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4일 서울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집 앞. 시민단체 관계자와 언론이 모여들었다.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 형사와 정복 경찰 등 100여 명이 접근을 막았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인근 건물 앞으로 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정조사와 청문회에 나오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었다. 지난 2월 2일 그가 펴낸 <대통령의 시간>이라는 회고록 때문이었다.
본인은 치적을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긁어 부스럼이었다. 자화자찬의 자서전은 동네에서 망신 당하는 기자회견을 자초했다. 많이 지나쳤다. 자원외교의 '투자 대비 회수율이 114.8%'라니.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는 이 자서전에 대해 간명하게 표현해줬다. '자뻑전'.
퇴임 후 집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정확히 6년 전, 그러니까 2009년 2월 4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과천 정부청사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했다. 그 전까지는 청와대 지하벙커에서만 하던 회의였다. 직접 정책 현장을 챙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였다.
청와대를 나온 보람이 있었다. 이날 이후 길이 기억될 '명텐도'가 탄생했다.
이 대통령은 엔고를 활용한 일본 진출대책이 필요하다며, "요즘 닌텐도 게임기를 초등학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던데... 일본의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개발해 볼 수 없느냐"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직원은 "우리가 따라가는 것은 일본 이상이고 게임 소프트웨어도 잘하는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창조적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는 일본이 앞서가는 면이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내수 시장은) 한번 뚫어 놓으면 오래가지 않느냐. 닌텐도 같은 게임기 개발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발언이 알려진 후 게이머는 박장대소했다. 황당해서였다. 게임인은 웃펐다.
이후 이런 종류의 이미지가 웹을 통해 떠돌아 다녔다.
닌텐도 DS는 2007년 1월 국내에 정식 발매됐다. 단일 기종으로 200만 대 이상 팔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이 대통령은 국산 닌텐도를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자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시물이 폭주했다. 대략 이런 반응들이었다.
‘닌텐도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줄 아나’
‘차라리 윈도우 XP를 개발하는 건 어떤가’
‘닌텐도는 건물이 아니다’
‘대운하 건설 게임 만들려고 하나’
그런데, 약 3달 뒤인 2009년 4월 30일 의도치 않게 '명텐도'라고 불리는 휴대용 게임이 출시됐다. 게임파크 홀딩스가 만든 'GP2X 위즈(Wiz)'였다. 게임기는 대통령의 발언 덕분에 언론의 조명을 잔뜩 받았다. 이 대통령과 아무 상관 없는 기기였다. 하지만, 닌텐도 발언과 명텐도 패러디가 대중적으로 화제가 된 탓에, 유저들 사이에 '명텐도'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언론의 지대한 관심과 애국심 마케팅 등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아쉽게도 'GP2X 위즈(Wiz)'는 실패했다. 닌텐도 DS와 PSP와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소프트웨어의 부재였다.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환경에서 게임기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게임기 개발 주장은 4대강과 닮아있다. 환경을 무시하고 강바닥을 파낸 대통령이 소프트웨어 환경 따위를 볼 리가 없었다. 환경을 간과한 탓에 GP2X 위즈(Wiz)는 실패했다. 같은 종류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실수를 우리는 4대강에 했다.
우리는 지금도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 앞으로도 오랜 시간 쏟아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