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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우리는 특허를 포기하겠습니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꼼신 2016-03-28 07:55:34

지난 1월, 반다이가 일본 특허청에 ‘필살기’라는 단어를 상표 출원해 화제가 됐다. 마지막 일격을 뜻하는 단어 ‘필살기’는 대전격투게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단어다. 일본에 국한된 상표 출원으로 국내를 비롯한 다른 국가에는 영향은 없지만, 게임뿐만 아니라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워낙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인 만큼 반다이가 가져갈 수 있는 로열티 수익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1년 막대한 로열티 수익을 포기한 개발자와 한 회사가 있었다. 이제는 대전격투게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살기 커맨드의 특허권이 그 대상이었다. 그들은 왜 특허를 포기했던 걸까?  

 

 


 

1991년 신작 발표를 앞둔 어느 게임사의 회의실

"우리는 특허를 포기하겠습니다"

 

예상가치 수백 억 원

사용처는 계산 불가능

 

한 게임의 장르를 바꿔놓을 수도 있는 특허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특허

 

파동권 그리고 승룡권

그리고 이 모든 걸 포기한 

한 남자의 이야기

 

1980년 대전격투게임이 태동하던 시절

어느 개발자의 고민

 

‘어떻게 하면 필살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을까?

 

당시만해도 기술 같은 건 

찾아보기 어려웠던 대전격투게임들

 

레버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버튼을 눌러

주먹과 발로 치고 받던 시절

필살기가 있었지만 조건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어쩌다 우연히 한 번 나가는 게 고작이었다.

 

조금 더 쉽게

조금 더 다양하게

기술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 속에서 탄생한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2.

 

스트리트 파이터 2가 

게임 역사의 획을 그었다고 

평가 받는 혁신적인 기술

 

필살기 커맨드

 

‘레버의 특정방향 + 버튼’

두 디지털 입력 방식을 조합해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 낸 것.

 

↓↘→ + 주먹=파동권

→↓↘ + 주먹=승룡권

 

타이밍이 완화되고 과정이 짧아진

스트리트파이터2의 '필살기 커맨드'는 

누구나 필살기를 쓰는 시대를 연다.

 

결과는 대 성공.

스트리트파이터2는 전 세계 총 630만 개를 판매하며

대전격투게임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

 

스트리트파이터2의 성공을 지켜 본

다른 개발사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자신의 게임에도 필살기 커맨드를 넣으면

성공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에.

 

그런데

당시 업계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

‘캡콤이 특허 출원을 계획하고 있다’

 

근거는 충분했다.

필살기 커맨드는 특허출원 조건에 부합했고

캡콤은 특허로 막대한 이득을 거둘 것이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스트리트 파이터2를 개발한

니시타니 아키라 PD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만약 우리가 이 혁신적인 커맨드를 

독점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전격투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저마다 

새로운 커맨드를 만들어 낼 것이고

 

유저들은 새로운 게임을 할 때마다 

새로운 조작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나날이 어려워지는 조작 속에서

유저는 대전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을 것이다.

 

결국 그는 말한다.

 

“우리는 특허를 포기하겠습니다”

 

1991년 캡콤은 막대한 로열티 수익이 예상되는

필살기 커맨드 특허출원을 포기한다.

 

그리고 1990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

대전격투게임은 최고의 전성기를 맞는다.

 

킹오브파이터

모탈컴뱃

길티기어 등

 

숱한 대전격투게임들이 

비슷한 커맨드를 사용하고 

또 흥행을 거두었기 때문.

 

“후에 변호사를 통해 특허를 취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후회하진 않는다.”
-니시타니 아키라

한 개발자 그리고 한 게임사의 결심은
이렇게 대전격투게임의 황금기를 열며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긋는다. 

그 이후 필살기 커맨드를 활용한
수 백개의 게임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큰 결심을 기리는 듯
단 하나의 이름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 + 주먹=파동권
→↓↘ + 주먹=승룡권

"야, 이거 어떻게 입력해?"
"그냥 파동권 쏘듯이 하면 돼"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특허를 포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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