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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정복 러브 코미디! 자체 엔진까지 만든 기대작 '겨울소녀'

[인터뷰] 슬라임박스 사기석, 차성훈 공동대표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4-10-23 16:53:30

연애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남자들이 첫사랑을 못 잊는 건, 그 사람이 아직까지도 진짜 좋아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좋아했던 풋풋했던 시절의 자신이 좋아서-라고.


<겨울소녀>는 말 그대로 "첫사랑" 같은 미연시 비주얼노벨 게임입니다. 어린 시절 마주친 파란 머리카락과 빛나는 눈동자의 그녀를 일생의 이상형으로 기억하던 주인공. "지구를 갖기 위해" 우주에서 온 미소녀 '세아'는 기억 속 그 모습과 너무나도 닮았기에 "저와 결혼해주세요!"라는 소원부터 빌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그의 곁에는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소꿉친구 '루미'가 있습니다.


러브 코미디 전개의 '정석'에 가까운 스토리지만, 게임은 뻔하지 않았습니다. 스탠딩 CG와 애니메이션 컷씬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부터, 매력적인 아트와 캐릭터, 화려한 성우진, 비주얼노벨 전용 자체 엔진까지 만들어 담아낸 여러 디테일들까지. 미연시 좀 해봤다-하는 사람들이라면, <겨울소녀>의 잠재력을 쉽게 눈치채실 수 있을 겁니다.


<겨울소녀>를 만든 슬라임박스 사기석, 차성훈 공동대표를 만나, 10월 29일 정식 출시 버전에선 어떤 좌충우돌 지구 정복 스토리가 펼쳐질지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겨울소녀>를 개발한 슬라임박스 사기석, 차성훈 공동대표를 만나고 왔습니다.

# 일상 속 비일상, 그게 사랑 아닐까요

Q. 디스이즈게임: <겨울소녀>라는 게임을 텀블벅, 게임 페이지, 데모 등으로 접해 기다린 분들도 계시겠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소개를 해주시겠어요.


A. 사기석 대표: <겨울소녀>는 우주인 '세아'가 지구에 찾아와서, 주인공인 '여름'과 소꿉친구 '루미'를 같이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비주얼노벨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파란색 머리가 이상형이었던 주인공이 파란 머리를 가진 세아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는데, "지구가 갖고 싶다"고 말하는 세아에게 지구에 대해 알려주는 가이드로서, 일상생활을 소개시켜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느 날 주인공 기억 속 이상형이 현실에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우주에서 지구를 정복하러 왔다고?


Q.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건 아트였어요. 애니메이션 컷씬도 그렇고, 씬이 전환되는 방식도 매끄럽고, 라이브 2D나 일러스트 전반의 퀄리티를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던데, 어떤 부분에 방점을 두고 제작하셨나요?


A. 사기석 대표: 말씀해주신 것처럼 비주얼에 굉장히 많이 신경을 썼고요. 특히 '캐릭터 디자인'과 '표현'에 많이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 디자인에서 '세아'는 한눈에 봐도 <겨울소녀>라는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구나-라고 알아보고, 기억에 남을 수 있게 디자인에 신경을 썼어요. 제 지론도 그렇거든요. 좋은 게임 캐릭터 디자인이 뭔가-라고 했을 때, 캐릭터의 특징만 봐도 어떤 게임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생각들을 <겨울소녀>에 적용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표현의 측면에서는, 알고 나면 좀 사소한 디테일 같은 것들, 예를 들어 캐릭터들이 말할 때 표정별로도 입 모양의 ​립싱크가 달라지는 부분들이나, 음성이 나오는 기준으로도 입이 벌려지기도 하고요. 기술적으로도 유저분들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게 이벤트 CG나 애니메이션 컷씬보다 스탠딩 CG잖아요. 그래서 대화를 할 때 생동감을 줘야겠다고 생각해서 디테일을 많이 신경 썼습니다. 


대화창이나 캐릭터의 표현도 마찬가지예요. 인게임에 메신저와 SNS 시스템이 있는데, 주인공이 '루미'랑 대화할 때, 오탈자가 나온다거나, 그런 사소한 디테일들을 챙겨서 캐릭터가 현실에서 살아 숨 쉬듯이 느껴지게 하려고 했습니다. 루미 같은 캐릭터가 밖에 있을 때 입김이 나는 등의 디테일도 있고요. 누군가는 비주얼노벨치고 오버 스펙이라고도 이야기하던데, 캐릭터가 살아 숨쉰다면 어떤 특징을 가질까 고민을 많이 하며 만든 작품입니다.


▲ 아트의 디테일이 굉장합니다. 


Q. 지난 4월에 데모를 해봤을 때랑은 또 다르게, 업데이트된 데모에서는 정면을 보는 스탠딩 CG를 적극 활용하셨더라고요. 다른 비주얼노벨에서는 주로 45도로 옆으로 서서 화면을 보는 자세를 많이 사용하니까, 정면으로 보는 자세들이 나올 때 신선하게 느껴졌거든요.


A. 사기석 대표: 사람들도 그냥 서 있을 때도 대화할 때 손짓 발짓을 다양하게 하잖아요. 캐릭터의 동작이 아주 많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어떤 각도로 캐릭터가 서 있어야 좀 더 표정이 효율적으로 보일까-와 같은 고민을 해보면서, 서 있는 자세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표정들을 고려하며 넣은 결과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상황에 따른 자세 변경도 등장하지만


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면을 바라보는 장면들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Q. 외계에서 온 '세아' 그리고 소꿉친구 '루미' 둘 사이에서 주인공이 겪는 지구 정복 러브 스토리-라는 로그라인은 클래식한 것 같으면서도, 캐릭터들이 때 묻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서 너무 매력 있게 다가오더라고요. <투러브루> 같은 이제는 고전이 된 러브 코미디 만화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스토리에선 어떤 재미와 매력을 가장 중점에 두셨나요?


A. 사기석 대표: <겨울소녀>는 저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생기는 비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주인공은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남학생인데,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이자 기억 속 인물이던 상대가 눈 앞에 나타나주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캐릭터예요. 그 와중에 마치 주인공의 상상을 실현해주듯이​ 세아라는 비일상적인 캐릭터가 일상 속에 딱 나타나게 되는 거죠. 곁에 계속 맴돌던 루미라는 소꿉친구도 존재하게 되고요. 복에 겨울만큼 미소녀들과 데이트도 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게 돼요.


일상 속 일부였던 히로인(루미), 그리고 갑자기 들이닥친 비일상적인 히로인(세아). 언뜻 봐서는 가진 특징이 반대되는 두 사람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순수한 매력을 가지고 함께 보내는 날들을 그리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뻔한 얘기를 다루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뻔하지 않은 엔딩 분기도 존재합니다.


과하지 않은 선에서 러브 코미디스러운 좌충우돌 이벤트들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국내 출판 버전으로는 <To Love 트러블>인 만화 <투러브루>가 떠오르는 설정이라 반가웠습니다.
(기자만 아는 작품 아니죠?) / (사진 출처: 슈에이샤 소년 점프, 서울미디어코믹스)

Q. 데모에 등장한 '세아'나 '루미' 외에도 히로인이 더 등장할지도 궁금합니다.


A. 사기석 대표: <겨울소녀> 본편에는 등장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발 과정 중에 없어진 캐릭터들도 있었거든요. 경우에 따라 만약 DLC가 출시된다고 하면, 등장할 인물들은 있을 수 있겠네요.


Q. 그러면 차기작까지 세계관을 이어가실 생각도 있으신 건가요?


A. 사기석 대표: 차기작에 대해선 사실 결정 사항은 없다고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어떤 IP로 이어가느냐는 확정 짓지 않았습니다. 이번 <겨울소녀>를 통해서, 유저분들이 얼마나 좋아해주시는지, 이 이야기가 정말 의도된 대로 잘 전달됐느냐-가 어찌 보면 차기작의 관건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도내 최고... 아니 우주 최고 미소녀 '세아'와

오랜 시간 함께 해왔기에 더욱 소중한 '루미'. 두 히로인이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Q. 지금의 전개로 보면, 우주에서 온 소녀 '세아'가 좀 더 메인 히로인처럼 보이는데, '루미'와의 러브라인도 비슷한 비중으로 다뤄질지, 더 크게 다뤄질지 궁금하더라고요.


A. 사기석 대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쉽진 않은데, '루미'라는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라고 여겨지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어떤 유저분들, 누군가에게는 루미와의 이야기가 좀 더 공감이 될 거예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익숙한 일상 속 존재라서 더욱 더 그렇게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이후의 질문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성우 캐스팅만 봐도 '루미'의 비중 또한 작지 않을 것이라 예상 가능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세아'의 지구 정복을 돕는 과정은 어느 정도까지 스케일을 키우실 계획인지도 궁금해요. 지구 파괴 같은 전개로도 가나요?


A. 사기석 대표: (웃음) 저희 게임은 어디까지나 러브 코미디 게임입니다. 뭔가 우당탕탕 지구 정복이라는 느낌보다는, 우주인과 같이 즐겁게 노는 게임에 가깝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사실 기자님께서 주신 질문은, 저희 게임 시나리오가 처음에 작성될 때 실제로 고려되었던 내용들이에요. 지구 정복을 계기로 찾아온 세아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스케일을 키워야 할까, 아니면 러브 코미디 요소로서만 작용하게 될까-에 대해서는 저희도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 고민에 대한 결론은 게임 안에서 확인해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지구 정복을 돕는 대가로 이상형과 결혼하기. 합리적인 등가교환(?) 아닙니까.


Q. 멀티 엔딩이 예고됐는데 몇 개의 엔딩이 준비됐는지, 어떤 분기로 나뉘는지 등이 궁금하더라고요.


A. 사기석 대표: 세 가지 엔딩이 존재해요. 트루 엔딩, 굿 엔딩, 배드 엔딩으로 나눠져 있고요. 실제로 제가 느끼기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마무리가 제법 다른 편입니다.


Q. 엔딩이 3개나 되는군요, 기대됩니다. 비주얼노벨 장르는 특히 스트리밍을 하고 나면, 유튜브 에디션(?)으로 다 봤다, 다 했다-하고 끝나버리는 경우들이 있어서, 엔딩이 여러 개가 있거나, 호감도 요소 등으로 각자의 플레이 경로가 있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A. 사기석 대표: 세 가지 엔딩을 다 따로 찾아서 보시지 않는 이상 그렇죠.(웃음) 그런데 그렇게 보시더라도, 저희 게임을 그만큼 좋아해주시는 거라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합니다.


Q. 본편의 전체 플레이타임이 어느 정도 될지도 궁금합니다.


A. 사기석 대표: 저희가 고려했던 부분은 너무 길어도 안 되고, 너무 짧아도 안 될 것 같다는 거였는데요. 너무 길면 엔딩까지 도달을 안 하시는 경우도 좀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적정한 수준으로 6시간~8시간 정도의 플레이타임을 안내해드리고는 있는데, 정확하지 않을 수는 게, 읽는 속도나 스킵 사용 여부 등에 따라서 많이 달라질 것 같아요. 또 본편을 쭉 따라가는 것 외에도, 인게임 SNS를 읽기도 하고, 서브 스토리를 보거나, 채팅을 꼼꼼하게 다 보시면 훨씬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데모 버전에서도 멀티 엔딩이 예고됐습니다.

 

# 화려한 성우 라인업부터 자체 엔진까지

Q. (마치 이름을 맞춘 것 같은) 세아 역할의 이새아 성우님도 그렇고, 루미 역할의 김하루 성우님도 그렇고 캐스팅이 굉장하더라고요. 보이스 녹음 과정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요.


A. 사기석 대표: ​이름을 맞춰서 캐스팅한 거냐는 질문을 주변에서도 농담으로 되게 많이 주셨어요. 당연하겠지만, 결코 이름 때문에 결정한 건 아니고요. 훌륭한 연기를 해주실 수 있는 두 분을 모셔보자-는 것에 중점을 두고 모시게 됐어요.


보이스 녹음 과정 중에는 두 성우분들의 전문적인 모습이 많이 빛났던 것 같은데요. 녹음하는 날, 많은 비가 내려서 침수까지 일어났던 지역도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말 고생하시면서 도착하셨는데도, 이새아 성우님이 세아라는 캐릭터를 참 잘 표현해주셨어요. 말투나 대사가 연기 난이도가 높은 캐릭터라고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었거든요. 저희 의견을 다 귀 기울여주시면서 바로 반영해서 멋진 연기를 펼쳐주셔서 감탄했습니다.


루미의 경우엔, 김하루 성우님 목소리를 상상하면서 작업한 캐릭터였어요. 좋은 기회로 캐스팅에 응해주셔서, 사실상 맞춤 제작된 캐릭터를 찰떡으로 소화해주셨죠. 여담이지만, 녹음실 PD님 제안으로 김하루 성우님이 고양이 소리도 녹음을 해주셨는데, 인게임에서 고양이에 대한 내용이 변경되면서 넣지 못하게 된 부분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데모에서도 두 캐릭터의 보이스를 들을 수 있었는데, 본편에서의 연기도 매우 기대됩니다.


Q. 보이스 녹음 디렉팅을 주고받으실 때, 캐릭터 성격 표현 등에 있어서 어떤 부분을 핵심적으로 전달하셨을지 궁금해요.


A. 사기석 대표: ​세아의 연기가 쉽지 않을 거라 말씀드렸던 이유가, 아주 작은 감정 묘사들 때문이에요. 처음에는 순수하게 밝기만 한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감정 표현이 더 드러나는 지점들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 디테일이 레코딩에서도 중요하다 느꼈고, 이새아 성우님도 이런 부분들을 잘 캐치해서 연기해주셨습니다.


루미는 가벼운 단위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뭔가 놀랄 때 허당끼 있게 놀라고, 시무룩할 때는 확실하게 시무룩해 하는 그런 캐릭터라서, 당장 보이는 상황을 이해시켜줄 수 있도록​ 감정 표현의 폭을 크게 잡고 작업을 했습니다. 애초에 루미는 지구인이다 보니까 절제된 말투를 쓰는 느낌보다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이 녹음을 했고, 김하루 성우님이 잘 표현해주셨어요. 두 캐릭터의 말하는 속도도 조금 다른 편입니다.


Q 앞서 플레이타임이 8시간 분량이라고 하셨는데, 녹음 시간 및 비용도 그렇고,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어땠나요?


A. 사기석 대표: ​(웃음) 확실히 시간이 꽤 많이 들었고요. 비용도 저희 같은 인디게임 팀으로서는 부담이 컸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유저분들께서 좋아해주시면, 그걸로 된 게 아닐까요. 그리고 캐릭터 목소리가 입혀지는 걸 듣다 보니까, 작업할 때도 훨씬 몰입이 잘 돼서 좋았던 것 같아요.


Q. 지난 4월 데모 플레이 당시에도 꼭 여쭤보고 싶은 질문이었는데, 어떻게 비주얼노벨 전용 자체 엔진까지 만들면서 개발을 하시게 됐는지 궁금해요. 엔진을 만든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A. 차성훈 대표: 엔진을 처음에 개발하자는 결정을 제가 제안했었는데요. 평생 비주얼노벨만 만들자는 건 아녔지만, 비주얼노벨을 여러 개 만들자는 계획이 있었어요. 그래서 창업 초기에 엔진을 가지고 개발을 시작하는 게 낫겠다고 제안을 했었죠.


엔진 개발엔, 비어 있는 기간을 빼면, 총 2년 정도 소요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오래 걸렸지만 엔진을 만든 건, 슬라임박스만의 실험적인 연출을 기능적 한계 없이 시도해보기 위해서였고요. 자체 엔진을 개발하는 다른 게임 개발사와 마찬가지로, 엔진에 기능이 없어서 못 넣는다는 상황이 없게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엔진을 만들 때 단순히 비주얼노벨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편한 사용감을 반영하는 데도 시간을 많이 썼는데요. 예를 들어, 포토샵을 사용할 때, 그 내부 구현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신경 쓰는 사람이 없듯이, 저희 자체 엔진을 이용하면서 연출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기석 대표: ​확실히 개발 과정에서 편의 기능도 바로바로 작업으로 만들어져서 유용했던 것 같습니다.

슬라임박스의 자체 엔진으로 처음 선보이게 되는 작품이 바로 <겨울소녀>입니다.
사진은 엔진 사용 장면입니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편의성과 사용감에 대해 <겨울소녀>로 예시를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A. 차성훈 대표: 저희가 사용하는 엔진 특징으로는,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특히 강점이 있어요. 현재 시장에서 주요하게 쓰이는 비주얼노벨 엔진들의 경우, 그런 애니메이션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작업하기엔 무리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타 엔진에 대한 확장성 측면에서도, <겨울소녀>에 사용한 것처럼, 유니티 엔진과 연동해서 다른 엔진의 기능까지 끌어와서 쓸 수 있었지를 신경썼습니다.


​렌파이(Ren`Py)라는 엔진의 경우엔 스크립트 기반으로 작업을 하고 결과물을 보는 방식인데, 저희 엔진은 비주얼적으로 화면에 그래픽을 실제 화면이랑 똑같이 띄워놓고 보면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돼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차별성이 더 생겼습니다.


Q. 내부에서 엔진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고 계신가요?


A. 차성훈 대표: 저희 엔진 이름은 '테일-킷'이라고 작명했어요. 테일(Tale)은 이야기를 뜻하는 테일이고, 킷(Kit)은 툴, 도구를 의미하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사기석 대표는 아트를 주로 담당했고, 차성훈 대표는 프로그래밍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Q. <겨울소녀> 출시 이후엔, 이 '테일-킷' 엔진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분명 생기실 거예요. '도그램' 같은 인게임 SNS 시스템도 디테일하더라고요. UI(인터페이스)도 깔끔했고요. <겨울소녀> 본편 유저 경험에 있어서, 어떤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쓰셨나요?


A. 차성훈 대표: 말씀해주신 '도그램'처럼 태블릿 내에 있는 콘텐츠는, 제가 게임을 할 때 마주치는 태블릿을 많이 생각해보면서 기획부터 UI를 고려했는데요. 유저가 입력했을 때 유의미한 상호작용이 돼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만들었습니다. 


가령, 태블릿 설정에서 배경화면을 바꾸는 기능도 있고, '루미'랑 채팅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채팅 앱에서 빠져나와서 다른 행동을 할 수 있거든요. 그 동안에 루미가 보내는 채팅은 알림으로 뜨게 하는 등의 디테일이 있습니다. UI 디자인 측면에선 UI 디자이너들이라면 취업하시기도 전에 들어보셨을 교과서적인 말이 있거든요. 요소들의 의도를 담아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거 하나에 최대한 집중을 했습니다.


그래서 몇 시간 동안 보여져야 하는 말풍선은 최대한 단순하게 흰색 박스 형태로 구성해서 거슬리지 않게 했고, 가끔씩 보이는 선택지 화면에서는 화려한 모션 그래픽을 삽입하는 식으로 작업을 했어요. 앞서 말한 부분들을, 유저분들도 잘 느껴주셔서 UI 느낌이 좋다는 피드백은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사기석 대표: ​어떤 스트리머분께서 플레이를 하시고 "이 게임 UI 마음에 드네"라고 해주신 적도 있었네요.

<겨울소녀> 인게임 SNS 콘텐츠 '도그램'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테일이 굉장합니다.


채팅 콘텐츠 또한 마찬가지죠.

이런 식으로
태블릿 배경화면을 바꾸는 등 여러 기능이 있습니다.

Q. 그러면 이 '테일-킷' 엔진으로, 앞으로 대략 몇 개의 게임을 출시하실 계획이신지 궁금하고, 확정된 사항이 없다면 고려된 아이디어나 희망 사항이라도 들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A. 사기석 대표: ​계획 자체로는 아이디어는 정말 많이 나오고 있어요. 내부적인 아이디어만 20개 가까이 쌓여 있을 정도인데, 그 중에서는 동양적인 색채를 가진 작품도 있고, 어두운 계열의 게임도 있습니다. <겨울소녀>를 첫 작품으로 만드는 곳에서, 되게 반대되는 게임을 만드네-싶은 아이디어들도 준비가 돼 있죠.


물론,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저희의 길은 유저분들이 선택한다고 보셔도 됩니다. 저희 메시지가 잘 전달된다고 하면, 좀 더 그쪽으로 트래킹을 하면서 계획을 짜게 될 것 같고요.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 유저분들에게 다가가야 잘 전달될까-라고 생각하면서 계획을 변경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장르적으로도 꼭 비주얼노벨로 한정 짓고 있지는 않아요. '대화'라는 게 비주얼노벨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잖아요. <산나비>처럼 내러티브가 유명했던 게임들도 있고, 저희 '테일-킷' 자체는 유니티와 연계해서 활용도 가능하니까, 이런 특징들을 검토해서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활용해볼 것 같습니다.

대사 자체도 자연스럽지만, 텍스트를 표시하는 측면에서도 
글자 크기 차이나 글자의 움직임 등으로 강조를 해주는 연출이 촘촘하게 등장합니다.


Q. <겨울소녀>에 참여한 분들의 이력도 눈에 띄더라고요. 각자의 역할을 소개해주신다면?


A. 사기석 대표: ​슬라임박스 정식 인원 자체는 차 대표님과 저 둘이긴 한데요, 시나리오 라이터분들과는 장기적인 협업 관계로, 앞으로 작품을 할 때마다 작품의 결이 잘 어울린다면 함께하기로 약속한 상황이에요. <겨울소녀> 프로젝트는 처음엔 3명이서 시작을 했습니다. 중간에 시나리오 라이터 한 분이 더 합류하면서 메인 인원은 4명이 됐고, 외주로도 많은 분들과 협업을 해왔죠. 


성우님들, 녹음실 디렉터님, 엔딩 OST 작곡해주신 상록수 작곡가님, 보컬의 한결님도 있고요. 애니메이션을 강점으로 꼽아주신 분들이 많았는데, 기존에 공개된 씬들은 다 저희 내부 초기 작업물이고, 후반 쪽 작업을 인기 애니메이터 Pakka님께 의뢰를 해 협업을 하기도 했어요. 또 태블릿 내 SD 일러스트를 그려주신 무치 작가님도 함께 했고요.


사기석 대표의 닉네임이 SNOONIA, 차성훈 대표의 닉네임이 TTOOWA입니다.
경력직 멤버들이 <겨울소녀>라는 게임 하나에 모두 모였습니다.

OST를 비롯해 다른 외주 협업도 마찬가지죠.

​Q. 아직 출시 전의 씨앗 상태인데도 <겨울소녀>를 믿고 다들 함께 작업해주신 거잖아요. 설득하는 과정에서 어떤 반응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A. 사기석 대표: ​멤버를 모으는 과정이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우리가 이런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응원하고 싶지 않니-라고 물어보듯이, 노션에다가 저희 게임에 대한 특징들을 쭉 나열하고, 아티스트분들의 작품이 들어가면 정말 재밌을 겁니다-라는 식으로 메일을 작성했죠. 인디 팀이니까 그냥 이 게임입니다-하면 절대 모르시잖아요. 다행히 다들 재밌어 보인다고 같이 합류해주셔서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Q. 스마일게이트 스토브를 통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으신 것 같고, 텀블벅 등을 통해서 유저들에게도 많은 응원을 받으신 것 같아요. 10월 29일 정식 출시가 코앞인데 그간의 소회를 전해주신다면.


A. 사기석 대표: ​스마일게이트 스토브가 아시다시피 여러 국내 인디 팀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고, 슬라임박스도 펀딩팩이라는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서 좀 좋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저희 같은 소규모 인디게임 팀에겐 되게 힘들 수 있는 펀딩 과정들을, 옆에서 많은 조언과 도움도 주시고, 이야기도 많이 건내주시면서 관계를 맺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정식 출시를 앞두고는 정말 하루에도 기분이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아예 안 팔릴 수도 있는 거고, 혹은 많은 유저분들이 알아주셔서 재밌게 즐겨주실 수도 있고 해서, 되게 많은 기분이 듭니다. 아쉬움도 조금은 있어요. 훨씬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부분을 개선했더라면-하는 부분은 많은 개발자들이 똑같이 하는 생각이 아니지 않을까요. 


생각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셔서 최종적으로 그런 분들에게 보답을 드리려고, 유저분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만족스러운 게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비주얼노벨 장르인데 이렇게 영광스러운 관심을 받아도 되나-라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아예 정말 모르고 시작되는 인디게임도 많잖아요. 출시 후에 한 분 한 분 감사를 드리고 싶더라고요.


스토브 이벤트 페이지의 '두근두근 야심작' 코너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겨울소녀>입니다.

Q. 정식 출시 이후 게임을 즐겨주실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 사기석 대표: ​한 담당자분한테 저희 게임을 보여드리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평가를 여쭤봤어요.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겨울소녀>는 충분히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잇는 게임"이라고. 디렉터로서는 그런 말을 들으면 되게 반가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유저들에게도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슬라임박스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만든 ​첫 게임 <겨울소녀>가 유저분들에게 되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해드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믿고 플레이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앞으로도 슬라임박스에 많은 관심 보내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차성훈 대표: 유저들이 요즘 어떤 게임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는지 많이 찾아보는데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르의 게임들도 많이 선호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게임하는 게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저희 게임에 가벼운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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