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거래소, 코스닥 등에 상장된 게임사들의 2019년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과연 국내 게임사들의 2019년 1분기 성적은 어떠했을까? IR(투자자들에게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 문서)와 전자 공시된 기업 분기 보고서를 바탕으로 올해 1분기 주요 게임사 15곳의 실적을 살펴봤다. / 디스이즈게임 송주상 기자
2019년 1분기 실적 발표를 끝낸 게임사들의 성적표가 전체적으로 어둡다.
펄어비스와 그라비티가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올렸지만, 15개 게임사 중 8곳이 지난해 동분기(19년 1분기)보다 매출이 감소했다. 영업이익 또한 총 8개 업체가 감소했고, 3개의 회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NHN이 게임 부문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음을 고려하면 14곳 중 11곳이 좋지 못한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모바일 매출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게임사 1분기 키워드는 '해외 시장'과 'IP'였다. 중국 신규 판호 발급이나 성공적인 신규 IP 론칭 등 정체된 게임 시장을 탈피할 이슈가 생기지 않는다면 침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1분기 매출은 다른 분기보다 낮게 나오는 '게임 비성수기'다. 실제로 이번 15개 기업 대부분은 이렇다 할 신작 없이 기존 게임이나 IP로 매출 방어에 나섰고, 이에 따라 국내보다는 해외에서의 흥행에 따라 기업의 희비가 갈렸다.
넥슨은 일본, 유럽 등에서 실적이 상승하고, <던전앤파이터>가 중국에서 선전(5,872억 원, 넥슨 매출 62%)하며 작년 매출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환율 문제가 발목을 잡았지만, 넥슨의 기존 IP가 국내외에서 예상 외의 실적을 올리며 500억이 넘는 전체 매출 상승을 이끌어 냈다. 또, <린: 더 라이트브링어>의 흥행으로 국내 매출이 14% 상승했다.
네오위즈 역시 중고 신작 <브라운더스트>가 해외 시장에서 고무적인 성과(전년도 동분기 대비 46% 상승)를 기록하며, 매출이 전년도보다 크게 상승했다. 17년 출시된 <브라운더스트>는 작년 말 기준 글로벌 월 최고 활성 유저 수를 기록하며, <아바>, <블레스> 이후, 간판 IP에 대한 네오위즈의 갈증을 채워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보드게임(<피망포커>, <피망섯다> 등)의 선전으로 330억 원 벌며 작년보다 20% 상승했다.
NHN(게임 부문)은 국내 매출이 작년 1분기보다 605억(9.1% 감소) 덜 나왔지만, 해외 매출이 18년 1분기보다 531억(8.3% 증가)이 더 나오며 매출 방어에 성공했다. 특히, 일본에서 좋은 성과를 올린 모바일 대전 게임 <Compass>가 올 4월 중국 내 판호를 발급받아 2분기 해외 매출의 청신호를 켰다.
반면, <리니지 리마스터>를 위해 아이템 프로모션을 축소한 엔씨소프트는 17년 3분기 <리니지M> 이후 7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 작년 동분기보다 해외 매출(로얄티 포함)은 <길드워2> 매출 감소 영향으로 소폭 떨어졌고, 국내 매출은 788억, 24% 감소했다.
특히, <리니지> 매출은 작년 1분기보다 47% 감소한 207억 원으로 이번 분기 <리니지2> 매출 215억 원보다 낮다. 수년째 국내 매출 비중이 70%가 넘는 엔씨소프트에게는 <리니지> 2019년 1분기 성적이 여러모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1분기 신작이 없던 넷마블 역시, 전분기보다 448억, 18년 1분기에 비해서는 554억 떨어진 매출을 기록하며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작년 12월 출시된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에 힘입어 국내매출은 전부기보다 353억 상승했지만, 신작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게임들의 해외 매출 및 비중이 덩달아 떨어지게 된 영향이 크다.
IP에 따른 게임사의 매출 차이도 눈에 띈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과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는 두 기업의 역대 최고 매출을 이끌며 건재함을 증명했다. 반면, 웹젠의 <뮤>는 힘이 빠진 모양새다.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은 중국 내에서의 큰 인기도 불구하고 이번 1분기가 지나서야 '덕'을 볼 듯 하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영업수익(매출)은 전년 동분기 대비 400억 가량 상승한 1,163억 원. 해외 영업수익 비중 역시 65%(아시아 43%, 북미/유럽 외 22%)로 높아졌다. <검은사막> 콘솔버전 역시 올 해 3월 4일 유럽/북미 출시 후, 첫 달에만 24만 장 판매하여, 전체 매출의 2%가량을 차지했다.
한편, 작년보다 감소한 영업이익은 작년 동분기 대비 5배 증가한 연구개발비와 2배 늘어난 직원수의 영향으로 '두 걸음 전진 위한 한 걸음 후퇴'인 셈이다.
그라비티는 18년 4분기 동남아시아에서 출시된 <라그나로크M: 영원한 사랑> 흥행 성공과 <라그나로크R>과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대만과 한국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역대 최고 매출 및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올 1분기 매출은 작년 동분기 대비 무려 102% 증가한 1,336억 원. 캐릭터 사업에서도 25억 벌며 라그나로크 IP의 인기를 증명했다.
반면, 웹젠은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고민은 더 커졌다. 자체 IP <뮤>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작년 1분기에 546억 벌었던 뮤 IP 기반 게임은 올해 24% 감소한 310억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뮤>의 약세는 웹젠의 걱정거리다. 국내에선 <R2>가 선전하며 전년 대비 35% 증가했지만, 해외 매출이 60% 감소하기도 했다.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된 위메이드지만, <미르의 전설> 관련 저작권 소송에서 승소해 웃고 있다. 미르의 전설 IP로 생기는 중국 내 추정 매출은 4조원. 이를 셩취게임즈(구 샨다게임즈)에서 제대로 된 로얄티를 지불하지 않아 위메이드는 70건이 넘는 소송을 진행 중이었고, 올 1분기부터 승소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작년 동분기 대비 반 토막 난 라이선스 수익이 1분기 매출 감소 주요 원인인 만큼 적자 상태를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2분기(4월 1일 ~ 6월 30일)의 반이 지난 지금, 국내 출시 또는 출시 예정 게임은 <트라하>, <디즈니팝>,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패스 오브 엑자일> 등으로 많지 않다. 중국 내 신규 판호는 여전히 국내 기업에는 두꺼운 장벽이다. 한국 게임계를 이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뚜렷하지 않아 2분기 전망 역시 밝지 않지만, 2019년 내내 각 게임사의 도전은 계속된다.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은 국내외 신규 게임 론칭을 통해 정체되거나 하락한 매출 복구를 노린다. 넥슨은 <마기아: 카르마 사가>, <시노엘리스> 국내 론칭과 <메이플스토리M> 일본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1분기 신작 없던 넷마블은 최근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를 선보인데 이어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BTS월드> 등 신작으로 반전을 노린다. 엔씨소프트는 3월 말 출시된 <리니지 리마스터> 실적이 반영되는 2분기 성적을 기대 중이다.
펄어비스와 그라비티, 게임빌은 해외에 집중한다. <검은사막> 국내 자체 서비스를 시작하는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모바일> 글로벌 출시를 시작한다. 그라비티는 다양한 <라그나로크> IP 기반 게임을 지역에 맞게 출시하며, 올 1분기 적자를 기록한 게임빌은 <NBA NOW>, <탈리온> 글로벌 론칭을 통해 세계 시장에 도전한다.
한편, 비상장사인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 역시 신규게임을 통해 활로를 찾는다. <미스트오버>를 개발 중인 크래프톤은 카카오게임즈와 손을 잡고 2분기 내 CBT가 예정된 신규 MMORPG <에어>를 준비 중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의 명작 <패스 오브 엑자일> 국내 서비스를 통해 펄어비스로 서비스 이관된 <검은사막>의 아쉬움을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