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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TIG 특집 ④] 셧다운제? 최종 보스는 따로 있다

'중독 세력'과의 일전, 이겨낼 수 있을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1-07-14 17:13:48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들은 전두엽의 발달이 늦어져 모든 일에 반사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짐승과 비슷한 상태로 변한다."


"지금 교실에는 게임 때문에 얼굴은 사람인데 뇌 상태가 짐승 같은 아이들이 있다."


"게임중독 청소년은 충동적이며 사회적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져 결국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뇌질환을 갖게 된다. 하체부실로 정자 수 감소의 의해 임신이 어려워지고 결국 사회 생산인력이 될 수 없다."


"얼마 전 게임중독에 걸린 아버지가 2개월 영아를 살해한 케이스가 있었다." 


"저희는 일반인이라 굳이 그 논문까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과도한 게임은 아토피, 비만, ADHD, 근시 등 아동 질병의 원인이다. 셧다운제는 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 모든 말은 실제로 공적인 자리에서 발화된 것입니다.

 


 

TIG 2021 셧다운제 특집

 

① 2004~2021, 셧다운제의 역사를 돌아보다 (바로가기)

② 셧다운제 폐지, 정말 게임 업계의 오랜 숙원일까? (바로가기)

③ 여성가족부 해체, 셧다운제 폐지에 도움이 될까? (바로가기)

④ 셧다운제? 최종 보스는 따로 있다

⑤ 셧다운제 폐지 이슈의 중심, '우마공' 전현수 매니저를 만나다 (바로가기)

⑥ 셧다운제 실효성 논란, 제대로 종결시킨다 (바로가기)

⑦ 두 개의 셧다운제... '게임시간 선택제'도 문제? (바로가기)

⑧ 선생님들, 게임은 해보셨습니까? (바로가기)

 

 

# '실제로 한 말'을 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업계에서 오래도록 '중독 세력'이라고 불러온 이들이 있습니다. 2011년, 셧다운제 도입을 달성한 이들은 다음 아젠다를 찾아 나섭니다. 

이 분들 중 일부는 2013년 중독포럼을 만든 뒤 "도박, 알콜, 마약과 더불어 인터넷게임까지 4대 중독으로 규정합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게임을 술, 도박, 마약과 통합 관리하자는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합니다. 그 유명한 4대 중독법입니다.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가 힘을 실어준 법안이었습니다.

법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 그리고 일부 친게임 의원의 강력한 반발로 실현되지 않았습니다만, 이들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중독 세력에는 전투적 복음주의를 깊이 새긴 분도 계시고, 정신과 의사 출신도 있습니다. 기자 앞으로 소장이 날아오는 일은 피하고 싶기 때문에 이쯤 하겠습니다. 

 

게임사 매출 1% 징수 법안. 이 법은 '손인춘법'으로 불렸습니다.

 

중독 세력은 2019년 WHO의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 지정 국면에 다시 전면에 등장합니다.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 코드 등록은 마땅한 일이며, 문제가 되는 과몰입 '환자'들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오랜 세월 중독 세력은 다양한 자리에 등장해 수많은 '명언'들을 남겨왔습니다만, 대체로 이러한 방식으로 논리를 발전, 유지시켜왔습니다. 

여기서 다시 기억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연재 초반에 이야기를 했지만 강제 셧다운제의 추진의 첫 출발점이 중독치료의 산업화를 원하던 정신의학계의 의견과 연구를 중심으로 했다가, 청소년 보호 논리로 바뀌고 이 업무가 여성가족부로 이관되었다는 것 말입니다. 1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인 셈이죠. 

 

게임을 하면 뇌가 망가진다

게임 자체가 문제다. 과몰입 조치해야 한다.

게임에는 문제가 없지만, 과몰입에는 대처해야 한다

 

[관련기사]

'게임이 나쁘다→일단 환자부터 고치자' 게임뇌부터 질병 논란까지. 찬성 논리 발전사 (바로가기)


게임 이용 장애가 ICD-11 등재를 앞둔 참에 전 세계는 예상 못한 악재를 맞이했습니다. 모두가 겪고 있는 현재 진행형 악재, 코로나19죠. 판데믹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 한국용 질병코드(KCD)를 개정해야 하는 순간이 올 때, 중독 세력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KCD의 분류 작업은 통계청이 맡습니다. 통계청 통계기준과 장선희 보건분류 행정사무관은 "이 문제(게임 이용 장애)의 경우 1~2년 검토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연구를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WHO의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 설명 포스터

 

 

# 셧다운제는 사라질 수 있다, 다음은 '디지털 디톡스'

PC 온라인게임을 대상으로 하는 셧다운제는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과거보다 상황이 좋습니다.

21대 국회 임기는 작년에 시작했으며, 폐지에 관한 법률이 여럿 제출된 현재 현행 셧다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회의원은 없습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판교에 "게임중독은 질병"이라는 현수막을 건 국회의원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입니다.

 

2019년 5월 판교에 게첩된 "게임중독은 질병" 현수막

하지만 중독 세력 자체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최근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사안은 '디지털 디톡스'입니다. 디지털 디톡스란 주말 등에 스마트폰을 비롯해 디지털 기기를 아예 쓰지 않거나 디지털 기기 대신 아날로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김 과장은 본인이 주도한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치유 사업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2015년 서울신문 인터뷰 中

 

"디지털 디톡스는 편리함을 추구하고자 만들었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고 중독되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생겨났죠. 디지털 기기에 지친 사람들이 스스로 사용을 자제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정규 편성 시간대가 정해진 텔레비전 같은 매체와 달리 제한 없이 이용이 가능해요. 그래서 중독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유해야 합니다. 물론 인터넷게임 중독도 마찬가지예요 (중략) 

 

2009년부터 스마트폰 및 인터넷게임 중독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조기에 중독 증상을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1편에서 알아본 권장희 소장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안 쓰는 친구는 뇌가 계속 발달하지만, 스마트폰을 쓰는 친구는 발달이 거기서 멈춰있어요. 5년, 10년 지나면 스마트폰 안 한 친구는 머리가 엄청 좋아져 있고, 한 친구는 머리가 좋아지다 말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머리가 되어버리는 거에요."


2020년 2월, 정연준 가톨릭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인터넷 게임 장애 진단용 조성물 및 진단을 위한 정보제공 방법'으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혈액으로 인터넷 게임 장애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사업은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도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가 참여한 범부처 차원 국책 연구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되죠. 과기부는 디톡스 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인터넷 게임 중독의 뇌과학적 원인 규명 및 진단/예방 기술'을 연구하기로 했고, 혈액 검사로 게임 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는 특허까지 나온 것입니다. 이 '디톡스 사업'에는 5년 간 22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KCD 개정 국면에서 디지털 디톡스는 중독 세력의 주요 아젠다가 될 공산이 큽니다.  여기서 잠깐 왜 이런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까요?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떠한 주장을, 여기서는 게임이 뇌와 중독성이 있어서 해롭다는 이야기를 할 때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근거는 '아무 말'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체계적인 연구와 그 결과, 그리고 그 연구가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사람 등이 했을 때 유의미하죠.

참고로 중독 세력이 초기에 근거로 내세운 게임뇌 이론은 허구로 판명되었습니다. 일본의 모리 아키오 교수가 "게임을 하면 전두엽이 파괴된다"는 가설을 내세워 실험한 결과를 가지고 온 것이지만, 일본에서도 이는 사이비 과학이고, 연구대상에 대한 무지에 따른 억지라고 결론이 나온지 오래입니다. 

 

'인터넷 게임 중독의 뇌과학적 원인 규명 및 진단/예방 기술' 추진도

[관련 기사]

 

혈액을 통한 인터넷 게임 장애 진단에 대한 특허, 어떤 의미일까? (바로가기)

실체 없는 중독 위해, 자가당착에 빠진 '12억 원' 보고서 (바로가기)

'게임 중독, 뇌과학으로 해결' 정부가 계획한 디톡스 사업 (바로가기)

 

 

# 게임은 언제나 호출될 수 있다... 이용자의 목소리 더 커져야

중독의 활시위가 향하는 과녁은 PC 온라인게임에서 스마트폰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기기와 콘텐츠 이용의 대세도 그쪽으로 기울었으니 전략적으로 납득이 가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디톡스 사업의 주로 연관되는 단어가 게임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게임은 언제든 호출되어 악마화될 수 있습니다. 

최근 게임 이용자들이 직접 업계와 정치권에 목소리 직접 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당사자들이 보다 많이 등장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건전한 토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믿음'으로 무장한 그 분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더 자주 크게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이어서 최근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일련의 액션을 주도한 '우마공'(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의 전현수 매니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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