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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한화생명의 LCK는 다시 한 번 뜨거워질 수 있을까 (feat 팀스노우볼)

지표를 통해 한화생명의 여름을 돌아보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1-07-09 16:28:22

한화생명e스포츠(이하 한화생명)는 그 어느 해보다 부푼 기대감으로 2021년을 맞이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대표 스타 선수 '데프트' 김혁규, '쵸비' 정지훈을 영입하며 캐리 라인을 든든히 보강했기 때문. 실제로, 팀은 스프링 시즌 승승장구하며 리그 3위에 올랐고 PO 2R까지 진출하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그랬던 한화생명이 서머 시즌 들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오늘(9일) 기준 팀의 성적은 4승 5패, 리그 7위다. 최근 들어 꾸역꾸역 승리를 챙기고 있긴 하지만, 분명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봄에도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던 한화생명은 어째서 '차가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걸까. 팀스노우볼의 지표 분석을 통해 한화생명e스포츠의 '여름'을 돌아보는 한편, 전망도 해봤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으며

팀스노우볼이 제공한 4일까지의 2021 LCK 서머 데이터를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다시 한번 '뜨거워지길' 바라는 한화생명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시즌 초 한화생명에서 가장 지원을 받지 못한 라인은 바텀이었다"


Q. 디스이즈게임: 다이나믹했던 LCK 서머 1라운드가 끝났습니다. 어떻게 지켜보셨는지 궁금합니다.


A. 김진일 대표: ​개인적으론 DRX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스프링에 이어 서머에서도 선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그림이 나왔어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어서 신기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A. 장민우 분석가: 담원기아는 스프링까지만 해도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올 시즌엔 그만큼의 폭발력이 나오지는 않고 있어요. MSI가 영향을 미친 건가 싶기도 합니다.



Q. 반면, 팀스노우볼과 함께하고 있는 농심 레드포스는 훌륭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데이터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도 감회가 남달랐을 법한데, 어떠셨나요.

A. 김진일 대표: '베이' 박준범에 비해 서머부터 합류한 '고리' 김태우는 경험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이라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플레이를 잘 펼치고 있어요. 이것이 팀의 탑, 바텀, 정글까지 고루 영향을 미친 듯해요. 

서머 시즌도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Q. 본격적으로 한화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스프링 시즌만 해도 한화생명은 강팀이었지만, 서머 들어 급격히 추락한 인상입니다. 큰 관점에서 볼 때 무엇이 원인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A. 김진일 대표:​ ​지표만 놓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서머 시즌 초반 출전했던 '모건' 박기태와 '요한' 김요한의 폼이 조금 흔들렸던 게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따라서 코치진분들이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조합을 시도하셨고요. 다시 한번 성장통을 겪는 느낌입니다.


Q. 팀적 지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A. 김진일 대표:​ ​한화생명의 지표는 성적에 비하면 굉장히 좋은 편입니다. 킬, 데스, 어시스트 등은 다른 팀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아요. 데스에서 조금 차이 나는 정도죠. 심지어 라인전 골드 차이는 리그 상위권에 위치한 담원기아보다 높습니다. 교전이 열렸을 때 모든 팀원이 얼마나 합류를 잘했는지 볼 수 있는 '교전 참여도'도 상위권이에요. 순위에 비해 지표는 확실히 준수한 편이죠.

다만, 한화생명의 평균 바론 갯수는 조금 낮은 편이에요. 평균 0.47개에 불과합니다. 킬, 데스, 어시스트는 물론 라인전 골드도 괜찮았는데 이런 상황이 펼쳐진 건 아무래도 운영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Q. 한화생명이 올 시즌 설정한 ‘방향성’이 무엇인지 드러나는 지표도 있을까요? 

A. 김진일 대표:​ 교전 참여도가 굉장히 높은 걸 보면 초반 운영이나 경기를 풀어감에 있어 교전 위주로 설계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여담으로, 쵸비의 타워 허깅 타임도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쵸비는 올 시즌 평균 206초의 타워 허깅 타임을 기록했는데, 이는 리그 평균(198초)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원래 이 숫자가 높으면 라인전에서 먹는 CS, 경험치, 골드가 높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쵸비는 정반대의 결과를 기록했습니다. 전반적인 수치가 다 좋았어요. 라인을 잘 챙겨 먹으면서도 다른 라인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겁니다.

한화생명의 지표는 성적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쵸비는 올 시즌에도 든든한 기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Q. 일각에서는 한화생명만 유독 ‘스프링 시즌’에 멈춰있는 것 같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데이터 분석가 입장에서 이에 동의하시는지, 만약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인지도 알려주세요.

A. 장동찬 분석가: 글쎄요, 밴픽 부분에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한화생명은 서머 들어 스프링과 전혀 다른 밴픽을 보여주고 있어요.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를테면 한화생명은 탑에서는 사이온, 바텀에서는 카이사를 썼던 스프링과 달리 서머에서는 다른 챔피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주류픽도 많이 쓰고 있어요. 흐름에 따라 변한 느낌이 강합니다.

다른 지표를 비교해보자면... 오히려 서머 들어서 좋아진 부분도 있습니다. 첫 번째 바론 획득 시간이나 첫 번째 갱 타임 등은 더 좋아졌죠. 근본적으로 한화생명이 게임을 풀어가는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는 해요. 몇몇 선수의 폼 하락이 초반 연패에 큰 영향을 미친 느낌입니다.


Q. 쵸비, 데프트, '비스타' 오효성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커 보인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지표상으로도 이것이 도드라지는지 궁금합니다.

A. 장민우 분석가: 조금 가슴 아픈 말이지만, 미드-바텀에 비해 탑-정글이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있다는 건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에요. 특히 라인전 지표를 보면 이런 부분이 잘 드러나고 있어요. 모건은 전반적인 초반 수치들이 리그 평균에 비해 다소 저조한 편입니다. 요한도 모건만큼은 아니지만... 지표가 조금 낮아요. '두두' 이동주와 '아서' 박미르는 그나마 리그 평균에 가까운 숫자를 기록했습니다.


Q. 탑이나 정글 쪽 지원이 부족했던 건 아닌가요? 

A. 장민우 분석가: 타 라인으로 갱이나 지원을 간 빈도를 확인할 수 있는 '서포팅 카운트' 지표에 따르면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한화생명에서 가장 지원을 받지 못한 곳은 바텀이었어요. 탑은 힘을 줘도 반반에 그친 적이 많고, 봐주지 않으면 아예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임도 많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Q. 그래도 한 가지 희망적인 건 두두-아서로 주전 라인업을 고정한 뒤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선수의 지표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A. 김진일 대표:​ 두두, 아서 조합 역시 모건, 요한과 마찬가지로 라인전 지표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다만, 그 이후 단계에서는 조금 다른 흐름이 나와요.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지표를 끌어 올리지 못했던 모건, 요한과 달리 두두, 아서는 경기 중후반 들어서는 이를 회복하는 흐름을 보였거든요. 

두두와 아서는 라인전 이후 골드 차이에서 상수를 기록하고 있다


# "비스타가 시즌 초, 카르마를 골랐던 이유는..."

Q. 어제 KT전에서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긴 했지만​, 일각에서는 쵸비의 영향력이 스프링 시즌에 비해 다소 떨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더라고요. 캐리 가능한 픽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분도 많고.

A. 장민우 분석가: 글쎄요. 쵸비는 여전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서머에서 쵸비가 주로 플레이한 챔피언들을 보면 녹턴, 세트, 라이즈였어요. 라이즈를 제외하면 성적도 나쁘지 않았죠. 쵸비의 강점은 다양한 픽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는 겁니다. 메타 변화에 영향을 덜 받는 거죠. 팀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을 좀 살리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Q. 데프트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죠.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도 있지만, 지표만 보면 여전히 '최상급 원거리 딜러'처럼 느껴지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장민우 분석가: 11.11 패치에서는 데프트의 라인전 지표가 썩 좋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DPM(분당 대미지)은 리그 상위권 원거리 딜러와 맞먹을 만큼 좋았어요. 아무래도 당시 한화생명이 바텀 중심 게임을 하지 못해서 라인전 지표가 낮게 나온 느낌입니다. 

11.12 들어서는 팀적으로 바텀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서 지표가 좋아진 듯해요. 물론, 전 라인을 놓고 보면 여전히 한화생명은 바텀에 힘을 덜 쓰는 편입니다. 미드와 정글을 지원하는 빈도가 훨씬 높거든요.

팀적 지원이 부족했음에도 높은 DPM을 올린 데프트 (출처: 라이엇 게임즈)


Q. 비스타는 '플레이메이킹' 가능한 챔피언을 많이 다뤘던 스프링과 달리, 올 시즌 초반엔 유독 카르마를 자주 활용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시는지요.

A. 장동찬 분석가: 비스타가 유틸형 서포터를 플레이한 건 팀적 이유가 컸다고 봅니다. 카르마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카르마는 픽 자체의 벨류가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실제로, 한화생명은 비스타가 카르마를 플레이할 경우 궁합이 좋은 원딜로 꼽히는 이즈리얼, 케이틀린을 픽했습니다. 봇 듀오를 구성하는 하나의 파츠로써 카르마를 높게 평가한 거라고 볼 수 있죠.

또한, 앞서 말씀드렸듯 한화생명은 상대적으로 탑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왔습니다. 따라서 별다른 지원이 없더라도 알아서 라인전을 풀어갈 수 있는 카르마 같은 챔피언을 자주 쥐여줬을 가능성도 커요.


Q. 사실 플레이메이킹이라는 단어가 참 오묘하잖아요. 수치화하기도 힘든 부분인데... 혹시 관련 항목에 대한 지표가 있을까요?

A. 장민우 분석가: 해당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별도로 준비한 지표가 있습니다. 시작 후 15분까지 킬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볼 수 있는 '플레이메이킹'인데요, 이는 용, 전령, 라인전 등에서 상대 실수를 얼마나 잘 캐치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한타를 잘 열었는지를 종합한 겁니다.

지표에 따르면 비스타는 리그 평균보다 높은 수치(0.47)를 기록했어요. 이 선수가 올 시즌에도 찬스를 잘 만들어내고 있으며, 팀 내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셈입니다.

비스타 역시 제 몫을 하고 있다


Q. 말이 나온 김에 밴픽에 관한 이야기도 해보죠. 올 시즌 한화생명의 밴픽 패턴은 어땠나요?

A. 장동찬 분석가: 올 시즌 한화생명은 상체를 먼저 완성한 뒤, 두 번째 페이즈에서 하체를 완성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블루 진영일 때는 미드를 선픽으로 가져갔고, 레드에서도 처음 두 개의 카드에 정글, 미드, 탑을 투자했죠. 반면 블루에서 원딜, 서포터를 가져온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상체를 먼저 완성하려는 경향이 짙었던 거죠.

이러한 흐름은 상체가 두두-아서로 고정된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어디에 힘을 줬다고 분석하긴 어려워요. 단순히 메타에 좋은 챔피언을 먼저 가져간 경우도 있으니까요. 다만, 블루 사이드 선픽으로 미드 챔피언을 자주 골랐다는 건... 팀의 에이스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지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Q. 한화생명은 최근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선발전은 물론이거니와, 내심 서머 포스트시즌 상위 라운드 진출도 꿈꿀 듯한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농심 레드포스나 리브 샌드박스, T1, 아프리카 프릭스 등 쟁쟁한 팀과 맞서야 합니다. 2라운드에서 한화생명이 확실히 반등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A. 김진일 대표:​ ​손대영 감독님께서 이미 어느정도 돌림판을 돌리신 뒤, 선수들의 컨디션을 파악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부터라도 감독님이나 코치님의 전략, 전술이 잘 맞아떨어진다면 무난한 경기 운영이 가능할 거로 예상됩니다. 기존에 제 역할을 해줬던 미드, 바텀의 힘도 건재하고요. 올라갈 수 있을 거로 봅니다.

Q.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남은 서머 시즌이 어떤 구도로 흘러가리라 보십니까? 역시 현시점 1위인 젠지가 그대로 왕좌에 앉으리라 보시나요 ?

A. 김진일 대표:​ LCK는 상향 평준화된 리그에요. 따라서 언제 어디서 업셋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상위권 팀들은 선수들의 불협화음과 같은 정말 특별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지금 구도로 흘러갈 듯해요. 엄청난 업셋이 일어날 거로 보이진 않습니다. 물론, 하위권엔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요.

  

이대로만 갈 수 있다면, 한화생명은 또 한 번 '뜨거운' LCK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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