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촬영 장소는 인천 송도.
미래 도시 이미지로 유명하기도 했고. 이미 많은 코스프레어들이 촬영지로 삼고 있었다.
우선 블로그를 통해 접한 모습은 상당히 멋졌고.
특히 야경의 경우 불빛들이 어우러져 정말 미래적인 느낌이 나서 멋지더라.
그런데 정작 송도에 가 본 적이 없어 orz
어찌하겠는가. 그냥 우선 블로그와 웹서핑을 통해 촬영지를 간략하게 정해보기로 했다.
팀원들과 이곳저곳 이야기를 듣고, 블로그를 통해, 사진사들의 추천을 통해
미리 짜 본 촬영 스팟은 아래와 같다.
커넬 워크 -> 센트럴 파크-> 호수교 -> 트라이볼
음... 관광지 루트에 따라 짠 거라 사실 자신이 없었지만..
미리 가서 루트를 확인해 볼 시간이 없었기에 웹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야외 촬영의 경우 촬영 스팟과 동선에 대한 결정이 미리 필요하다.
시간과 장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꼭 필요한 과정이랄까.
실제로 장소에 가면 생각한 것과 같이 그림이 안 나올 수도 있고
동선이 꼬이거나 스팟이 정해지지 않으면 시간을 많이 허비할 수도 있고.
막연히 장소만 정하고 가서 보면 촬영에 대한 제약이 따를 수도 있기 때문에...
처음 수능 시험을 마치고 코스프레 촬영회를 열 때가 문득 기억나는데.
천사 금렵구 팀 코스프레를 했더랬다.
그 때 사귀기 전의 Y군을 처음 초대했었는데 ㅎㅎ 아련한 추억이여.
야외 촬영을 겁없이 롯데월드로 잡았는데
배경과 어울려 너무 좋을거야!! 회전목마!! 이러면서 즐거워했더랬지..
미리 알아볼걸.
들어가는 순간 제지당했다.
당연하지. ㅠ_ㅠ
미리 알아보지 못했고 그런 제약이 있으리란 건 생각지도 못했던 나의 실수.
저작권 개념도 약했던 때이고 아니, 그냥 세상에 대해 순수하고 무지했던 어린 때라,
그때는 왜 못 들어가는지조차 잘 이해되지 않았더랬다.
롯데월드에 엄연히 캐릭터가 따로 있고 사업장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고,
롯데월드 고유의 캐릭터들이 주가 되는데 말이야.
순수하고 모르니 용감했던 것 같다.
그래서 미리 알아보지 못하고 사람들은 불러놓고 일은 벌여 놓았던 내가 한심스러워서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울어버렸던 그때가 생각나네.
친구들에게도 미안하고 사진사들에게도 미안하고,
Y군을 짝사랑할 시절이라. 그 앞에서 더 부끄럽고 한심해서 눈물 폭발했던 듯.
결국, 어찌어찌 다들 달래주고 서로 파이팅해서 옆의 석촌 호수 공원에 가서 촬영했던 그 어린 날.
어떻게든 수습은 했지만, 내내 눈물이 비집고 나와서 정말 혼났다 ㅠㅠ
아 정말 제일 싫은 유형인데.
준비 안 해서 자기가 일 벌여 놨으면서 처리는 못 하고 울어버리는 거.
하지만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될 줄 알았던.
맨붕 중의 어린 나로서는. 우는 거 말곤 머릿속이 하얗게 돼서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
정말 당시 모인 팀원들에게, 사진사들에게 너무 부끄럽고 미안했던지라...
그 이후로 귀한 교훈을 얻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야외 촬영 시엔 꼭 촬영이 가능한 곳인지, 동선이나 스팟은 어떤지 짚고 넘어가게 되었다.
다시 큐라레 야외 촬영 이야기로 돌아가...
우선 동선과 스팟을 러프하게 정해놓고
그곳에서 촬영을 겸해 손보기로 했는데
첫 번째 촬영 예정지이자 만남의 장소인 커넬 워크에 막상 도착하니
현실과 웹 정보는 다르다는 일차 충격에 휩싸였다.
블로그에서 봤던 이미지는 이건데.
현실은 사람이 엄청 많은 쇼핑몰.
거기다 세일 중이야!!!!!!!!!!!!!!!!!!!!!!!!!!!!
배경에 이미 난립하는 매대.
도저히 깔끔하게 사진을 뽑을 수도, 그리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 끼치며
촬영을 감행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머지 멤버들이 준비하는 동안
미리 메이크업을 받고 온 나는 시간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처음 뵙는 파즈님과 무군님과 담소를 나눈 후 촬영 스팟을 둘러보고 재정비했다.
그렇게 다시 정한 촬영 스팟은 아래와 같다.
트라이볼 주간 촬영-> 센트럴 파크-> 송도 인천대교 전망대(컨테이너 아트 조형물)
-> 건물 야경-> 트라이볼 야간 촬영
주말에 촬영 스팟으로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에
출사나 가족단위 행락객들이 종종 있어, 가급적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촬영을 서둘러 진행했다.
송도는 미래 도시 이름에 걸맞은 멋진 건물들이 많았으며, 아직도 개발 중이었다
특히 컨테이너 아트 건축 조형물이나 야경의 트라이볼은 특히 큐라레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다.
[Photo by Fazz, Sooya.min (Voyager)]
[Photo by Fazz, Bingyucca (구미호)]
[Photo by Minochu, HARU (Haal9000)]
[Photo by Fazz, DIDO (Professor. Challenger)]
[Photo by Marc, REREW (Dr. MOREAU)]
[Photo by Fazz, IIDA (MORPHEUS)]
그리고 아직까진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곳이라 부담감이 적었다.
거리에 주말치곤 인적도 드물었다.
사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야외 촬영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서로에게 불편을 줄 수 있고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비교적 편안한 상황에서 진행할 수 있어 부담감도 적더라.
오랜만에 진행하는 야외 촬영.
익숙한 친구 중 처음 뵙는 사진사들과 이야기해보았는데,
무군님, Fazz님 두 분 모두 동창회나 소풍 느낌의 팀 촬영이 좋았다고 하셨다.
촬영을 메인으로 해서 찍고 찍히는 게 아니라
웃고 서로 떠들고 마치 친구들끼리 소풍 나온 마냥 즐기는 게 재미있었다고.
다들 비슷한 연령대의 사회인이라 아무래도 대화 주제도 통하고. 시간이나 경비 배분도 무리 없고.
특히 Fazz님은 고대 유물이 된 우리들과의 촬영이 신기하셨던 모양.
그도 그럴 것이. 처음 그가 행사장에 나간 꼬꼬마였던 초보 사진사였을 시절.
그때 우린 한창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코스프레어들이었으니까.
마냥 멀어 보였고. 추억 속에서 이제는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들과
함께 찍는 기분이 묘했다고.
모두 소풍간 기분으로 즐겁게 촬영했고,
그래서 결과물도 다들 좋았던 것 같아 만족스럽다.
[Photo by Marc, DIDO (Professor. Challenger)]
[Photo by Fazz, HARU (Haal9000)]
[Photo by Chusin, Sooya.min (Voyager)]
[Photo by J, IIDA (MORPHEUS)]
Photo by Marc, Bingyucca (구미호)]
[Photo by J, REREW (Dr. Moreau)]
야간까지 이어진 야간 촬영은 몸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정말 즐거웠다.
앞으로 우리에게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질지,
촬영을 이렇게 마음 놓고 할 수 있는 날이 올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뭔가를 하고 싶을 때 서슴없이 함께 일을 벌일 수 있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들이라면 언제든지 함께 하고 싶다.
누누이 말하지만, 코스프레를 하면서 얻게 된 가장 소중한 것이.
나를 이해하고 나와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고,
즐거운 일을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인연들이라고.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음화부터는 큐라레 코스팀 개개인의 인터뷰가 나갈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