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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FPS 고인물과 초보는 무엇이 다를까?

재능과 장비의 문제?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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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체리폭탄) 2021-03-17 09:51:04

프로처럼 움직이려고 그래픽세팅, PC 사양은 물론 마우스와 키보드까지 똑같이 맞췄다. 그런데 문제는 내 실력이다. 아무리해도 실력은 늘지 않는다. 

 

아무리 연습해도 나아지질 않는다. 우리가 고인물이라 부르는 고수들은 어떻게 저런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일까? 재능인가 아니면 훈련의 결과인가? 그들의 비결은 의외로 단순할 수 있다. 물론 플레이 센스가 중요하겠지만...

 

러시아의 스콜코보과학기술연구원(스콜텍)은 그 비결을 '집중력'이라 밝혔다.  2018년 12월 스콜텍 대학은 ​​'e스포츠 선수와 (일반)플레이어 비교 연구'​를 공개했다. 연구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이하 <CS:GO>) 로 진행됐는데, 결과에 따르면 초보와 고수의 차이는 '에임 실력'보다 군더더기 없는 게임 플레이에 있다.

 

CS:GO 플레이화면 (출처: Adrian Holm) 

 

 

# 간단한 실험 소개

 

실험은 <CS:GO> 프로게이머 4명, 일반인 24명을 대상으로 비교했다. 일반인 집단은 3개로 나뉘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CS:GO> 플레이 시간 10시간 미만 '뉴비' 6명, 플레이 시간 10~700시간 '일반 유저' 7명, 플레이 시간 700시간 이상의 '아마추어' 11명이다.

 

<CS: GO>를 선택한 이유는 게임의 단순함 때문이다. 교전과 부활이 계속 이뤄지는 <콜 오브 듀티>, 지형 파괴와 다양한 역할이 있는 <레인보우 식스: 시즈> 등과 달리, <CS:GO>는 라운드 방식으로 진행되는 단순한 게임 구조다. 게임 구성이 단순한 만큼, 유저 실력에 따라 무엇이 다른지 명확히 파악하기 유리한 셈이다.

 

싦험은 참가자들이 약 30여 분씩 <CS:GO>를 플레이하며 나타난 기록을 측정했다. 시선은 어디에 집중되는지, 키보드와 마우스는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을 기록했다.

 

 

# 고수가 화면 중앙만 보는 이유는? 

 

관측 결과 고수와 초보의 결정적 차이는 '어딜 보는가'에 있다. 고수가 화면 중앙'만' 볼 때, 초보는 화면 전체를 훑어본다. 고수가 화면 중앙을 오랫동안 보는 이유는 뭘까?

 

실력에 따른 시야 히트맵,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을 편집했다

 

첫 번째로 게임 맵에 대해 꿰뚫고 있다. 고수들은 자신이 지금 어느 장소에서 있고, 어디를 겨냥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또한 이들은 적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적이 매복할 수 있을 장소에 미리 크로스헤어를 두는 식이다. 적이 어딨을지 화면을 훑을 이유가 적다.

 

두 번째로 눈보다 손이 먼저 움직인다. 적과 교전 시, 고수는 크로스헤어를 적이 있는 곳으로 최대한 빨리 이동시킨다. 그리고 시선은 다시 크로스헤어가 있는 화면 중앙을 응시한다.

 

세 번째로 정보 처리 능력이다. 프로게이머와 뉴비의 공통점은 HUD를 보는데 시간을 적게 쓴다. 프로게이머는 짧은 시간 응시하는 것만으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반면, 뉴비는 HUD의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 스킨이랑 채팅 좀 그만 보고 게임에 집중하세요!

 

정보 처리 능력은 일반 플레이어와 아마추어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평범한 플레이어는 잡다한 정보를 보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쓴다. 히트맵을 보면, 평범한 플레이어는 ▲킬로그 ▲레이더 ▲채팅 ▲무기 스킨 등을 과도하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HUD에 대한 이해도는 갖췄지만, 게임에 대한 집중력은 뉴비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셈이다.

 

아마추어와 프로게이머의 시선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집단 모두 '총싸움'에 필요한 정보에만 집중한다. 반면 초보와 평범한 플레이어의 시선은 곳곳에 분산된다. 초보는 적이 어딨는지 찾기 위해서라면 평범한 플레이어는 게임에 대한 집중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FPS 초보와 고인물의 결정적 차이는 집중력인 셈이다.

 

스킨 감상 시간과 실력의 상관관계는 <LOL>의 채팅과 실력의 상관관계와 비슷할지도... (출처: 밸브)

 

 

# 싸울 때는 최대한 옆으로 움직여라!

 

그럼 '고인물 스텝' 등은 실력에 도움이 될까?

 

아니다. 물론 FPS에서 버니합, 슬라이딩 캔슬 등 스킬은 알아두면 도움이 많이 된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게걸음'이야 말로 최고의 스킬임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는 실력에 따른 마우스 및 키보드 조작 빈도와 그 지속시간에 대한 차트다.

 

조작키에 따른 상관관계

고수와 초보의 차이는 'A'키를 얼마나 누르는가에서 드러난다. 대부분 FPS에서 옆걸음에 해당하는 A 및 D키는 자주 쓰이지 않는다. 전진(W) 버튼에 비하면 속도도 느리고, 옆으로 시야를 움직인 뒤 W로 움직이는 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반면, 차트에서 볼 수 있듯 고수는 W키를 쓴 빈도와 시간이 적다. 반면 A와 D키를 활용한 옆걸음을 최대한 활용한다. 즉, 자신이 어디로 움직일지 미리 파악하고 계산한 만큼만 움직인다. 이후 전투에서는 A와 D키를 활용해 적이 조준하기 어렵게 유도한다. 옆걸음(A)+앉기(Ctrl)+사격(마우스 왼클릭) 같이 복잡한 동작에서는 프로게이머와 타 집단의 확연한 차이 역시 드러난다.

'끊어 쏘기'는 의외로 실력과 큰 연관이 없다. 초보부터 프로게이머 모두 마우스를 누르고 있는 시간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얼마나 '쏠 수 있는가'에서 실력 차가 발생한다. 실력이 낮을수록 마우스 왼쪽을 누르는 횟수가 줄어든다.

이는 두 경우로 해석 가능하다. 첫 번째는 '싸워서 끝장을 보려는' 경우다. 후퇴나 견제 없이 무작정 돌격해 적과 싸우다 보니, 총을 자주 발사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적 위치를 모르니 견제 사격을 못 하는 경우다. 적이 있을 법한 장소를 모르니 사격을 할 기회 자체가 없는 셈이다.


# 결론: 인내와 집중이 중요하다.

 

연구 결과는 단순하다. FPS 고수일수록 인내와 집중을 잘한다. 반면 초보일수록 게임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거나 위험한 플레이를 선호한다. 

 

아래의 지표는 <CS:GO>에 있어 어떤 동작이 실력에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 W 및 S로 이동한 시간이 적을수록, A와 D키를 자주 사용할수록, 시선을 얼마나 집중하는가에 따라 실력에 큰 차이가 있다.

 

무엇이 <CS:GO> 실력에 중요한지 보여주는 지표 

 

즉, 우리가 FPS를 못 하는 건 재능이 부족해서도, 장비가 나빠서도 아니다. 지루함을 참지 못해서다.

물론, 라운드 방식 FPS에서 게임에 온전히 집중하긴 쉽지 않다. 라운드 예비 시간 동안 채팅과 장난 그리고 심하면 '담배타임'을 갖는 플레이어가 많은 이유다. <CS:GO>, <레인보우 식스: 시즈>, <발로란트> 유저라면 익숙할 풍경이다. 다른 게임이라고 다르지 않다. <LOL>에서 초반 인베이드가 가장 위험한 이유는 '초반의 지루함'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 <에이펙스 레전드>에서도 지루함을 느낄 때 곤경에 처하곤 한다. 

물론 같이하는 친구에게 이 글을 들이밀며 "게임에 집중 좀 해!"라고 꾸짖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게임 실력을 키우고 싶은 독자라면 자신의 게임 플레이를 한 번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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