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는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데요, 그만큼 특정 경기나 라인의 최우수 선수를 꼽는 과정도 무척 까다롭습니다. 지표만으로 선수의 플레이나 인게임 구도를 전부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셈이죠.
그래서 서준호 필자가 보내온 '새로운 지표'는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가중 분당 골드 획득량과 승리 기여도라는 지표를 통해 선수가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야구의 세이버메트릭스를 연상케 하는 필자의 새로운 지표를 여러분께 소개하려 합니다. 숫자가 잔뜩 들어있으니 끝까지 집중하시길 권해드립니다. / 서준호 필자(index), 편집=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지표만으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를 선발하는 건 어렵습니다. 숫자만 가지고 인게임 플레이를 파악하긴 어려운 데다, 여러 지표를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까지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필자는 선형 회귀 분석을 통해 각 지표와 분당 골드 획득량의 비례관계를 파악해 선수의 순수 기량으로 올린 골드를 구하고자 했고, 그 결과 킬·어시스트·분당 CS를 중심으로 한 '가중 분당 골드 획득량'이라는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팀의 영향을 최소화한 지표로 선수의 순수 기량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에 해당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골드를 획득할 방법은 다양합니다. 미니언이나 몬스터를 잡거나 두 번째 킬 또는 어시스트를 올렸을 때 또는 타워 철거를 통해서도 골드를 벌 수 있죠. 이중 타워와 바론은 팀의 영향이 훨씬 크지만, 분당 CS와 킬, 어시스트는 선수의 순수 기량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습니다.
따라서 타워와 바론으로 획득한 골드 대신 분당 CS와 킬, 어시스트로 벌어들인 골드'만' 구하는 게 가중 분당 골드 획득량의 목표이자 의의입니다. 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분당 킬, 어시스트 부분에 있어 다음과 같은 조정 작업이 필요합니다.
1. 자신을 제외한 아군의 평균 분당 킬+어시스트
2. 우리 팀이 획득한 킬 수
3. 우리 팀이 기록한 데스(Death) 수
* 분당 킬+어시스트의 경우, 킬에 가중치를 더 부여했습니다. 솔로 킬과 제압 골드 등 개인 능력이 어시스트에 비해 훨씬 많이 반영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중 분당 골드 획득량에는 몇 가지 보완점이 필요합니다.
먼저 역할군에 대한 보정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각양각색의 역할군이 존재하는데요, 당연히 골드 수급량에도 상당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를테면 탱커 챔피언의 경우 딜러에 비해 골드를 획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CS 수급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킬과 어시스트를 올리기 위해서는 자신만큼이나 다른 팀원의 기량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차이를 고려해 만든 지표가 '턴효율성'입니다.
두 번째는 대미지에 관한 부분입니다. 가중 분당 골드 획득량에는 킬, 어시스트, 분당 CS와 같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기본 요소가 빠짐없이 담겨있지만, 대미지 부분은 포함되어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선수가 가진 골드 대비 대미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넣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미지 기여도' 지표를 통해 이를 보완하고자 했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각 역할군에 따른 보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요소들을 모두 더하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승리 기여도'라는 새로운 지표로 연결됩니다.
* 턴 효율성
가중 분당 골드 획득량 - 챔피언 역할군별 평균 가중 분당 골드 획득량
* 대미지 기여도
분당 대미지/분당 골드+분당 대미지 격차
* 역할군(팀적 기여도)
역할군별 고정값을 부여, 대미지 기여도 차이를 보정한 수치
많은 이의 관심 속에 마무리된 2021 MSI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라인은 단연 미드였습니다. RNG의 '크라인'은 다양한 챔피언을 선보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롤드컵 디펜딩 챔피언 담원기아의 '쇼메이커' 허수 역시 흔들리는 팀을 잘 이끌었죠. 매드 라이온즈의 '휴머노이드' 역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말씀드린 가중 분당 골드 획득량과 승리 기여도를 이 선수들에게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지표상으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건 역시 쇼메이커였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쇼메이커의 승리 기여도와 턴 효율성인데요, 그는 해당 항목에서 크라인, 휴머노이드의 두 배에 달하는 좋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담원기아가 고전하는 와중에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쇼메이커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죠. 비록 담원기아가 결승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2021 MSI MVP로 쇼메이커를 꼽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2위는 휴머노이드입니다. 휴머노이드는 이번 대회에서 높은 분당 CS, 골드, 대미지를 기록한 반면 킬관여율과 15분 골드 격차에서는 저조한 숫자를 나타냈습니다. 이는 매드 라이온즈가 휴머노이드에게 성장할 시간은 물론 자원도 일부 몰아주고 있다는 걸 뜻하죠. 때문에 휴머노이드는 낮은 턴효율성에도 불구 쇼메이커에 근접하는 대미지 기여도를 올렸습니다.
RNG의 크라인은 이번 대회에서 트페, 녹턴, 라이즈 등 로밍 챔피언을 자주 다뤘기에 높은 팀적 기여도를 기록했습니다. 캐리 롤을 수행할 수 없다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크라인은 담원기아와의 결승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는데요, 특히 루시안을 플레이한 1세트에서는 눈부신 경기력을 뿜어내며 팀을 이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