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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BTS 유니버스 스토리, 흥행 저조의 이유는?

[분석] 아미라고 모두가 BU와 팬픽을 보지는 않는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0-10-07 18:14:43

9월 24일, <BTS 유니버스 스토리>가 173개 나라에 출시됐다. 넷마블의 2번째 방탄소년단(이하 BTS) IP 게임. 사전 다운로드로 앱스토어 인기 게임 1위에 올랐다. 8월 말 발표된 신곡 '다이너마이트'와 시너지를 발휘하며 전작 <BTS 월드>의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7일, 출시 2주 차를 맞이한 <BTS 유니버스 스토리>는 양대 마켓의 인기·매출 100위 밖에 머물러있다. BTS의 네임 밸류, 강력한 팬덤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초반 싸움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순위 밖에 오래도록 머물러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신호가 아니다.

 

예상 외 저조한 성적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BTS 팬들을 취재했다. 

 

당연히 이들의 생각이 '아미'를 완전 대표한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지만 <BTS 유니버스 스토리>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하기엔 충분했다. 대화를 정리하며 '월드스타 BTS가 나오니까 게임도 잘 팔리겠지'라고 점치는 것은 느슨한 사고였다는 점을 깨달았다.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큰따옴표 속 문장은 기자가 부분적으로 재구성했다. 공통된 요청에 따라 응답자에 대한 정보는 밝히지 않는다.

 


 


 

# "모두가 BU를 파진 않아요"

"모두가 BU를 파진 않아요. 그냥 멤버들 나오는 거 열심히 챙기는 정도? 뮤직비디오 보면서도​ 개인적으로 숨겨진 의도 같은 걸 찾진 않아요"

 

BU란 통상적으로 BTS 유니버스의 약어를 뜻한다. BTS 유니버스는 BTS의 뮤직비디오, 앨범 아트, 콘셉트북으로 제공되는 독자적 세계관이다. 석진이 시간이동을 하며 절망에 빠진 다른 멤버들을 구하려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 팬들의 적극적인 해석을 통해 널리 퍼졌다. 콘텐츠를 여러 번 돌려보며 가설을 수립하고 이야기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있으며, 빅히트는 추리와 토론을 돕는 '떡밥'을 제공해왔다.

 

<BTS 유니버스 스토리>는 BU가 보여준 무수한 가능성을 게임화(化)한 것이다. 그간 팬들이 찾지 못했던 새로운 단서나 스토리가 펼쳐질 거란 관심을 받았다. 요컨대 뮤직비디오와 콘셉트북를 통해 도출된 해석들 사이에 남아있는 빈칸을 게임이 충실하게 메워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BTS의 팬덤이라고 해서 모두 BU를 향유하는 것은 아니었다. 각종 상징물과 멤버 사이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려면 상당히 정밀한 독해가 요구된다. 복잡한 설정을 눈여겨보기보다는 현실의 BTS를 선호하는 팬덤이 적지 않다. 따라서 <BTS 유니버스 스토리>의 주요 타겟은 모든 BTS 팬이 아니라 BU를 향유하는 팬으로 한정된다.

 

향유자 사이의 적극적인 해석과 공유로 BU가 확장되는 것과 달리 <BTS 유니버스 스토리>는 전작 <BTS 월드>처럼 폐쇄적인 스크린샷 정책을 채택했다. 게임에서 스크린샷을 촬영할 때마다 '제재될 수 있다'는 문구가 등장한다. 다른 사람과 해석을 나누기 어려운 조건을 만든 셈. 그간의 BU 구축 방향과 반대된다는 지적이다.

 

게임으로 BU의 접근성을 낮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BU에 대해 굉장히 치밀하면서도 쉽게 정리된 '무료' 정보글과 동영상은 이미 충분하다. 굳이 게임으로 ​설정을 보지 않아도 진짜 BTS 멤버들이 연기한 뮤직비디오 속에서 상징과 복선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빅히트 상장 소식에 앞서 하나금융투자가 A4 27장을 할애해 BU를 소개하기도 했다.

 

# "알페스는 싫어하는 편"

 

"저는 팬픽을 안 봐요. 특히 알페스는 싫어하는 편이에요"

 

알페스란 Real Person Slash를 줄인 말로 실존 인물을 커플로 맺는 팬픽 장르를 뜻한다. 여기서 '슬래시'는 주로 동성을 연결시킬 때 사용된다. 취재 결과, 일부 BTS 팬층은 알페스 등의 팬픽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실제 BTS 멤버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가상의 관계를 부여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는 것.

 

<BTS 유니버스 스토리>에는 BU를 볼 수 있는 '스토리 감상'과 각자 팬픽을 만들어 공유하는 '스토리 제작' 모드가 있다. 상상 속의 스토리를 대본 쓰듯 써 내려가고, 편집하는 스토리 제작 기능에는 샌드박스적 요소가 강조되어있다. 게임에는 유저들에게 인정받는 팬픽을 쓰면 보상을 얻는 리워드 시스템도 있다.

 

스토리 제작을 통해 만들어진 유저의 스토리
게임 그래픽이 활용되어 입체감이 배가되지만 상상력의 개입할 여지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팬픽 문화에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거부감까지 느끼는 팬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넷마블은 이용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할 계획이지만, 차별이나 명예훼손, 모욕 등 문제가 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예정이다. 운영진이 봤을 때 선을 넘는 팬픽은 제재가 들어가지만, 아미의 '선'은 저마다 다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짚어볼 만한 포인트가 나오는데, 팬들 사이에 <BTS 유니버스 스토리>의 양 날개 BU와 팬픽 향유에 대한 일반적인 컨센서스(Consensus)가 없다는 것이다. 아미의 공통분모는 'BTS를 애호하는 것' 정도지 애호의 양상은 저마다 다르다. 말하자면 아미라고 해서 무조건 BU와 팬픽을 보지는 않는다

 

타인과 '멤버 빙의 놀이'를 하지만, 알페스는 강하게 거부하면서 공공연하게 언급하기 어려운 '음지'로 보는 이들도 있다. BU도 팬픽도 챙겨보지 않는 사람들에겐 <BTS 유니버스 스토리>를 굳이 플레이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한편 기계번역 형식으로 제공되는 해외 팬픽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아쉬움도 접할 수 있었다.



# "덕질하기 바빠서..."

"요즘 떡밥이 너무 많아요. 덕질하기 바빠서 (게임은) ​안 해도 될 거 같아요"

BU와 팬픽에 관심이 있더라도 지금은 '덕질'하기도 바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구독자 3,800만 명의 방탄TV에서는 매일 같이 멤버들이 출연하는 새 콘텐츠가 쏟아진다. JTBC에선 예능 프로그램 <인더숲 BTS>가 방영 중이며, 다른 출연 일정도 굉장히 많다.

코로나19 상황으로 BTS는 온택트(ontact, 언택트와 온라인의 합성어​) 활동에 한창이다. 오는 10일부터 11일까지 BTS는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으로 콘서트를 연다. 일부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된 상황. 뿐만 아니라 머지않은 시점에 BTS의 새 앨범 'BE'도 발매될 예정이다.

게임은 BTS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시점에 출시됐다. 팬들은 지금 게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지 모른다.

멤버들 모델링 퀄리티도 높고, 스토리 전개도 BU에 충실하지만 게임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옵션에 불과하다. 볼거리가 많은 지금 상황에서는 굳이 게임을 찾을 이유가 적다. 조금 나중에 봐도 괜찮은 게임 스토리를 보기 위해 결제하는 것보다, 다시 없을 기회(9만 원짜리 콘서트 티켓)에 투자하는 게 더 합리적일 것이다.

여담으로 BTS 멤버들은 때때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공개한다. 진은 <메이플스토리>를 뷔는 <서든어택>을 주로 플레이하는 편인데 종종 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RM은 본인의 위버스에 <BTS 유니버스 스토리> 플레이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

(출처: 위버스)


# "굿즈도 많이 샀는데 굳이 게임에서까지..."

 

"이것저것 굿즈도 많이 샀는데 굳이 게임에서까지 돈을 쓰고 싶진 않았어요."

 

<BTS 유니버스 스토리>에는 구독형 모델인 '프리미엄'(월 9,900원), 이야기 입장권인 '티켓'과 멤버들 복장을 뽑는 '주얼'의 충전, 공식 스토리 전부 판매(33,000원) 등의 BM이 들어있다. 넷마블의 설명대로 과금하지 않고도 이야기를 보는 데 문제는 없다.

 

티켓 하나가 충전되는 데엔 6시간 가까이 걸린다. 때문에 티켓을 다 소진한 지점에서는 굉장히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뒷이야기에 목마를 때 '결제 플래그'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그래픽으로 진행되는 BTS 팬픽 (또는 BU) 소비를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앞서 썼듯 별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생생한 BTS 소식이 나오는 시점이다. "굳이 게임에서까지"의 연원에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보단, 게임이 주는 특별한 메리트가 없다는 인식이 엿보였다.

 

유료 재화 주얼
스토리를 통째로 판매하기도 한다.
월 구독 모델의 옵션

작년 7월, 중앙일보는 아미 84명에게 <BTS 월드>​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40%가 "독점 콘텐츠에 대한 호기심"으로 게임을 플레이했고, 가장 끌리는 혜택으로는 "1만 장의 사진과 영상"(51%)을 꼽았다.

 

독점 콘텐츠를 충실히 담은 <BTS 월드>는 작년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모바일게임상의 영예를 안았지만, 상업적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다. (과거 기자는 <BTS 월드> 출시 전 게임이 일종의 덕질 플랫폼으로 기능하면서 구속력 있는 생태계를 만들 거라 전망했다. 그때는 위버스에 BTS가 입점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기자는 위버스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BTS 유니버스 스토리>의 '독점 콘텐츠'는 소구력의 범위가 팬 사이에서도 한정적이다. 1만 장의 멤버 사진, 100여 개에 달하는 영상, 독점 OST도 없다. 게임은 '네가 없다면 쓰여질 수 없는 세계'​가 있다고 홍보하지만 BU도, 팬픽도 구태여 그 세계에서 만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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