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열심히 달려왔다. 복돌이의 공습을 피해 미지의 온라인 세계로 왔다.
괄시 속에서 역사를 일구었다. PC방과 초고속인터넷의 확장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만들었다.
왕국의 영토는 커져나갔다. 사대관계는 뒤집어졌다. 해외에서는 우리의 라이선스를 얻기 위해 다퉜다.
게임의 규모는 계속 커졌다. 기존의 흥행 강자들을 넘어서야 했다.
더 화려한 그래픽, 다양하고 유기적인 콘텐츠, 차별화된 기획이 요구됐다.
개발비는 늘었다. 100억 원, 200억 원은 가뿐히 넘겼다. 개발 기간은 3년으로 부족했다.
사람은 계속 투입됐다. 백병전을 방불케하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실패의 대가도 따라서 커졌다. 창의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졌다. 성공하는 패턴을 따라가게 됐다.
대중은 익숙함 속에 신선함을 원했다. 회사는 안전한 성공을 원했다. 우리도 다르지 않았다.
결정은 중간을 향했다. 레이스는 길었다. 론칭이 끝이 아니었다. 끝없는 업데이트가 기다렸다.
문득, 대형 프로젝트의 부품처럼 느껴졌다.
그 때 한 마리 빨간 새를 봤다. 파란 하늘 위를 슈웅~ 나는. 꿈도 꾸지 못한 혁명이었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문득 좋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작은 팀으로 쿵짝쿵짝 PC게임을 만들던 시절. 모바일 시장은 그 시절의 즐거움을 기억나게 해줬다. 아이디어로 승부가 가능하고, 실패해도 부담이 적은.
적은 비용과 작은 팀, 짧은 개발기간으로, 다시 창의적인 기획을 할 수 있는 꿈을 꿨다.
앱스토어도 늦게 열리고, 이미 다른 플레이어들이 두각을 보였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날아올랐다. 파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었다.
모바일 시장은 먼저 들어온 사람들이 차지해버렸다. 카카오 제국은 선점당했다. 새로운 강자들은 크로스프로모션 등으로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었다.
북유럽의 바이킹까지 공격해왔다. TV에서는 재미있는 그들의 무용담이 잔뜩 펼쳐졌다. 라이엄, 아니 리암 니슨까지 합류했다. 노키아의 유산과 핀란드 정부의 스마트한 지원이 바이킹의 뒤를 무척 든든히 받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드래곤과 몬스터들이 날아들었다. 온라인게임 시절 주눅 들어있던, 한때 세계를 점령했던 콘솔의 캐릭터들이 모바일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쏟아져 밀려들었다.
거기에 중국까지 돌격해 들어오고 있다. 정부의 비호 속에 웹게임으로 노하우를 쌓았다. 온갖 휴대폰과 혼란스런 통신망 등을 겪으며 단단해진 기술력에 인해전술 식 인력투입으로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새들은 하늘에서 떨어졌다. 지상에서 피터지게 싸우고 있다. 10개월 전 경쟁력 있어 보이던 게임이, 출시 때는 그저그래 보인다. 모바일 웨이브를 먼저 탄 새들도 해답을 주지 못 한다. 기술발전은 쏜살같다.
모바일 판의 경쟁은 온라인게임보다 더 치열하다. 초를 다툰다. 개발팀의 규모도 커졌다. 실패의 대가도 커졌다. 실패의 확률도 커졌다.
<모던타임즈>는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