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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어째서 눈물이... LCK가 롤드컵을 지배했던 시절을 돌아보다

머지않은 미래, 기쁨과 환희의 GG를 외칠 수 있는 날이 오길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0-07-31 11:01:48

언제부터인가 LCK 팀이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낯선’ 일이 돼버렸습니다. 시작은 2018년이었는데요. 당시 롤드컵에 출전한 LCK의 최고 성적은 8강에 불과했습니다. 이듬해 롤드컵 역시 T1 한 팀만이 4강에 올랐죠. 이 기간 동안, LCK는 MSI에서도 트로피를 되찾지 못했습니다.

 

현실이 힘들수록 찬란했던 과거가 그리워지는 법! 문득 전 세계를 호령했던 LCK가 사무치게 그리워졌습니다. LCK팀은 오직 LCK 팀만이 떨어뜨릴 수 있었던 그 시절 말입니다. 나 때는 말이죠. LCK 팀만 보면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던, 롤드컵만 나갔다 하면 결승 진출은 기본이었던 무적의 LCK가 있었다구요!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LCK를 상징하는 듯한 녹슨 왕좌 (출처: LCK 유튜브)

 

  

# 2013년: 역사적인 첫 번째 우승! 'SKT T1 K'

  

LCK의 첫 번째 롤드컵은 2012년이었습니다. 당시 정글러로 활동한 이현우 현 해설을 필두로 결승에 오른 아주부 프로스트는 타이페이 어쌔신에게 일격을 맞고 준우승을 차지하게 됐는데요.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국제대회 데뷔전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습니다. 그리고 LCK는 이듬해 롤드컵을 통해 첫 번째 왕좌를 차지할 꿈을 꾸고 있었죠.

 

당시 LCK 대표는 SKT T1 K, 나진 소드, 삼성 오존이었는데요. 삼성 오존이 미드 라이너 ‘다데’ 베어진의 부진 속에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가운데 T1과 나진 소드가 4강에서 맞붙게 됩니다. 그리고 나진 소드를 3-2로 꺾은 T1은, 결승에서 ‘우지’ 젠쯔하오의 로얄 클럽을 3-0으로 완파하고 LCK에 첫 번째 롤드컵 트로피를 안겼죠.

 

2013 롤드컵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T1의 서포터 ‘푸만두’ 이정현이 사용했던 ‘탱 자이라’입니다. 당시 그는 방어, 마법 저항력, 체력 등 단단한 룬 세팅을 선보이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습니다.

  

꽤 인상 깊었던 푸만두의 탱 자이라 (출처: OGN 유튜브)

 

2013 롤드컵 우승은 LCK에 상당한 의미를 가집니다. 세계 최강의 리그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질적인 결과물이 없었던 LCK에게 있어 첫 번째 국제대회 트로피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 LCK 시대’는 2017년까지 이어졌습니다. 2013 롤드컵이 LCK 장기집권의 서막을 연 셈입니다. 

  

 

# 2014년: 절정의 탈수기 운영! '삼성 화이트'

  

2014 롤드컵은 분산개최로 진행됐는데요.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조별리그를 진행한 뒤, 8강부터 한국에서 일정을 소화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첫 번째 롤드컵, 많은 팬은 LCK가 안방에서도 그 위용을 떨칠 수 있길 기대하고 있었죠.

 

사실 2014 롤드컵은 ‘지역 선발전’부터 이야깃거리가 넘쳐났습니다. 당시 많은 이가 2013 LCK 윈터를 우승한 SKT T1 K, 2014 LCK 서머를 우승한 KT A 중 한 팀이 롤드컵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선발전을 시작했던 나진 실드가 기적 같은 도장 깨기를 선보이며 롤드컵 티켓을 따낸 것입니다. 

 

당시 OGN가 라이엇코리아가 내놓은 롤드컵 홍보영상의 주인공이 T1이었음을 감안하면,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죠.

 


 

그렇게 2014 롤드컵 출전팀은 삼성 화이트, 삼성 블루, 나진 실드로 결정됐는데요. 이 중 삼성 화이트는 대회 내내 단 2번밖에 지지 않는 압도적 경기력을 과시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당시 삼성 화이트를 상징한 건 빡빡한 시야 장악을 통해 상대의 움직임을 원천 봉쇄하는 이른바 ‘탈수기 운영’이었는데요. 그 중심에 있었던 선수가 바로 서포터 ‘마타’ 조세형이었습니다. 그는 '기동력의 신발'을 빠르게 올리고 시야를 장악하는 한편, 적극적인 로밍을 시도하는 등 빛나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특히 결승전 3세트, 미드 1차 타워에서 ‘폰’ 허원석이 위기에 빠졌을 때 혜성처럼 나타나 점멸-’계절풍’ 콤보로 구원하는 모습은 아직도 회자되는 명장면 중 하나죠. 결국 마타는 서포터 포지션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롤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서포터가 MVP를 수상’하는 쾌거를 이룹니다.

  

'슈퍼 세이브'의 정답과 같은 장면 (출처: OGN 유튜브)

 

  

# 2016년: 2년 연속 한국팀 결승 내전, 그리고 4강 중 세 자리를 차지한 LCK

‘대 LCK 시대’는 계속됐습니다. 2015 롤드컵 결승전을 T1과 쿠 타이거즈, 2개의 LCK 팀으로 채운 데 이어 이듬해 롤드컵에 진출한 T1, 락스 타이거즈, 삼성 갤럭시 등 3개 팀이 모두 4강에 진출하는 위용을 과시했기 때문입니다. ‘LCK는 LCK팀만이 떨어뜨릴 수 있다’라는 이야기가 결코 과장이 아닌 순간이었죠.

다시 한번 한국팀 결승 내전이 성사된 2016년, 이번 대진표는 T1 대 삼성 갤럭시였습니다. 1, 2세트를 T1이 가져가며 다소 싱겁게 끝나는가 싶었던 결승전이었지만, 삼성은 3세트부터 매서운 반격에 나섰습니다.

경기 초반, 아우렐리온 솔을 고른 ‘크라운’ 이민호는 ‘페이커’ 이상혁의 오리아나에게 고전했고, ‘앰비션’ 강찬용은 중반까지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죠. 심지어 글로벌 골드가 9천까지 벌어질 정도로 경기는 일방적인 T1의 흐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이 꾸역꾸역 챙겨둔 4개의 드래곤이 변수가 됐고, 경기 막바지 앰비션이 장로 드래곤을 스틸하며 삼성이 기적 같은 역전승을 따내게 됩니다. 이어진 4세트까지 잡은 삼성은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업셋’ 일보 직전까지 도달하게 됐죠.

이 장면은 북미 해설진을 절규하게 만들었다 (출처: OGN 유튜브)

하지만 승부를 가른 것은 결국 페이커였습니다. 삼성이 무섭게 성장한 페이커의 빅토르를 끝내 막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역대 롤드컵 결승을 통틀어 처음으로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보여준 양 팀의 희비는 그렇게 엇갈렸고, T1은 2013-2015-2016 등 롤드컵에 진출하기만 하면 무조건 우승한다는 어마어마한 징크스를 남기게 됩니다.


# 2017년: 새로운 왕을 경배하라! '삼성 갤럭시'

  

LCK의 마지막 롤드컵 트로피, 그 주인공은 ‘삼성 갤럭시’였습니다. 이 대회는 유독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았는데요. 메타를 뒤흔들었던 ‘향로’와 원딜 시팅 전략을 밀고 나가며 좋은 성적을 올린 LPL, 그리고 페이커의 눈물과 가장 높은 곳에서 복수에 성공한 앰비션 등 이야깃거리가 차고 넘치는 대회였죠. 

 

3년 연속 롤드컵 결승 내전을 성사시킨 LCK가, 어쩌면 LCK를 가장 이기고 싶어했던 LPL의 심장 '베이징'에서 경기를 펼친다는 것도 드라마틱한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이듬해 완전히 다른 상황이 전개되긴 했지만요. 

 

또한, 2017 롤드컵은 LPL이 역사상 처음으로 4강에 두 팀을 진출시키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대회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특히 강팀으로 평가된 T1을 그로기 상태까지 몰아넣은 RNG의 경기력은 눈부셨죠. 물론 페이커의 '5연속 갈리오'에 무릎 꿇어야 했지만, 우지를 필두로 한 RNG의 분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만한 장면이었습니다.

  

T1에게 역사상 첫 다전제 패배를 안길 ‘뻔’ 했던 우지와 RNG (출처: 라이엇게임즈)

  

당시 LCK 대표는 T1, 삼성 갤럭시, 롱주였는데요. 삼성이 8강에서 롱주를 탈락시킴에 따라, 2015년부터 이어진 'LCK는 LCK만이 떨어뜨릴 수 있다'라는 공식이 또다시 성립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T1과 삼성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같은 무대, 같은 위치에서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결승전은 예상과 달리 삼성의 일방적인 3-0 승리로 끝났는데요. 특히 3세트 후반부 '룰러' 박재혁의 바루스가 앞점멸로 궁극기를 활용, 페이커를 잡아내는 부분은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그만큼 T1의 완패는 충격적이었고,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판 전체에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한 북미 해설진 역시 삼성의 우승 콜로 '새로운 왕을 경배하라!(ALL HAIL THE NEW KING!)'는 멘트를 남기며 전통 강호 T1의 패배와 삼성의 비상을 조명할 정도였으니까요.

 

사실 경기 후 가장 화제가 됐던 건 '페이커의 눈물'이었습니다. 그간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만큼, 롤드컵 한 번 우승 못한다고 해서 가치가 깎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페이커는 그 한 경기 패배에 속상해하며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전설은 절대 죽지 않는다'(Legends never die)라는 롤드컵 주제가가 멋들어지게 어울렸던 순간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이 주제가는 가장 높은 곳에서 복수에 성공한 '앰비션'에게도 해당되는데요. 앰비션 이야기는 일전에 다룬 적 있는 만큼, 한 번 더 읽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관련 기사: 전설은 그렇게 시작됐다! 앰비션-페이커의 연결고리

  

 

# 기쁨과 환희의 GG를 외칠 날이 오기를

  

적지 한복판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LCK는 이듬해 거짓말처럼 무너졌습니다. 2018 MSI에 진출한 킹존은 결승전에서 RNG를 만나 허무하게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LCK는 리프트 라이벌즈와 아시안게임에서도 LPL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후 많은 팬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고, 실제로 결과는 참혹했죠. 서머 시즌 우승팀 KT는 LPL의 IG에게, 아프리카는 북미의 C9에게 덜미를 잡히며 8강에서 탈락했고, 젠지는 아예 조별예선조차 뚫지 못한 채 주저앉았습니다. 특히 젠지의 예선탈락은 삼성 오존 이후 LCK 팀이 롤드컵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그만큼 쇼킹한 결과였죠. 

 

물론 KT가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IG와 풀세트 접전을 간 것에 위안을 삼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냉정히 말해 이는 패자의 씁쓸한 위로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2019 롤드컵, LCK는 복수의 칼을 갈았습니다. 정규시즌 패왕의 모습을 보여준 T1, 새 얼굴로 등장해 리그 전체에 신바람을 일으킨 그리핀과 담원 등 다양한 팀이 출전했기 때문이죠. 특히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LCK가 보여준 눈부신 경기력 역시 호재로 작용할 듯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담원은 유럽의 G2에게, 그리핀은 IG에게 일격을 맞았고 T1은 MSI에 이어 또다시 4강에서 G2에게 패배하며 짐을 싸야 했습니다. 수 년간 국제대회를 호령했던 LCK가 '2년 연속'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만 것입니다.

  

G2와의 4강전, 경기를 지켜보던 기자의 손도 떨렸다 (출처: 라이엇게임즈)

  

이제 LCK는 명백한 '도전자'로써 국제대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더이상 '실수를 줄이면 된다', '우린 틀리지 않았다'라는 마인드로는 왕좌를 되찾을 수 없는 셈입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LCK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부진이 길어지고 있지만, LCK 역시 롤드컵과 MSI 등 해외 팀과의 맞대결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빠른 경기 템포와 공격적인 스타일을 흡수하는 등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머지않은 미래, 롤드컵 결승전에서 LCK 팬들과 함께 기쁨과 환희의 GG를 외칠 수 있는 순간이 오길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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