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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그리핀 사건부터 롤드컵 탈환까지... 롤러코스터 같았던 2020 LCK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돌아보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0-12-29 09:41:10

다사다난했던 2020년도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판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다이나믹한 한 해를 보냈는데요. 


올 한 해는 여러 파장을 일으킨 그리핀 사건과 논란 있는 인물을 코치로 선임하려 했던 T1 등 어두운 소식은 물론, 담원의 롤드컵 탈환과 프랜차이즈 체제 발표 등 팬들을 미소짓게 한 소식도 많았던 시기로 기억될 듯합니다. 2020년을 마무리하기까지 3일 정도 남은 지금, 올해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판을 뜨겁게 달군 이슈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그리핀

 

2018 LCK 서머를 통해 1부리그에 합류한 그리핀은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판의 '신데렐라'로 꼽혔습니다. 리스크 있는 플레이 대신 안전함만을 추구했던 LCK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기 때문이죠. 실제로 그리핀은 웬만해선 싸움을 피하지 않았고, 화려한 한타를 통해 흐름을 가져오는 플레이를 즐겼습니다. 또한, 결승전과 같은 큰 무대에서도 독특한 조합을 시도하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죠.

 

당시 그리핀의 상승세는 대단했습니다. 비록 우승이라는 결실을 얻진 못했지만 2018 LCK 서머, 2019 LCK 스프링, 서머까지 연달아 결승에 진출하며 승격 후 3연속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그리핀은, 2019 케스파컵에서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리핀에게도 서서히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2019 롤드컵 개막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그리핀과 김대호 감독의 계약이 종료된 데 이어, 대회 중 '바이퍼' 박도현, '소드' 최성원이 김대호 감독을 언급한 인터뷰를 남기면서 해당 상황은 삽시간에 많은 이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됐죠. 결국 그리핀을 이끌었던 김대호 감독과 '쵸비' 정지훈, '도란' 최현준, '리헨즈' 손시우 등 핵심 자원들이 팀을 떠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맙니다.

 

그렇게 맞이한 2020 LCK 스프링, 그리핀은 너무나도 무기력했습니다. '타잔' 이승용, '바이퍼' 박도현 등 핵심 전력이 잔류한 만큼 중위권은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리핀은 시즌 내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휘청였습니다. 한 시즌 동안 그리핀이 올린 승수는 고작 '5승'에 불과했고, 결국 그리핀은 강등전에서도 불꽃을 살리지 못한 채 그대로 추락했죠.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습니다.

  

타잔, 바이퍼 등이 잔류했지만, 그리핀은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그리핀 사건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e스포츠공정위원회(이하 공정위)는 14일 김대호 감독에게 자격정지 5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김 감독이 소속 선수에 대한 피드백 과정에서 의자를 내려치고 어깨를 잡고 흔드는 등 폭행과 폭언을 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김대호 감독은 올해 스프링 시즌까지는 소속팀 DRX에 어떠한 관여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졸지에 선장을 잃은 DRX는 부랴부랴 김상수 감독을 대행으로 선임하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지만 상황은 썩 좋지 않습니다. '킹겐' 황성훈을 제외하면 대부분 신인 선수들로 구성된 데다, 케스파컵에서도 이렇다 할 희망의 불씨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사: 꿈같은 한 해를 보낸 'DRX 1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 미래를 향한 새로운 발걸음! '프랜차이즈'

 

한국은 중국, 유럽, 미국 등 <리그 오브 레전드> 4대 주요 리그 중 유일하게 프랜차이즈 제도를 시행하지 않은 지역이었습니다. 특히 2018년 중국(LPL)과 북미(LCS), 2019년 유럽(LEC)이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뒤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하자 많은 LCK 팬들은 리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서둘러 프랜차이즈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라이엇코리아는 지난 4월 2021시즌 프랜차이즈 시행을 공지하며 팀 선별 작업에 들어갔는데요. 그 결과, 2020 LCK 서머 참가팀 중 설해원 프린스를 제외한 9개 구단과 챌린저스 코리아 출신 프레딧 브리온이 역사적인 첫 번째 LCK 프랜차이즈 참가팀으로 결정됐습니다.

 

프랜차이즈는 승강제 폐지, 2군 및 아카데미 리그 신설, 투자 확대 등 리그의 파이를 한층 키울 수 있는 제도로 꼽힙니다. 특히 선수 입장에서는 표준 계약서가 도입됨에 따라 고용환경이 안정되며 최저 연봉도 연 2천만 원에서 3배가량 높은 6천만 원으로 인상되는 등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죠. 게다가 강등에 대한 부담이 없는 만큼 한층 자유롭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LCK는 2021시즌부터 프랜차이즈 체제에 돌입한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물론 긍정적 요소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강등 부담이 사라진 이상, 페널티를 부과하더라도 긴장감 떨어지는 경기가 나올 수 있으며 이를 악용하는 팀이 생길 수도 있죠. 

 

지난해 여성팀으로 개편해 독립 국가 리그에 참여한 배빅티스 이스포츠(Vaevictis Esports)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들은 최하위를 기록해도 강등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 다이아 티어 여성 서포터 5명을 모아 리그에 참가했습니다. 단기적인 이슈 몰이를 위해 무리한 수를 던진 것이죠. 결국 그들은 2시즌 연속 '매치, 세트 전패'를 기록하며 올해 2월, 리그에서 퇴출됐습니다.

 

자본이 커진다 한들 중국, 미국, 유럽으로부터 선수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실제로 담원은 팀의 핵심 자원인 '너구리' 장하권을 중국 FPX에 내줘야 했고 바이퍼와 '에이밍' 김하람, '미스틱' 진성준 등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도 중국으로 둥지를 옮겼습니다. 롤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강의 자리를 되찾았음에도 많은 선수가 리그를 떠난 것입니다.

 

여러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지만 프랜차이즈 제도는 리그 발전을 위해 반드시 시행되야할 체제로 꼽힙니다. 2020년, 그토록 바라던 롤드컵을 탈환한 LCK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폭주하는 담원! 왕좌 탈환에 성공한 LCK

 

LCK가 국제 대회에서 휘청이기 시작한 건 2018년부터였습니다. LCK 대표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 참가한 킹존은 결승에서 중국의 RNG를 만나 허무하게 패배했는데요. LCK는 그해 펼쳐진 리프트 라이벌즈와 아시안게임에서도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어진 결과는 더 참혹했습니다. 

 

서머 우승팀 KT는 중국의 IG에게, 아프리카는 북미의 C9에 덜미를 잡히며 8강에서 탈락했고 젠지는 조별예선조차 뚫지 못한 채 몰락했는데요. 특히 젠지의 예선 탈락은 삼성 오존 이후 LCK 팀이 롤드컵 조별 예선에서 떨어진 최초의 사례인 만큼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KT가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IG와 풀세트 접전을 간 것에 위안을 삼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는 패자의 씁쓸한 위로에 불과했죠.

 

2019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이었습니다. 담원은 유럽의 G2에, 그리핀은 중국의 IG에 일격을 맞았고 T1은 MSI에 이어 롤드컵 4강에서 또다시 G2에 패배하며 주저앉았습니다. 수년간 국제대회를 호령했던 LCK가 '2년 연속'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만 것입니다.

  

녹슨 왕좌는 LCK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리매김했'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그리고 시작된 2020년, LCK는 달라졌습니다. 미드 시즌 컵에서 중국에 고배를 마신 뒤 빠른 경기 템포와 공격적인 스타일을 흡수하며 변화의 물결에 동참했기 때문이죠. 안전함 대신 공격적인 플레이가 주를 이었고, 줄 건 줘도 된다는 마인드는 하나도 내줄 수 없다는 '긍정적인 욕심'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중심에 서있던 것이 바로 담원입니다. 담원은 너구리, '쇼메이커' 허수 등 핵심 선수들을 중심으로 '캐니언' 김건부, '고스트' 장용준, '베릴' 조건희 등 모든 선수가 기량을 폭발시켰고, 2020 LCK 서머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중국의 쑤닝을 꺾고 롤드컵을 들어 올렸죠. 특히 결승전 막바지, 2020 롤드컵에 참가한 LCK 팀의 로고를 띄우는 장면은 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담원은 케스파컵에서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한화생명에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긴 했지만,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승리를 쓸어담으며 무난히 결승에 올랐기 때문이죠. 담원은 2일 농심 레드포스와 케스파컵 우승을 두고 격돌할 예정인데요. 과연 결승전에서도 담원이 자신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을 도서관으로 만들어버렸던 담원의 폭주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최선의 선택을 내리긴 했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던 LS의 T1 부임설

 

T1은 '페이커' 이상혁을 필두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팀으로 꼽히는데요. 

 

하지만 이 팬들을 분노케 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올해 11월, T1의 코칭스태프에 관한 '흥미로운 소문'이 돌았습니다. 올해 LCK 영문 해설을 맡았던 'LS' 닉 드 체사레(이하 LS)가 2021시즌 T1 <리그 오브 레전드> 팀 코치로 부임할 거라는 이야기였죠.

 

문제는 LS가 BBQ 올리버스 코치 시절, 잡음을 일으켰던 정글러 '말리스'를 옹호하는 등 여러 논란을 불러온 데다 이렇다 할 우승 경력도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T1이 스프링 시즌 우승을 차지한 김정수 감독과 '롤드컵 진출 실패'를 이유로 계약을 종료했음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죠. 이에 수많은 팬은 LS의 T1 부임설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분노한 팬들은 T1에 대해 연일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로고 원본 출처: T1)

 

LS를 둘러싼 잡음은 T1의 사과로 일단락됐습니다. 

 

T1은 공식 발표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재정비하고 소통 채널을 개편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담원의 롤드컵 우승을 이끈 양대인, 이재민을 감독과 코치로 선임하며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사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LS, 양대인, 이재민과 T1에 관한 타임 라인이 정확히 어떤 순서로 형성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LS의 T1 부임설이 말 그대로 '뜬소문'에 불과했을 수도 있고, 실제로 LS에 관한 비판을 확인한 T1이 패닉 바이 형태로 담원 코칭스태프에게 접근했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어쨌건 T1은 스토브리그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스프링 시즌 우승, 롤드컵 진출 실패, LS 부임설, 양대인-제파 선임 등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를 보낸 T1이 2021시즌 좋은 성적을 통해 상처 받은 팬심을 어루만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양대인, 제파 선임은 T1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출처: 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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