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과 칼이 맞부딪히고 공격과 방어가 교차하는 게임. 대전액션 같은 MORPG <수라 온라인>이 기자들을 대상으로 플레이 버전을 공개했다. 그동안 영상으로만 볼 수 있었던 <수라 온라인>의 실제 콘텐츠는 어떤 느낌일까? 직접 체험해 본 <수라 온라인>은 빛과 어둠의 선명한 대비와, 적과 내가 만들어가는 역동적인 공방이 인상적인 게임이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유화로 그린 ‘전설의 고향’
모현국의 황제 완이 급사한 지 여드레 만에 관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은 황제의 부활을 기꺼워했지만 부활한 황제는 그들이 알던 이가 아니었다. 황제는 백성들을 부려 거대한 성을 짓고, 이를 마신 아수라에게 봉헌했다. 그는 이미 아수라의 꼭두각시가 된 지 오래였고, 미쳐버린 황제 아래 제국은 마계와 연결돼 어둠에 휩싸였다.
<수라 온라인>은 아수라와 그의 꼭두각시가 된 황제에 맞서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린 게임이다. 미쳐버린 황제와 어둠에 휩싸인 제국이라는 설정처럼 이 게임의 세계는 어둡고 음침하다. 제국의 힘이 되던 ‘구마광산’은 두억시니의 소굴이 되어 붉고 푸른 도깨비불만이 유저를 맞이한다.
체험버전의 마지막 던전인 ‘청무황성’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어둠을 흔들리는 화롯불과 간간히 내려치는 번개불빛에만 의지해 돌파해야 한다.
어둠이 단순히 유저의 눈을 가리고 적을 숨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유저의 공격에 깨진 화롯불이 비친 던전은 <수라 온라인> 세계의 암울함과 유저의 고행을 운치 있게 그려낸다. ‘선인’의 옥빛 검기와 ‘신수’의 진홍색 검풍, 그리고 ‘반요’의 화려한 법술은 어두운 <수라 온라인>의 세계 속에서 선명한 색체 대비로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든다.
납량드라마 <전설의 고향>에서나 볼 법한 어두운 배경과 캐릭터들의 밝고 선명한 공격 이펙트는 마치 짙은 유성물감으로 동양화를 그린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다만 이러한 대비가 과해, 일부 던전에선 은은한 배경과 캐릭터의 공격 이펙트가 괴리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또한 빛과 어둠의 대비가 선명했던 대부분의 던전과 달리, 일부 낮 배경의 던전은 어두운 배경에서 빛나던 캐릭터들이 더 강한 빛 아래서 빛이 죽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 대전액션과 패턴공략의 결합
<수라 온라인>은 캐릭터 간의 정교한 공방전을 강조한 게임이다. 무기(일반공격), 기술(스킬), 보패라는 3가지 속성의 공격과 받아내기와 쳐내기라는 2가지 방어 속성이 만드는 공방은 마치 대전액션 게임과 같은 액션을 만들어냈다.
이런 <수라 온라인>만의 액션이 핵앤슬래시가 대부분인 MORPG의 던전 콘텐츠와 결합한다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라 온라인>의 던전 콘텐츠는 네임드 몬스터와의 대전액션 같은 공방과 보스와의 독특한 패턴싸움이 결합된 방식이었다.
<수라 온라인>의 던전 구성은 일반적인 MORPG와 흡사하다. 유저가 던전을 돌파하면 수많은 일반 몬스터와 소수의 네임드 몬스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력한 보스가 유저를 가로 막는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캐릭터가 보유한 ‘액션’이다. 공격 일변도의 다른 게임와 달리 <수라 온라인>의 캐릭터는 받아내기(막기)와 쳐내기(튕기기)라는 방어 기능을 갖고 있다.
받아내기와 쳐내기는 <수라 온라인> 액션의 핵심이다. 유저는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 공격을 막는 받아내기와 공격을 끊고 경직을 주는 쳐내기 액션을 사용할 수 있다. 받아내기는 반격의 기회가 짧은 대신 적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반공격과 기술공격을 막을 수 있고, 쳐내기는 적의 큰 빈틈을 만들지만 유저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기술 공격을 막을 수는 없다.
이 두 가지 기능으로 인해 유저는 네임드 몬스터를 상대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 기존처럼 적의 공격을 피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적의 공격을 받아내 적의 빈틈을 노릴 수도 있다. 물론 상대가 처음부터 나를 날리거나 쓰러트려 방어 액션을 사용할 틈도 없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방어에 성공만 한다면 적의 빈틈을 노려 순식간에 큰 피해를 입히는 것도 가능하다. 패턴에 기반하긴 했지만 대전액션과 같이 받아내고 반격하는 ‘합’(合)이 살아 있었다.
대전액션을 연상시키는 네임드 몬스터 전투와 달리,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는 경험과 눈썰미가 중요한 패턴공략 방식이었다. <수라 온라인>의 보스는 캐릭터와 공방이 가능한 연속공격보다는, 치고 빠져야 할 곳이 명확한 독특한 패턴공격을 주로 사용한다.
7레벨에 만나는 보스 ‘염마 부동’은 계속 보호막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때문에 보스 몬스터를 집중 공격하다가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부하들에게 휩싸여 죽기 십상이다. 오히려 공략 포인트는 부하 몬스터다. 염마 부동은 공격당하는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보호막을 부하에게 대신 걸어주는 마음씨 좋은(?) 보스다. 자연스레 부하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면 보스를 쉽게 공략할 수 있다.
이처럼 <수라 온라인>은 위험부담이 적고 만남이 잦은 네임드 몬스터에는 대전액션과 같은 전투방식을 부각시키고, 위험부담이 크고 전투 횟수가 적은 보스 몬스터에는 유저들에게 익숙한 패턴공략 식의 전투를 배치함으로써 <수라 온라인> 특유의 액션과 MORPG의 느낌을 두루 살렸다.
■ 깊이 있는 액션과 방심할 수 없는 난전
개발진 스스로도 PvP가 ‘수라의 액션’을 가장 잘 맛볼 수 있는 콘텐츠라고 밝힌 만큼 그동안 <수라 온라인>의 PvP 콘텐츠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다양한 속성의 액션이 만드는 공방과, 이를 역이용하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리전은 <수라 온라인>의 PvP에 깊이를 더했다. 가장 먼저 체감된 것은 칼과 칼이 맞부딪히는 근접공방이었다.
PvP에서 다른 게임처럼 신나게 연속공격을 퍼붓고 있는데 어느 순간 캐릭터가 경직되더니 적이 역습을 시작했다. 상대가 나를 띄우는가 싶더니 이어지는 속사포 같은 8연타는 조작하던 캐릭터를 순식간에 빈사 상태로 몰고 갔다. 상대가 ‘쳐내기’ 이후 공중콤보로 역습을 했던 것이다.
여러 액션의 상성관계가 만드는 유저 사이의 심리전은 <수라 온라인>의 PvP를 더욱 치열하게 몰고가는 요소다. 받아내기와 쳐내기의 존재로 언제 공방이 뒤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유저는 항상 상대가 어떤 액션을 취할지 예측해야 한다.
보패공격을 준비하고 있는데 상대가 쳐내기를 시전하면 역습을 당할 뿐이고, 방어액션을 준비하는 적에게 적절하기 띄우기 기술을 사용하면 적의 반격도 무력화하고 이어지는 연속공격으로 막대한 대미지를 선사할 수도 있다.
■ 제대로 난전을 벌이는 4인 PvP ‘패왕전’
다양한 상성의 액션이 만드는 공방은 <수라 온라인>을 대표하는 특징이자 강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이 PvP 콘텐츠에 대한 진입장벽을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수라 온라인> 개발진은 이러한 약점을 난전으로 풀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시연회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패왕전’은 4명의 유저가 난전을 벌이며 최고를 가리는 모드다. 모두가 적이기 때문에 ‘패왕전’에서는 개인의 컨트롤보다는 빠른 상황판단과 상황과 상황이 만들어내는 ‘운’이 중시된다.
‘낙사’가 가능한 전장 디자인과 곳곳에서 생성되는 버프 아이템은 전황을 예측할 수 없는 ‘패왕전’의 난전 요소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장치다. 특히 성적이 저조한 유저가 먹을수록 강한 강화효과를 부여하고, 습득하는 순간 전장의 3/4을 무너트리는 전투팔괘 아이템은 ‘패왕전’ 모드를 즐기는 유저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든다.
실제로 거짓말로라도 액션게임 실력이 좋다고 할 수 없는 기자도 ‘패왕전’ 모드에서는 혈투를 벌이고 있는 다른 유저들을 습격해 점수를 벌거나, 전투팔괘를 얻어 일발역전을 하는 등 실력과 무관하게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관련기사] ☞ (영상) 모두가 적이다! 수라 온라인 ‘패왕전’
<수라 온라인>은 이러한 ‘패왕전’ 모드를 시작으로 3:3 팀매치인 ‘대항전’, 순수하게 컨트롤을 겨루는 1:1 대전모드 ‘개인전’ 등으로 유저를 차차 PvP 콘텐츠에 익숙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개발사인 엔에스이(NSE) 엔터테인먼트는 <수라 온라인>의 연내 CBT 진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글로벌 판권은 중국 텐센트가 갖고 있다. 엔에스이는 <수라 온라인>의 한국 서비스를 위해 퍼블리셔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