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반년에 가까운 시간을 쏟아 축구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가운데 한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비판 기사를 쓴 기자에게 조롱 메일로 대응했다.
축구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23일 오전 9시26분께 뉴시스 기자에게 '문해력?'이라는 제목으로 본문 없이 한 통의 메일을 보냈다.
기자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조롱의 의미로 해석됐다.
이어 반나절이 흐른 오후 3시5분께 같은 인물로부터 "축구협회 설명문을 제대로 정독?"이라는 제목으로 또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마찬가지로 메일 본문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었다.
앞서 도착한 메일과 연결 지어 보면, 해당 고위 관계자는 '기자가 축구협회의 설명문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기사를 작성했다', 혹은 '기자가 문해력이 떨어져서 설명문을 이해조차 못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으로 보였다.
발송자의 이름, 이메일 주소와 더불어 메일 본문 하단에 뜨는 축구협회 배너까지 고려했을 때 두 통의 메일은 협회 관계자가 보낸 것이 분명했다.
실제 축구협회에 문의한 결과, 이 메일들은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가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뉴시스 기자가 작성한 기사(감독 선임 과정 설명한 축구협회…결국 해명 못한 '공정성')에 항의하고자 메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2일 해당 기사가 나가기 전날 축구협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홍 감독 선임 과정을 둘러싼 논란과 지난 5개월간의 정식 사령탑 선임 과정을 설명했다.
다만 축구협회가 정리한 감독 선임 과정의 결론은 홍 감독 선임이 이임생 축구협회 총괄기술이사의 '독단적 결정'이라는 점, 최종 후보에 오른 두 명의 '외국인 감독과 홍 감독을 다른 기준으로 평가'했다는 걸 뚜렷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승부조작 사범 사면 사태부터 홍 감독 선임까지 범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축구협회의 고위 관계자로서, 협회를 향한 비판에 억울한 마음이 들 수도 있고, 기자의 해석에 의문이 드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정식으로 해당 기자 혹은 그가 소속된 언론사에 항의 또는 반론을 제기하면 된다.
그러나 그는 축구협회를 대표하는 고위 관계자임에도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자 하는 충분한 노력과 절차도 없이 기자를 향한 일방적인 조롱으로 대응했다.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을 폭로한 박주호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가 철회했던 축구협회가 이번엔 공정성을 지적한 기자를 상대로 '조롱 메일'로 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