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다소 특이한 설정과 게임플레이로 화제가 됐던 <코지마 히데오>의 데스 스트랜딩이 중국 우한시에 실제로 펼쳐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진원지, 우한은 현재 봉쇄 중입니다. 길거리 상점을 비롯해 학교 등 공공시설도 문을 닫았고, 시민들 역시 대문을 걸어 잠근 채 외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유령 도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엄중한 상황에서도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바로 배달업체 직원들입니다. 이들은 현지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음식은 물론, 각종 식재료나 약품, 마스크까지 다양한 필수품들을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매일 자신의 일상을 웨이보에 포스팅하며 생업에 종사하는 한 배달원도 있었습니다. 평소에 비해 훨씬 위험한 상황, 일거리는 늘었고, 스스로도 감염될 가능성을 감수해야하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아버지에게 도시락을 전해달라는 어느 아이의 위험한 배달 요청을, 그는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한 뒤엔, 앞으론 병원 가는 배달을 조금 더 자주 받겠다는, 작지만 큰 다짐을 밝히기도 합니다.
자가격리 상태에서 매일 울고 있다는 한 여성 고객과는 배달이 끝난 후에도 통화를 주고받으며 위로를 제공하고, 그와중에 고층 아파트의 위험한 곳에 홀로 올라가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해 1층에 내려다주는 작은 선행도 합니다.
매일 자신의 일상을 포스팅하는 그는 수많은 매체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다음과 같은 말만 남겼습니다.
"저는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입니다. 제 사진을 이용하고 싶으시다면 마음껏 쓰셔도 좋습니다. 상업적 사용도 괜찮지만, 만약 이익이 발생한다면, 그걸로 의료 물자를 구입해 각지 병원에 기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관심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립된 주민들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단절된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며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데스 스트랜딩>과 너무나 비슷합니다.
<데스 스트랜딩>은 정체 불명의 재앙으로 도시가 붕괴한 미래를 다룹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벙커에 틀어박혀 세상과 스스로를 단절시킨 채 살아가고 있죠. 플레이어는 이 세상에서 한 명의 배달부가 되어 음식, 약품 등 생필품부터 죽은 연인의 유품, 심지어 피자까지, 온갖 물건을 사람들에게 배달해야합니다.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지만, 모든 것이 단절된 이 세상에선 아주 중대한 역할이라는 걸 금방 깨닫게 되죠.그런데 재미있게도, <데스 스트랜딩>에서 대부분의 포터들은 보수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무너져가는 세상을 유지하고,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일까요.
마치 우한의 배달원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