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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코지마 히데오의 신작 or 노이즈 마케팅? 어밴던드를 둘러싼 논란

PS5 독점 인디 게임 '어밴던드'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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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4랑해요) 2021-08-17 16:36:07
코지마 히데오의 새로운 작품인가? 아니면 한 인디 개발사의 의도적인 노이즈 마케팅인가? 

네덜란드의 PS5 독점 인디 게임 <어밴던드>를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논란은 2021년 4월 8일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채널에 공개된 <어밴던드>의 첫 트레일러부터 시작된다. 당시 공개된 트레일러를 보면 <어밴던드>가 어떤 게임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1분 40초간의 트레일러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숲의 전경과 주인공이 1인칭 시점으로 권총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이 전부다. 개발사 '블루박스 스튜디오'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인디 개발사란 점도 한몫했다.

 


 

그러나 <어밴던드>가 <사일런트 힐>, 나아가 히데오 코지마와 연결되어 있을 거라는 추측이 해외 커뮤니티에서 제기되면서 관심도가 급격히 치솟았다. 한 유저가 블루박스의 게임 디렉터 '하산 카흐라만'(Hasan Kahraman)에 대한 정보를 찾던 중, 히데오를 터키어로 번역하자 카흐라만이라는 단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외에도 커뮤니티는 다양한 연결고리를 통해 <어밴던드>가 코지마 히데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히데오 코지마는 신작 홍보 과정에서 '가상의 개발사'를 활용한 전적이 있다. 2015년 출시된 <메탈 기어 솔리드 V: 팬텀 페인>은 트레일러를 공개할 때 '모비 딕 스튜디오'와 '호아킴 모그렌'이라는 가상의 개발사와 개발자를 내세웠다. 개발이 취소된 <사일런트 힐즈> 역시 7780 스튜디오라는 미지의 회사를 통해 발표했다.

 

배우까지 고용해 가상의 CEO를 연기하며 마케팅을 펼친 <메탈 기어 솔리드 V: 팬텀 페인> (출처: GT.TV)

블루박스의 공식 트위터도 "<어벤던드>는 S로 시작해 L로 끝나는 것과 같다"라는 메시지를 업로드했다. 누가 보더라도 <사일런트 힐>(Silent HilL)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멘트였다. 

이에 <어밴던드>가 <사일런트 힐> 신작이라는 루머가 확산되자 블루박스는 우리는 코나미, 히데오 코지마와 어떠한 연관도 없다"라며 "<사일런트 힐>은 오롯이 코나미의 소유다. 홍보 과정에서 이를 연상케 한 건 의도된 바가 아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산 카흐라만도 영상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히데오 코지마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출처 : 트위터)

 

그러나 루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블루박스가 2021년 7월 28일 <어밴던드>의 리얼타임 트레일러 공개를 앞두고 게시한 트윗에서 안대를 쓴 남성의 실루엣이 확인됐기 때문. 모습도 히데오 코지마의 대표작 <메탈 기어 솔리드>의 주인공 '스네이크'와 흡사했다.

여기에 하산 카흐라만도 "4K 그래픽 및 듀얼센스의 기능을 실시간으로 체험해 보라"며 리얼타임 트레일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마치 코지마 히데오가 2014년 공개했던 <사일런트 힐즈>의 플레이어블 데모처럼 <어밴던드>의 리얼타임 트레일러를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암시처럼 받아들여졌다.

 

블루박스가 리얼타임 트레일러를 앞두고 공개한 사진. 누가 봐도 <메탈 기어 솔리드>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출처 : 트위터)

기대는 다시 실망으로 돌아왔다. 8월 11일 공개된 <어밴던드>의 티저는 오류로 인해 실행할 수 없었고, 블루박스는 "기술적 문제로 트레일러 공개가 지연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트윗을 짤막하게 올렸다. 그리고 문제를 수정한 후 3일 뒤 공개된 <어밴던드>의 리얼타임 트레일러는 기존에 공개했던 4초 가량의 동영상을 재생한 후 허무하게 끝났다.

8월 17일에는 해외 매체 NME와의 독점 인터뷰를 통해 <어밴던드>는 <사일런트 힐>도 <메탈 기어 솔리드>도 아니라고 답변했다. 하산 카흐라만은 "<어밴던드>는 호러 요소가 가미된 슈터/서바이벌 게임"이며 코지마 히데오와 관련되었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안대를 쓴 캐릭터의 실루엣에 대해서는 "스네이크가 아닌 <어밴던드>의 악당 캐릭터다"라고 설명했다.

실망한 게이머들은 블루박스의 마케팅이 "과대광고"라며 비판하기 시작했다. 히데오 코지마를 이용해  노이즈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투자나 정부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게임에 대한 정보를 부풀리고 있다는 것.

블루박스 게임 스튜디오가 2015년 설립된 이후로 단 한 개의 게임도 출시한 적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장에 따르면 블루박스는 지금까지 여러 이름으로 5개의 게임을 발표했으나, 정식 출시까지 이어진 게임은 하나도 없었다. 가장 쉽게 증거를 찾을 수 있는 게임은 스팀을 통해 얼리 엑세스 출시된 <더 하운팅>인데, 해당 게임은 100%의 부정적 리뷰를 받고 게임 구매 버튼이 사라졌다.

<더 하운팅>은 현재 '크리아테크 인터랙티브'라는 스튜디오로 개발이 이관되었다.

 

레딧의 한 유저가 정리한 블루박스 스튜디오의 이력 (출처 : 레딧)

 

<더 하운팅> 현재 스팀에서 구매할 수 없다

더불어 <사일런트 힐>은 일본의 게임회사 '코나미'가 정식 판권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2021년 6월 30일, 코나미는 공포 게임만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온 개발사 '블루버 팀'과 콘텐츠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해당 제휴에는 "콘텐츠 공동 개발 및 노하우 교환"이 포함된다. 

 

블루버의 CEO '피오트르 바비에노'(Piotr Babieno)도 코나미와의 정식 제휴 소식을 밝히기 전 '게이머즈인더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우리는 호러 IP 프로젝트를 위해 1년 넘게 일해 왔고, 매우 유명한 게임 유통사와 함께하고 있다. 무엇인지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면 매우 기뻐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이를 종합하면 <어밴던드>는 <사일런트 힐>과 관련이 없으며, 정식 라이센스를 받은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후속작은 블루버 팀에서 개발되고 있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

 

코나미와 블루버 팀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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