강렬한 스타일링에 설레서
한동안 밀레니엄 팠던 적도 있는데.
리스베트 언뉘ㅠ0ㅠ
그걸 나는 못하겠소.
저러고 학교 상담가면 선생님이 날 뭘로 보실거임.
회사는 어떡하고.
어려서부터 아주 편하게 똑바로 누워 자라, 두상도 평평한 것이.
깎아놔도 놀랍도록 안 예쁠 것 같고.
난 안 될거야.
루시퍼 기범이 반삭 머리 아무나 하는 거 아님 ㅜㅜ
가발로 표현할 순 있지만
생각보다 현실 구현시 예쁘게 안 나올 수도 있고
무엇보다 돈도 만만치 않았다
Orz
내 코스 경력만큼 오래 함께 코스프레 가발 샵을 운영해왔던
헤어헤븐 언니와 길고 긴 상담과 논의 끝에
내 본 까만 머리와 갈색 가발을 함께 써서 빗어 넘기기로 결정.
색깔 톤으로 차이내기로 결정했다.
아쉽지만. 내 현실세계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의상은 추천을 받아 알게 된 니오샵의 카므님에게 맡겼는데.
오오 이분. 비현실적인 옷들의 구현 능력이 엄청나다!! 깔끔하고!
해외 스케쥴의 빡빡한 일정 중에 흔쾌히 수주를 받아주셨는데
이 분 역시 미인.
세상에 예쁘고 손재주 좋은 사람들이 이리도 많단 말인가!
[ Photo : 카므님 (//ne5.kr/) ]
개인적으로 레자라는 인공가죽 소재를 안 좋아해서
카므님과 옷 제작에 대해 논의를 하면서 반신반의하며 맡겼는데 이 옷은 정말 레자가 답이더라.
게다가 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옷 라인이 전부 살아있다 ㅜㅜ
그리고 개인적으로 부탁했던 부분은.
일러스트 왼쪽 손 토시 끝자락이 대미지를 입은 듯한 효과로 처리되어 있는데
그 부분의 처리도 훌륭하게!!!!!!
세상엔 왜 이리 훌륭한 금손님들이 많은 것이죠?!?!?
그리고 소품( 머리장식, 리본장식, 단추, 무기) 는 쌀소년님에게.
정말 소품 만드는 장인의 경지에 오르신 분으로
코스프레어 1세대이기도 하다.
최근엔 마침, 전문 소품 제작 샵 및 공방을 오픈 준비 중이셨다.
게라지 감이라는 멋진 이름의.
기업 대상이지만 마침 막 오픈 준비 중이라 흔쾌히!!!
난 타이밍을 잘 타고난 여자 ㅠ0ㅠb
Haal9000의 무기와 소품의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여자인 내가 들고 쓸 것이라는 것!!!
가볍고 장착이 쉬워야 했으며,
어마어마한 크기의 무기의 이동이 용이하도록
분리 및 조립이 쉬워야 했다
무겁거나 불편하면
야외 촬영하면서 들고 다니거나 포즈 잡기가 어려워서
한번 쓰고 그냥 놔두고 도망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기 마련…
그럴 순 없지 ㅠㅠ
그리고 max버젼의 구현을 위해 불이 들어올 것.
이러한 사항들을 주문했는데. 사실 요청하면서도 가능할까 반신반의했더랬다
이런 걸 어떻게 만들겠어 하고 내심 걱정이 됐었는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ㅜㅜ
엄청엄청엄청엄청 가벼우면서 조립 및 분리가 용이하고 ㅜㅜ
(칼날 밑 부분 원통 모양 부분과 분리가 된다.)
소품 사진 : 쌀소년님 제공
진짜 일러스트 그대로 쏙 빠져나온 듯한
훌륭한 도색에 스타일에 자잘한 소품들이며 하다못해 레터링까지!!!! ㅜㅜ
어느 것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없었다!!!!!!!!!!!!!!!!!!!
소품 사진 : 쌀소년님 제공
그리고 Haal 9000에서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
머리 위의 뿔… 이었는데.
쌀님에게 이미지를 보내고 논의를 하다 보니.
그게 뿔이 아니라. 파이프 관이었다(…)
그래서 머리 장식은 파이프 관 장착 부분만.
차후 파이프를 이을 수 있도록 부탁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감동했던 소품이다.
자세히 보면 더 대단해서, 도저히 공유를 안 할 수가 없네.
머리 장식과 단추들도 자랑하고 싶다.
소품 사진 : 쌀소년님 제공
소품 사진 : 쌀소년님 제공
게다가 불까지 켜졌다!!!!!!!!!!!!ㅎㅁㅎ!!!!!!!!!!!!
아쉽게도 이 불켜지는 건 스튜디오 촬영할 때는 신나게 하다가
야외촬영하다가 떨어뜨려 고장이 나는 바람에 ㅜㅜ
야외 야간 촬영 시에 제대로 구현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불 켜졌어요… 리본 장식이랑 무기에!!!!
이렇게!!!!!!!!!!
소품 사진 : 쌀소년님 제공
어쨌거나 많은 도움 끝에, 준비한 소품과 무기는 고퀄을 이룩할 수 있었다.
금손님들 만세 ㅠ0ㅠ
<Photo : Studio VIBE, Haru (Haal9000)>
무기가 반짝반짝.
그리고 요새 코스프레에 필수라는,
아니 초등생부터 끼기 시작한다는 컬러렌즈도 구입하고.
Haal 9000 빨간색 렌즈도 한 짝 샀는데.
컬러 렌즈란 걸 처음 껴봐서 두근두근.
하드렌즈나 평범한 소프트 렌즈만 껴봤지,
컬러렌즈는 껴 봤던 적이 없어.
오 확실히 외국인 같은 느낌이!!
신세계였다. 눈은 좀 아파서 오래 착용할 순 없었지만.
<Photo : Studio VIBE, Haru (Haal9000)>
불도 켜지고.
렌즈도 MAX 버젼으로 착용하고.
신난닷.
패션 뷰티 블로거로 맹활약 중인 S양에게 추천도 받아 메이크업 샵도 예약.
나 진짜 혼자 힘으론 불가능이여 ㅜㅜ
화장 능력자들이 부럽소 ㅜㅜ
정말 예약할 때와 찾아갈 때 난감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압구정동 한복판에 박힌 유명 메이크업샵.
휘오레…였다.
머글들이 넘쳐나는, 아니 패션피플들이 넘쳐나는 곳, 그곳.
나도 일단 MD니까 패피 탈을 쓴 덕을 쌓은 덕후라 일단 해두자
(...무린가!!!)
거기다 메이크업샵 같은 건물 아래층엔
웨딩 메이크업을 하는 손님들이 넘쳐나는 미용실이 함께 있었고…
신부들과 혼주들과 함께 타는 엘리베이터가 어찌나 민망하던지.
실장님에게도 코스프레 메이크업은 첫 도전.
방송 메이크업은 하셨던 분이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셔서 신기해하더라
아무래도 내 취향 따라서 너무 과하지 않게,
그러면서 캐릭터와 잘 맞게.를 부탁드렸는데
프로란 역시 달랐다 ㅜㅜ
그런 메이크업 샵에서 부끄럽지 않았냐고? 전혀.
취미에 대한 담소도 나누고, 내내 즐거웠다.
뭐랄까.
지금까지 사회경험이라든지, 일을 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다만.
몇 번 밝혀왔지만, 내 기본 모토기도 한데,
내 할 일 똑바로 하고 성실히 살면서
그러면서 동시에 독특한 취미생활을 가진다면
그건 당당하고 특이하고 멋진 취미가 된다고 생각한다.
숨기거나 부정적으로 본인이 생각하면
그건 정말 본인이 보는 대로 남들에게 <이상한> 취미가 되어버리고.
저래서 숨겼나 보다, 하게 되니까.
그래서 난 항상 내 취미나 취향엔 개방적이고 당당하려 노력한다.
삶을 즐기며, 동시에 열심히 산다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하거든.
나 자신도 나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고.
나는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내 삶을 즐기는 방법 또한 알고 있고,
그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Photo : Fazz, Haru (Haal9000)>
<Photo : Fazz, Haru (Haal9000)>
물론.
하는 일에 불성실하게 되거나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에는.
가장 먼저 공격받는 게 나의 특이한 취미 생활이란 것도
동시에 잘 유념해두고 있다.
사람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되면
특이하고 달랐던 것이 은근슬쩍 지목되기 마련.
그래서 삶에 더 성실하려 노력해야 한다.
내 삶의 즐거움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일도, 내 의무도 성실히 하려 노력한다는 것.
그래서 이런 것이, 그 자체가 삶의 동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Photo : J, Haru (Haal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