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브리즈 스튜디오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게임 개발사다. 1998년 설립되었으며, 2002년에는 근처에 있던 'O3 게임즈'와 합병해 규모를 불리기도 했다. 합병 후 스타브리즈 스튜디오는 중세 판타지 게임인 <엔클레이브>를 출시했으나 상업적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후속작인 <엔클레이브 2>를 기획하기도 했지만 했으나 유통사와의 갈등으로 프로젝트가 무산되었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후에 '아발란체 스튜디오'로 개명한 후 <저스트 코즈 시리즈>를 만든 '락 솔리드 게임즈'와 인수합병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결국 두 회사가 합의 단계에 이르지 못하면서 만성적인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스타브리즈 스튜디오는 작업하고 있던 또 다른 프로젝트인 <리딕 연대기: 부처 베이로부터의 탈출>을 힘든 환경 속에서 가까스로 발매했지만, 비평가들과 게이머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유통사로부터 약속했던 로열티를 지급받지 못해 스튜디오가 폐쇄되기 직전까지 몰렸다. 스타브리즈 스튜디오는 2K 게임즈가 유통한 <더 다크니스>가 성공한 이후에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더 다크니스>의 성공에 고무된 스타브리즈 스튜디오는 EA와 제휴하여 영국 게임 회사 불 프로그에서 제작한 쿼터뷰 실시간 전술 액션 게임 <신디케이트>의 리부트를 맡게 되었다. <신디케이트>(2012)는 자체 엔진을 사용하여 멋진 그래픽과 사이버펑크를 잘 구현해냈다는 점에선 호평을 받았지만, 게임성 면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실망한 핵심 개발진들은 회사를 떠나 '머신 게임즈'를 설립했고, 스타브리즈는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그렇게 위기에 빠졌던 스타브리즈 스튜디오에 한 줄기 빛이 찾아들었다. 4인 협동 게임 <페이데이>로 명성을 떨친 오버킬 스튜디오를 합병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오버킬 스튜디오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비디오 게임 개발사다. 본래 오버킬 스튜디오를 만든 '보 안데르손'과 '울프 안데르손'은 1997년에 설립된 '그린'이라는 개발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린은 <포트리스>를 회사의 명운을 건 거대 프로젝트라 여겼고, 스퀘어 에닉스도 자사 대표 게임 <파이널 판타지>의 외전작인 만큼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늘어가는 개발 비용과는 반대로 그린이 보여준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한 스퀘어 에닉스는 개발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스퀘어 에닉스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을 통보하면서 프로젝트는 엎어졌고, 2009년에 발매한 <원티드: 웨폰 오브 페이트>의 실패가 겹치면서 그린은 스튜디오를 닫게 된다.
그린에서의 실패는 분명 끔찍했지만, 안데르손 형제는 게임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 안데르손 형제는 '오버킬 소프트웨어'를 설립해 4인 코옵(Co-Op) 범죄 액션 게임 <페이데이: 더 헤이스트>의 개발에 착수했다.
<페이데이: 더 하이스트>는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개발자들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성우와 모델을 맡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개발되었다.
다행히 게임에 대한 평가는 꽤 좋았다. 당시에는 <레프트 포 데드>를 위시한 코옵 게임들이 유행하고 있었는데, 4인이 협력해 은행을 습격하고 돈을 번다는 콘셉트는 게이머들에게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플레이어끼리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고난도의 맵을 클리어할 수 있어 완성도도 높았다. 특히 전투 시 흘러나오는 강렬한 OST가 호평을 샀다.
성공에 힘입은 오버킬 소프트웨어는 <페이데이>의 속편을 제작하길 원했지만, <페이데이>로 벌어들인 돈만으로 후속작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더 많은 돈과 안정적인 개발 환경이 필요했다. 마침 오버킬 소프트웨어 본사 근처에 위치한 스타브리즈 스튜디오도 <브라더스 : 어 테일즈 오브 투 선즈>를 개발하면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었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두 회사는 인수합병을 추진하게 된다.
전작의 성공 요소들을 충실하게 이어받은 <페이데이 2>는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설립 이후로 누적 1440만 달러의 적자를 내던 스타브리즈 스튜디오가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을 정도였다. <페이데이>의 대성공 덕분에 오버킬과 스타브리즈는 돈방석에 앉았고, 이제 두 회사가 그려 나갈 미래는 장밋빛으로만 가득 찬 듯했다.
<페이데이 2>의 성공에 크게 고무된 스타브리즈 스튜디오의 CEO 보 안데르손은 사업 영역을 문어발같이 늘려나갔다. 먼저, '스카이바운드 인터랙티브'와 협력해 2016년에 <오버킬의 워킹 데드>를 발매하기로 협약를 맺었다. 당시 '워킹 데드 시리즈'는 2010년에 방영한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텔테일 게임즈에서 개발한 <더 워킹 데드 시즌 1, 2>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IP 확장에 힘을 쏟던 상태였다.
마침 <페이데이 2>의 성공을 눈여겨본 스카이바운드 인터랙티브는 오버킬과 코옵 게임을 만들기로 계약을 맺었다. 보 안데르손은 "<오버킬의 워킹 데드>는 우리의 가장 큰 노력이 될 것이며, 회사의 새 시대를 열 것이다"라며 자신했다.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도 적극적이었다. 스타브리즈는 LA에 본사를 둔 게임 회사인 '제미노세'를 인수했다. CEO는 인터뷰를 통해 "이 M&A로 오버킬 소프트웨어의 경우처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인수합병은 계속됐다. VR 회사 인피니트아이를 인수하고 대만의 하드웨어 회사 '에이서'(Acer)의 투자를 받아 VR 기기 '스타 VR'을 발표하기도 했다. IMAX와 제휴해 IMAX VR 체험센터를 만들기도 했으며, VR 개발을 지원하는 '발할라 게임 엔진'을 어마어마한 액수에 구입해 <오버킬의 워킹 데드>를 포함한 후속 게임 개발에 사용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게임 유통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페이데이 2>의 DLC를 개발했던 라이온 게임즈 라이온(Lion Games Lion)을 자회사로 편입해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4인 코옵 게임 <레이드: 월드 워 2>를 개발 및 유통했다. 또 스타브리즈는 2017년까지 '비헤이비어 디지털'이 개발한 공포-생존 PVP 게임 <데드 바이 데드라이트>의 PC판 유통을 맡았으며 아더사이드 스튜디오가 개발하던 <시스템 쇼크 3>의 유통권도 확보했다.
재미있게도, 스타브리즈 스튜디오의 사업 확장은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크로스파이어>의 성공으로 급부상하던 국내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다. 파트너십 내용은 4000만 달러를 투자 받는 대신 <크로스파이어> 프랜차이즈를 활용한 코옵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었는데, 당연하게도 게임 개발 엔진으론 발할라가 사용될 예정이었다. 이후 공개된 소식은 없다.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던 회사가 <페이데이 2>의 성공 하나로 판을 크게 벌였으니 문제가 없을 수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계열사 늘리기와 사업 다각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타브리즈의 주요 수입원은 여전히 <페이데이 2>였다는 점이다.
큰 씀씀이를 메우기 위해 스타브리즈 스튜디오는 끝없이 유료 DLC를 발매했다. 새로운 미션을 계속해서 유료로 판매하고, 각종 캐릭터와 무기도 팔아 치웠다.
이를 달갑게 여기는 사람은 당연히 많지 않았지만 높은 난이도에선 DLC 무기들이 월등한 효율을 가지고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논란을 산 업데이트는 2015년 10월에 이루어진 '블랙 마켓' 업데이트다. 간단히 말하면 게임 안에 소액 결제 시스템이 추가되었다고 보면 된다.
해당 업데이트로 인해 플레이어는 미션을 클리어할 때마다 일정 확률로 금고를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 금고는 유료로 구매할 수 있는 드릴로만 해금할 수 있다. 게다가 금고 안에서 나오는 치장 아이템들은 인 게임 스텟에 영향을 미친다. 즉, 랜덤 박스 시스템이 게임에 그대로 들어온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해당 업데이트로 인한 이미지 추락을 막을 순 없었다. 가장 뼈아픈 손해는 오버킬 소프트웨어의 공동 창립자이자, 게임 캐릭터 '울프'의 성우를 맡기도 한 울프 안데르손이 갈등 끝에 회사를 퇴사한 것이다.
오버킬을 나온 울프 안데르손은 뜻이 맞는 개발자들과 '13 챔버스'를 세우고 4인 협동 게임 <GTFO>를 앞서 해보기 형식으로 발매했다. <페이데이 2>에서 겪은 경험 때문인지 울프 안데르손은 "<GTFO>에는 소액 결제 시스템이 없을 것"이라 강조했는데, 실제로 <GTFO>의 모든 업데이트는 무료로 이루어지고 있다.
문어발처럼 뻗어 나간 사업도 역으로 스타브리즈의 목을 죄여 들었다. 스타 VR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라이언 게임 라이언을 자회사로 들여와 개발한 <레이드: 월드 워 2>도 <페이데이>의 아류작이라는 평가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했다. 판매량도 스타브리즈가 예상한 수치보다 훨씬 저조했다.
여러 사업이 실패하자 곧 스타브리즈는 재정적 위기에 직면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은 <오버킬의 워킹 데드>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오버킬의 워킹 데드>는 개발 시작부터 지독하게 꼬인 게임이었다.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발할라 엔진이 게임 개발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은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엔진과 싸움을 거듭했다.
경영진은 <워킹 데드>가 수백만 장이 팔리리라 기대했지만 실판매량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결국 이를 보다 못한 스카이바운드가 2019년 2월 26일에 스타브리즈와의 계약을 파기하면서 게임은 스팀 상점에서 내려갔다. 현재 <오버킬의 워킹 데드>는 스팀에서 구입할 수 없다. 콘솔 이식 계획도 전부 취소됐다.
<워킹 데드>의 실패 덕분에 스타브리즈 스튜디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CEO인 보 안데르손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고 이사회에 의해 해고되었다. 2018년 2월 3일엔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스톡홀름 지방 법원에 회사 재건을 신청했다. 며칠 뒤에는 스웨덴 당국이 내부 거래에 대한 정황이 포착되었다며 회사를 압수 수색했다.
파산 위기에 몰린 스타브리즈 스튜디오는 인원을 정리해고하고 자회사를 하나하나 매각해 나가며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게임 유통 사업도 그만두면서 <데드 바이 데드라이트>는 개발사가 자체 유통을 맡게 되었다. <시스템 쇼크 3>의 유통 권한도 타 회사에 매각했다. 결국 스타브리즈가 꿈꾼 거대한 제국은 일장춘몽이 된 셈이다.
구조조정을 마치고 나자, 스타브리즈의 손에 남은 것은 <페이데이 2> 하나밖에 없었다.
유저들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현재 업데이트를 재개한 <페이데이 2>는 스팀 동접자 수 3~4만을 꾸준히 유지하며 여전한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듯이, <페이데이 2>를 대체할 만한 4인 협동 게임이 아직 없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