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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미술관](5) 몬스터 디자인의 장인, 하스스톤을 만나다. 김재민 아티스트

반세이(세이야) 2019-02-18 16:03:04
디스이즈게임이 ‘게임미술관’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게임업계 금손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작품과 함께 작품의 목적과 작업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유저들에게는 흥미로운 읽을 거리를, 지망생들에게는 참고가 될 자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괴물’은 예로부터 두렵고도 신비한 존재였습니다. 다양한 콘텐츠에서 인간 세상에 해를 끼치는 존재로, 숭상받는 존재로도 묘사됐죠. 괴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도 맥을 함께 합니다. 미지의 존재는 인류에게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두려움은 종종 시각화 되어 머리에 뿔이 나고 몸에 털이 난 괴물로 표현되곤 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괴물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무언가를 시각화 한 모든 것일지도 모릅니다.  

 

크리쳐 디자인의 마스터피스로 인정받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제노모프

 

게임에서도 괴물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게이머 여러분들에겐 몬스터라는 단어가 좀 더 익숙하겠네요. 필드를 기어다니는 곤충형 몬스터부터 항해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거대한 연체동물, 반만 인간의 모습을 한 반인반수 등. 인간 캐릭터들이 피부색이나 이목구비, 머리카락 색 등으로 외형이 달라진다면 몬스터들의 외형 변화는 한층 더 스펙타클합니다. 이 말은 즉슨, 아티스트가 상상력을 발휘할 구석이 한층 넓어진다는 뜻입니다. 

 

오늘 소개할 김재민 아티스트는 몬스터 컨셉 디자인으로 업계에서 커리어를 쌓아왔습니다. 좀 더 전문적으로는 ‘크리쳐’ 디자인이라고 부릅니다. 네오위즈의 <블레스>, 캡콤코리아의 <몬스터헌터>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하스스톤> 카드 디자인도 맡아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은 엔씨소프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김재민 아티스트

 

 

# 몬스터는 ‘정말 존재하는 것처럼’ 디자인 돼야 

 

김재민 아티스트의 디자인 철학은 명확한 편입니다. 몬스터는 ‘정말 존재하는 것처럼 디자인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너무 괴기스럽거나 징그럽게만 디자인하려다보면 현실감이 떨어지고 유저들이 몬스터를 보고 느끼도록 의도된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여기에는 단순히 몬스터의 생김새 뿐만 아니라 움직임이나 질감 등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몬스터를 현실적으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구조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미술학도들이 인체 구조를 알기 위해 해부학을 공부하는 것처럼 좋은 몬스터 디자인을 위해서는 생물학 공부가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곤충이나 연체 동물 등은 저마다 독특한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척추 동물은 어느 정도 유사한 구조를 띄고 있기에 기본적인 골격에 큰 근육 덩어리를 붙이는 식으로 작업한다고 합니다. 

 

김재민 아티스트 개인작 <크리쳐1>. 크툴루 세계관을 가진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제작한 작품. 크툴루 세계관에서 크리쳐들은 대체로 기괴한 감성을 주는 컨셉 소스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 크리쳐는 아기새의 큰 입과 노란 입꼬리, 돌고래의 탄탄하고 매끈한 몸통, 과하게 익어 터져버린 과일을 연상시키는 인상과 크툴루의 단골 이미지인 문어 다리를 활용해 기괴한 느낌을 주도록 디자인한 것. (아티스트 주) 

  

 

# 과거와 달라진 시장 판도, 커버리지 넓혀야 활동 수월해져  

 

몬스터 디자이너는 한국에서 MMORPG가 호황을 이루던 당시 많은 각광을 받았습니다. MMORPG 세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몬스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전담 팀이 존재하던 때였죠. 모바일로 시장 판도가 바뀐 뒤로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김재민 아티스트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몬스터 디자인만으로 입지를 다지기는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해외의 경우 게임이 아니더라도 몬스터가 등장하는 콘텐츠가 비교적 많이 생산돼 수요가 있으나, 한국에서는 몬스터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 등이 아직 도전적인 영역으로 남아있기 때문이죠. 괴물이 등장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여러분도 어떤 전형적인 무언가가 떠오르시죠? 

 

한국에서 ‘괴수 콘텐츠’는 여전히 비주류에 가깝다. (영화 <제7광구> 스틸컷)

 

그렇기 때문에 몬스터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거나 캐릭터, 코스튬 디자인 등 다른 영역으로의 커버리지를 넓히라고 김재민 아티스트는 조언합니다. 김재민 아티스트 역시 한때 해외 진출을 고려했지만 외주 작업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리라 마음먹었다네요. 한국인 아티스트들은 실력이 뛰어나 이런 저런 외주 의뢰가 많지만, 커뮤니케이션이나 시차 등의 문제로 작업이 쉽지는 않다고 합니다.

 

 

# 김재민 작가의 대표작, <하스스톤> 카드 일러스트 

 

김재민 작가는 블리자드의 요청으로 <하스스톤>의 카드 일러스트를 다수 작업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작가의 코멘트와 함께 소개합니다.

  

<하스스톤> ‘보석 박힌 딱정벌레’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하스스톤>은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카드게임입니다. ‘보석 박힌 딱정벌레’ 카드에 등장하는 딱정벌레는 당시 <워크래프트> 세계관에 존재하지 않았던 몬스터로, 김재민 아티스트는 블리자드로부터 일반적인 딱정벌레에 화려한 보석이 박힌 모습을 표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하네요. 유저들이 당시 유행하던 가요 <오빠차>의 가사를 ‘오빠차 보박딱 널 때리러 가’라고 변용해 부르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고 합니다. :)

  

<하스스톤> ‘정글 표범’

<정글표범>은 김재민 아티스트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TCG> 프로젝트 당시 작업한 카드입니다. <하스스톤> 론칭 당시 포함된 카드로, 나이트엘프가 치타로 변신한 모습을 요청 받아 작업했다고 합니다. <하스스톤> 론칭 트레일러에 카드 이미지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 가슴이 벅차올랐던 기억이 있다네요. :)

  

 <하스스톤> ‘새끼용’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오랜 팬인 김재민 아티스트. 위의 <새끼용> 일러스트는 오리지널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겁게 작업했다고 합니다. <하스스톤>에도 드래곤 카드가 많이 등장하죠. :)

 

 <하스스톤> ‘독한 마음의 자릴’


​‘독한 마음의 자릴’ 일러스트는 김재민 아티스트가 레퍼런스 체크의 중요성을 체감한 작품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던 당시 김재민 아티스트는 <하스스톤> 세계관을 좋아하던 어느 수강생에게 ‘자릴은 손가락이 4개인데 왜 3개로 표현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는데요. 첫 유저 피드백이라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했다네요. 이 일을 계기로 김재민 아티스트는 보다 유심히 레퍼런스를 체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 김재민 아티스트 개인작 


<벌레 공룡>. 2족 보행 공룡의 움직임을 모티브로 한 절지류 콘셉트의 크리쳐. 서로 다른 종이 합쳐진 콘셉트의 크리쳐를 만들 때, 외골격을 가진 절지류는 외형을 다소 과장하더라도 설득력 있는 표현을 하기에 용이하다. (아티스트 주) 

 

<크리쳐2>. 실루엣은 스피노사우스르와 유사하지만 각 부위 요소들은 기괴한 감성을 줄 만한 요소들로 채워 넣었다. 설익은 무화과를 연상시키는 피부의 무늬, 매끈한 질감, 선인장 열매들의 군집, 닭의 벼슬, 반딧불의 꼬리 빛. 어쩌면 일반적일수도 있는 요소들이지만 공통된 포인트를 잡아 대입하면 기괴함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입이지만 무언가를 먹을 수 없도록 두꺼운 혓바닥으로 막아버린 구성도 기괴한 감성을 유도한 요소. (아티스트 주)


스마우그(2014). 호빗에 등장하는 드래곤에서 영감을 받아 김재민 아티스트만의 컨셉으로 표현한 일러스트. 드래곤 하면 떠오르는 요소들인 두꺼운 비늘과 목줄기를 타고 흐르는 비막, 왕관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뿔 등을 충실히 표현했다. 신화 속 생물(용)을 표현할 때는 어릴 적 만화나 동화책을 통해 접했던 상상 속 생물을 직접 보고자 하는 욕구를 만족 시킬 수 있도록 외형 요소를 보수적으로 선택하는 편. 작은 앞다리는 포식자 티렉스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동굴을 낮게 기어갈 때 바위들을 짚는 기믹이 될 수도 있어 개성 포인트로 넣어 보았다. (작가 주)

김재민 아티스트의 다른 작품들은 아트스테이션(바로가기)에서 더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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