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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개발] 평범한 덕후의 좌충우돌 1인 동인게임 개발 도전기 ⑧

게임 심의 비용을 아끼기 위해 모바일게임 개발에 도전했습니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승운(리스키) 2017-10-04 09:02:13
지난 글에서는 일본 동인 시장에서의 게임 홍보 과정을 다뤘습니다. 사실 게임 홍보와 판매에 대한 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부분이라서 아직 '결론'을 내기는 어려운 내용이네요. 계속 부딪히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중이니까요.
 
일본에서의 게임 발매 및 홍보와는 별개로, 필자는 국내에도 게임을 공개할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주변에서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게임을 구매하고 싶은데 일본 사이트라서 살 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고민하다 결정을 내리게 됐죠.
 
그래서 국내 판은 정말로 필자의 자기만족을 목표로(...) 진행하게 된 부분도 있습니다. '기왕 처음으로 만든 게임, 아예 정식으로 등록해서 스스로 기념으로 삼자!' 라는 생각으로요. 겸사겸사 국내 BBW(Big Beautiful Woman) 팬층에게도 팔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일본에서 큰 패배를 경험해봤기에 수익에 대한 기대는 처음부터 접어놓고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 일단 한글 버전 클라이언트도 완성 버전을 만들자!
 
먼저 작업에 들어간 건 한글 버전 클라이언트였습니다. 이미 개발 과정에서 한글 버전 게임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최종 마무리 작업은 일본어 버전 클라이언트에만 했었거든요.
 

문제는 그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면서 연출을 몇 군데 손봤던 부분이 있는데... 한 달 넘게 일본 쪽 홍보에만 매진하고 지내다 보니, 필자가 어떤 부분을 수정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뭐 스크립트가 1~2페이지도 아니고 1만 줄이 넘어가는데...​

 

 오랜만에 스크립트를 손대려니 기억은 하늘나라 저편으로...

 

별수 없이 한글 스크립트와 일본어 스크립트를 양쪽에 띄우고 한 줄 한 줄 대조해가며 연출 및 대사 수정에 들어갔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일본어 스크립트 고칠 때 한글판도 같이 고쳐둘걸... 하는 후회가 몰려오네요.

 

번역 과정에서 일본어 발음에 맞춰 변경했던 용어 및 지명도 새롭게 적용하고, 앞서 연재물에서 언급했던 '잘못된 용어 사용'도 찾아서 수정하고, 그나마 직접 만든 게임이다 보니 스크립트 내부의 문제를 찾아 수정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수정 내용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 것도 있고요.

 

게임 로고의 경우 배달의 민족 폰트와 나눔 폰트가 상업 이용이 가능했기에, 해당 폰트를 이용해 로고와 게임 안내문의 일본어를 수정했습니다.

 ​ 한자 부분은 놔두고, 일본어 제목을 한글 타이틀로 교체!

 

타이틀 화면을 포함해 한글 버전 클라이언트를 다듬는 과정은 그렇게 하루 만에 완료! 밑 작업이 끝났으니 이제 게임 발매를 준비해 볼까요?

 

 

#  PC게임 심의 비용이 하늘을 뚫고 치솟는구나!

 

PC용 게임의 경우, 국내에서 누군가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심의 기관에서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합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나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이하 게콘위) 등의 심의 기관 말이죠.

 

인디 게임의 경우 이 심의 기준과 관련해 과거부터 여러 가지 마찰이 생겨왔습니다. 사업자 등록이라든지 사업장 환경이라든지 하는 문제가 인디 게임 개발자에게 장벽이 되곤 했죠. 다행히도 지금은 법이 많이 개정되어, 필자와 같은 인디 게임 개발자는 사업자 등록 없이 개인 자격으로 등급 분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일단은 게관위 홈페이지에 들어가 등급 분류 관련 내용을 읽어보고, 심의 비용을 확인해 봤습니다.

 

심의 비용의 경우 게임의 용량과 장르 등에 따라 비용이 다르게 계산되는데요. 300mb 미만의 게임은 기본요금 56,000원에 장르별 계수(어드벤처는 2배)를 곱해 112,000원이지만, 300mb 이상의 게임은 기본요금이 168,000원으로 적용되어 총 336,000원이 듭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관위)의 등급 분류 수수료는 이렇습니다.

 

필자의 완성 버전 게임은 용량 333mb. 고작 33mb 초과 때문에 30만 원이 넘는 돈이 날아가게 생긴 탓에, 급하게 용량 축소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게임 내에 사용된 음원은 이미 Ogg 포맷이라서 더 용량을 줄이기도 힘들고... 그나마 300여 장에 달하는 배경 이미지가 최고화질 Jpg였기에, 이걸 살짝만 화질을 낮추는 식으로 작업했습니다. (포토샵 기준 Jpg 화질 12→8) 배경 이미지 중에도 용량이 큰 그림 위주로 화질 다운 작업을 거치니 어떻게든 최종 용량이 290mb까지 줄어들었네요.

 

'자, 이제 300mb 이하의 비용 계산이 가능해졌으니 등급 분류 신청을 하자!' 하고 패기 넘치게 다시 게관위 홈페이지를 찾았습니다.

 

먼저 회원 가입을 하고(이것도 가입 신청 후 따로 전화 걸어서 승인 요청을 해야 가입이 완료되네요. 불편...), 심의 신청에 필요한 내용을 하나씩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의 스토리, 플레이 방식, 선정적인 표현은 무엇이 있는지, 어째서 나오는 장면인지,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지, 폭력적인 요소는 무엇이 있는지, 폭력 묘사의 성격이 어떠한지 등등 상세히 작성해야 하는 내용이 참 많네요. 여기에 30분 내외의 게임 플레이 영상(선정성, 폭력성 등 신청서에 기재한 부분이 전부 나오도록)도 따로 만들어 올려야 하고요.​
 

 객관식 항목 외에도,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하는 항목이 참 많습니다.

 

하루를 꼬박 걸려 내용을 전부 채워 넣고 영상을 만들어 올리니, 5분쯤 지나서 전화가 옵니다.

 

게관위 : 안녕하세요, 대표님. <만다라화 ~뱀의 여왕~> 등급 분류 신청하셨죠?

필자 : 예, 예, 맞습니다.

게관위 : 게임 등급을 15금으로 신청해 주셨는데요. 어... 저희는 18금만 취급하고요. 전 연령에서 15금까진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에 신청하셔야 해요.

 

필자 : ...예?​

 

 기술서 채우고 영상 만드는 데 6시간 걸렸는데...

  

아차! 게임 심의 기관이 게관위와 게콘위로 나뉘면서 연령 등급에 따라 업무가 분할된다는 걸 미처 알아보지 못했었네요. 게관위 홈페이지에도 연령 등급에 대한 안내가 잘 나와 있길래 여기에 신청하면 될 줄 알았는데...

 

하루 동안 설명문 작성하고 영상 만든 게 아깝긴 했지만, '이건 이거대로 내용 복사해 붙여 쓰면 되니까...' 하는 심정으로 이번엔 게콘위 홈페이지를 찾아갔습니다. 혹시나 해서 다시 등급 분류 비용을 알아보니... 어? 어어??​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게콘위)의 등급 분류 수수료는 이렇습니다.

 

맙소사, 여기가 더 비싸잖아! 300mb 미만 기준으로 8만 원을 2배 해서 16만 원으로 계산되네요. 게관위에서 11만 원이 나왔을 때도 은근히 부담돼서 할까 말까 살짝 고민됐는데, 여기가 더 비싼 곳일 줄은...

 

그렇게 좌절감을 느끼고 주변인들에게 하소연하니 곳곳에서 "그럴 바엔 차라리 모바일로 만드는 게 낫다"는 조언을 해줬습니다. 구글 플레이에 올리면 개발자 등록 비용만 받고 심의는 공짜라고요. 렌파이 엔진의 경우 모바일용 클라이언트도 만들 수 있으니 그쪽을 도전해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그렇다면 모바일용 클라이언트를 만들자!

 

처음 게임 제작에 뛰어들었을 때는 PC용 비주얼 노벨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는데, 그동안 한 단계씩 작업을 거치며 필자에게도 오기가 생겼던 모양입니다. 3D 배경도, 음악도, 코딩도, 일본 출시도 매번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의 연속이었으니, 이번에도 한 번 모바일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도전해 보자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기왕 시작한 거, 끝까지 가야죠.

 

우선 모바일 환경에서 게임을 돌리기 위해선 PC보다 작은 화면에 맞게 UI를 새로 세팅해야 했습니다. 작은 크기의 핸드폰 화면에 PC 기준의 폰트 크기로 대사가 나오면 잘 안 보일 테니까요.

 

내용 진행에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렌파이로 만든 프로젝트 파일의 경우 게임 내의 옵션 스크립트에 기본적으로 모바일 환경에서 출력될 폰트 크기와 위치 등이 세팅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모바일 환경의 화면 크기에 따라 스몰, 미디움, 라지로 각각 설정이 나뉘고요. 작은 핸드폰에선 스몰 기준의 세팅이, 태블릿PC 등의 큰 화면에선 미디움 기준의 세팅이, PC 환경에선 라지 기준의 세팅이 각각 적용됩니다. 단순히 모바일 게임이라고 해도 이용자가 어떤 기기를 사용할지는 다 다를 테니까요.

 ​ 

 렌파이로 만든 프로젝트에는 기본적으로 모바일 환경에서 출력될 폰트 크기 등이 설정돼 있습니다.

 

먼저 기존의 PC용으로 만든 게임을 안드로이드용 APK로 출력해 구동 테스트를 해보니, 7인치 대형 화면을 자랑하는 필자의 핸드폰(갤럭시w)에서도 글씨가 작게 느껴집니다. 일반적인 5~6인치 핸드폰에선 말할 것도 없겠죠. 그나마 태블릿PC에선 PC 버전의 화면이 그럭저럭 괜찮게 느껴지네요.

 

얼추 어느 정도의 크기가 핸드폰에서 가독성이 괜찮은지 확인했으니, 이제 텍스트 상자를 새로 그리고 대사 텍스트의 위치도 재설정하며 하나씩 모양을 잡아갔습니다.​

 

 모바일 화면에 맞게 폰트 크기를 조절하고, 텍스트 박스도 비슷한 형태로 새로 만들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는 PC에서 에뮬레이팅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이제 됐겠다 싶어 APK를 생성. 될 수 있는 대로 여러 종류의 핸드폰에서 테스트를 해보려고 친구들에게도 하나씩 보내봤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핸드폰에선 정상적으로 모바일용 화면이 뜨고, 어떤 핸드폰에선 PC용 화면이 뜨는 식으로요.

 

다시 옵션 스크립트를 찬찬히 뜯어보니 핸드폰 크기에 따른 스몰/미디움 설정이 뒤죽박죽되어 있었습니다. 폰트 크기나 텍스트박스 사용 등을 스몰/미디움 양쪽에 동시에 적용하려고 코드를 추가하면 아예 명령어가 충돌돼서 실행도 안 되는 상황.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터지고, 그걸 해결하면 다시 처음 부분에서 문제가 터지는 일이 반복되어 머리를 쥐어 싸매고 있으니,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확 하고 떠올랐습니다.

 

'맞아. 어차피 이걸 PC로 돌릴 것도 아닌데, 그냥 모바일 전용 프로젝트 새로 만들고 PC용 기본값도 모바일용에 맞춰버리면 되잖아?'

 

 머엉... (고의 중복)

 

'...우와. 진짜 간단하고 당연한 방법인데 왜 이제야 떠올랐지? 사실은 난 바보였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새 프로젝트를 만들어 모바일용 세팅을 시작했습니다. 스몰/미디움 화면에 상관없이, 인식이 꼬여 PC용 화면이 나와도 똑같은 화면이 보이도록요.

 

그렇게 세상은 평화를 맞이했...이 아니고, 우여곡절 끝에 모바일용 실행 파일이 완성됐습니다. 자, 이제 구글에 올릴 차례다!

 

 

# 구글플레이, 나랑 싸우자!

 

모바일용 클라이언트를 완성했으니 이제 구글플레이에 개발자 등록을 하고 게임을 올릴 차례가 왔습니다.

 

우선 구글플레이에 개발자 등록을 하는 데에는 25달러(한화 약 2만8천 원)의 비용이 듭니다. 대신 게임 등록 시 자체 심의로 진행돼서 별도의 심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PC게임보다 경제적이죠. 게콘위에선 심의 비용만 16만 원 나왔는데...

 

개발자 등록을 마치고 이제 구글플레이에 올라갈 게임 소개 페이지를 꾸밀 차례! 샘플 이미지(+홍보 이미지)를 넣고, 구글플레이에 표시될 앱 아이콘, 페이지 상단에 보일 타이틀 이미지, 게임의 간략 소개문, 상세 소개문 등을 차례로 등록했습니다.​
 

 샘플 이미지는 홍보 이미지 3장과 플레이 화면으로 채워 넣어 완성!

 

게임 등록자의 개인정보처리방침은 URL 형식으로 링크하게 되어있어서 이걸 어떡하나 고민했는데, 이건 '개인정보보호 종합포털'에서 만들 수 있네요. 기본 형태의 개인정보처리방침 문서가 있고, 여기에 책임자 이름이나 연락처 등을 추가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완성된 문서는 HTML 파일로 내려받아 자신의 홈페이지 계정에 올려서 쓰는 방식이었죠.​
 

 개인정보처리방침은 개인정보보호 종합포털에서 직접 편집하고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엔 가장 중요한 게임 APK를 올릴 차례. 어라? 그런데 기본 파일의 업로드 용량 제한이 100mb? 그게 넘는 건 소용량 APK 파일과 대용량 추가 파일 형식으로 올리라고? 내가 만든 건 290mb짜리 APK 파일이었는데?

 

이 부분은 자세히 알아보니, 렌파이에서 APK 파일을 생성할 때 별도로 설정해줘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해결을 위해 수차례 시행착오와 고민을 거쳤지만, 렌파이 내에서의 시행착오 내역에 대한 건 방법론에 해당하기에 여기에선 간략하게 줄이고 넘어가죠. 구글플레이 전용 분할 APK를 출력하는 과정에서 계속 오류가 생겼거든요.

 

고생 끝에 찾아낸 해결 방법은, 구글플레이 개발자용 화면에서 먼저 API 라이선스 키를 발급받은 뒤 그걸 게임 내 스크립트에 입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건 렌파이 엔진의 작업 방법이라서, 다른 엔진으로 모바일게임 개발을 하는 경우엔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API 라이선스 키 자체는 비슷하게 필요할 거라 생각되지만...)

 

최종적으로 구글플레이 전용 APK 파일을 완성해 올린 뒤, 이번엔 등급 분류 화면에 들어갔습니다.

 

게관위나 게콘위에서 등급 분류를 신청할 때는 상세히 작성해야 하는 항목이 매우 많았는데, 구글플레이에서 등급 분류를 할 때는 대부분의 항목이 객관식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여러 항목 중에서 자신의 게임에 맞는 내용을 선택하면 최종적으로 선택된 항목을 종합한 이용 등급이 나오는 식이죠.​
 

 분명 선정성과 폭력성 부분에서 문제 될 법한 내용 다 체크했는데... 12세 이용가? 진짜?

 

 필자가 잘못 본 건 아닌가 싶어서 세부 항목 점검해 봤는데... 이게 12세 이용가가 되네요. (...)

 

소개 페이지 내용 작성, 샘플 이미지 등록, 개인정보처리방침 등록, 게임 파일 업로드, 이용 등급 자체 심의를 모두 마쳤으니 이제는 하늘(구글)에 모든 걸 맡기고 간절히 기도하며 제출 버튼을 눌렀습니다. 등록한 앱이 구글플레이에 올라가기 위해선 몇 시간 정도 심사를 거쳐야 한다네요.

 

새하얗게 불태운 심정으로 잠시 게임을 하고 있으니, 기다리던 메일이 왔습니다.

그 메일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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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

스토어 등록정보에 있는 정보는 모든 사용자(로그인 여부와 관계없음)가 액세스할 수 있으므로 모든 잠재고객에게 적합해야 합니다. 부적절한 텍스트가 스토어 등록정보에 포함되어야 하는 경우, 별표 등을 사용하여 검열되어야 합니다. 이미지가 모든 연령대에 적합해야 하므로, 적합하지 않은 경우 스토어 등록정보에서 삭제됩니다.

 

스토어 등록정보(설명, 제목, 아이콘, 스크린샷, 동영상, 프로모션 이미지 등 포함)에서 신고된 콘텐츠는 다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 실제, 시뮬레이션, 판타지 주제로 다음이 표시됨:

  - 가슴, 둔부 또는 성기를 지나치게 꽉 조이거나 최소한으로만 가린 의류

  - 선정적인 자세

  - 비정상적으로 큰 가슴, 둔부 또는 성기

  - 아이콘의 테두리를 넘은 가슴, 둔부 또는 성기

- 메타데이터 또는 로고에 욕설이나 저속하고 불쾌감을 주는 용어 등 부적절한 텍스트가 포함됨

- 앱 아이콘, 프로모션 이미지, 동영상에 노골적인 폭력이 생생하게 묘사됨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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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하하하. 짧게 요약하자면, 샵에 등록한 샘플 이미지에 문제가 있으니 다시 제출하라는 내용이네요. 앱을 내려받는 건 이용 연령 이상의 이용자만 받을 수 있지만, 해당 페이지 자체는 모든 연령이 열람할 수 있으니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건 모두 빼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끄응... 우선 항목을 하나씩 점검해가며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겠죠.

 

- 먼저 1번 항목인 '의복 디자인'에 대한 건 샘플 이미지 중 비키니 갑옷이나 노출도 높은 옷을 입은 캐릭터를 말하는 거니, 해당 캐릭터는 샘플 이미지에서 제외.

 

- 2번 항목인 선정적인 자세는 타이틀 이미지의 히로인 자세가 보기에 따라 야하게 보일 수 있으니 이것도 제외.

 

- 3번과 4번 항목인 비정상적으로 큰 가슴...... 구글, 나랑 싸우자! 나보다 크게 그리는 게임 많거든?! 게다가 살찐 체형엔 이 크기가 현실적이거든?! 일단 3, 4번 항목에서 가리키는 캐릭터는 1번 항목에 해당하는 캐릭터일테니, 걔들을 뺀 시점에서 이것도 통과.

 

- 5번 항목인 저속하고 불쾌감을 주는 용어...는, 확실히 여성 캐릭터의 체형을 가리키는 텍스트가 이거에 걸릴 수 있으니 수정.

 

- 6번 항목인 노골적인 폭력은, 샘플 이미지 중 배경에 피가 튀긴 게 한 장 있으니 제외. 나머지 이미지엔 폭력과 관련된 게 없었고...

 

'좋아! 다 고쳤다! 이제 됐지?!' 다시 제출 버튼 클릭! 몇 시간 기다리고 다시 답장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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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

- 실제, 시뮬레이션, 판타지 주제로 다음이 표시됨:

  - 가슴, 둔부 또는 성기를 지나치게 꽉 조이거나 최소한으로만 가린 의류

  - 선정적인 자세

  - 비정상적으로 큰 가슴, 둔부 또는 성기

  - 아이콘의 테두리를 넘은 가슴, 둔부 또는 성기

- 메타데이터 또는 로고에 욕설이나 저속하고 불쾌감을 주는 용어 등 부적절한 텍스트가 포함됨

- 앱 아이콘, 프로모션 이미지, 동영상에 노골적인 폭력이 생생하게 묘사됨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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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아웃이야? (고의 중복 2)

 

캐릭터 선정성은 둘째치고 텍스트 수정과 폭력성 부분은 다 처리했는데... 똑같은 내용의 메일이 다시 오니 당황했습니다. 혹시나 해 이의 제기 메일을 보내보니, 이번엔 아래쪽 두 줄을 뺀 선정성 부분만 다시 돌아왔네요. 메일에 첨부된 샘플 이미지를 보니 '얘는 괜찮겠지' 했던 메인 히로인도 선정성 이슈에 걸린 것 같았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부분을 고치라고 밑줄까지 친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끄응... 다른 비키니 갑옷 캐릭터완 달리 얘는 가슴도 작고 입을 거 다 입었다고 생각했는데, 가슴골이 보이고 살짝 끼는 옷 디자인이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두 손 모아 다소곳하게 서 있는 자세가 선정적인 자세라니...

 

일단 고민은 뒤로 제쳐놓고, 정확하게 문제 되는 부분을 짚어줬으니 해결을 해야죠. 결국, 메인 히로인은 타이틀 이미지에 '얼굴만' 보여주는 거로 끝내고, 샘플 이미지는 조연 캐릭터인 남성 캐릭터와 꼬마로 교체. 누가 보면 BL게임인가 싶을 정도로 샘플에 남성 캐릭터만 남겨둔 뒤 다시 제출!​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구글 플레이 입점 성공~! 이얏호!

 

이번에는 무사히 통과! 앞으로는 캐릭터 디자인을 할 때 일부러라도 꽁꽁 싸매고 헐렁하게 입은 옷도 추가해둬야겠네요. 연애 게임인데 대체할 이미지가 없어 남성 캐릭터만 나오는 샘플 이미지라니...

 

어찌됐든, 이렇게 한글 버전 모바일게임도 무사히(?)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구글플레이에 등록한 덕분에 비용도 많이 안 들고, 나름대로 자작 게임을 한국과 일본에 각각 완성해 공개하게 됐네요. 여러 가지 의미로 감개무량한 결과입니다. 판매량 빼고.

 

 

# 기획부터 개발, 발매까지의 여정을 뒤돌아보니...

 

그동안의 여정을 되돌아보니, 필자가 혼자 게임 개발에 쏟아부은 시간은 7개월 남짓 됩니다. 아니, 시나리오 구상과 기획 수정까지 더한다면 지난 몇 년의 시간을 '나만의 게임을 완성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보내왔네요.

 

글 쓰는 것과 그림 그리는 것밖에 모르던 상태로 무작정 시작해서, 작업이 한 계단씩 진행되는 동안 하루하루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일부는 교훈이 됐고, 일부는 노하우가 됐고, 일부는 기술이 되어 남았습니다.

 

어릴 때 막연하게 생각했던 '언젠간 나도 내가 쓴 소설이랑 내가 그린 캐릭터로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꿈을 현실로 실현하고 싶다는 갈망이, 지난 7개월간 끊임없이 필자를 채찍질하고 계속 달리게 했던 것이겠죠.​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어!'라는 건, 아주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습니다.

  (단지 이런 몹쓸 어른이 돼서 소수 취향의 동인 게임을 만들게 될 줄은 그땐 몰랐죠)

 

그 결과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고,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다는 하나의 꿈은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필자에게 남은 건 이 게임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플레이시키고, 스스로가 만든 세계를 계속 확장해나간다는 새로운 꿈이죠.

 

물론 현실적으로는 지금의 모습은 '성공'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여전히 배는 고프고, 게임 판매량은 여전히 극미량이며, 돈을 벌지 않으면 다음 게임 준비는커녕 당장 생활조차 어렵습니다. 어렵게 만든 게임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기는커녕 개발자의 자기만족으로 끝나게 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고요.

 

게다가 더 나이를 먹고 나면 지금처럼 꿈 꿀 기회도 더는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실상 이번이 필자의 인생에서 꿈을 좇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겠죠. 게임이 엄청나게 히트를 해서 생활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고 이걸 본업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현실은 냉혹한 법이니까요.

 

하지만 동인 게임을 만든다는 건 그래서 더욱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생에 한 번쯤 꿈을 꿔보는 건 누구에게나 주어진 권리니까요. 누구의 눈치 볼 것 없이 만들고 싶은 걸 자유롭게 만들고, 그 결과로 스스로 이해하거나 경험과 교훈이 남을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있어 결코 의미 없는 행위는 아닐 테니까요.

 ​

 만들고 싶은 걸 자유롭게 만들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 부딪히고 저기 부딪히고 하며 혼자서 게임을 만든다는 경험은 분명 흔한 경험은 아니겠지만, 업계에 개발자로 종사하는 사람에게 비교한다면 필자의 경험과 지식은 어디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수준일 테니까요. 동인팀 중에는 이미 메이저 개발사와 경쟁해도 될 수준의 게임을 만들어내는 곳도 많고요.

 

그 때문에 이 글은 어디까지나 '동인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예전의 필자와도 같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힌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쓰게 됐습니다. 취미로 소설을 쓰는 사람도, 취미로 팬아트를 그리는 사람도 막상 게임 제작에 대해서는 막연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 실제로 부딪혀 보면 어디에든 길은 있더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어려워 보여도 그냥 '시작하면 된다'고요.

 

필자의 지난 몇 개월의 개발 기간을 다르게 표현해 본다면, '무언가를 만드는 게임을 7개월간 즐겼다'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몰입해서 즐기고, 고민하고, 하나씩 임무를 완료하면서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마치며, 필자가 즐겨본 <1인 동인 게임 개발>이라는 플레이타임 7개월짜리 현실 게임에 대해 개인적으로 평가를 한다면 '재미있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꼭 한 번 도전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요. 필자 자신도 아직 결말을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후회하지는 않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긴 연재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새로운 글에서, 혹은 새로운 게임에서 다시 만나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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