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고래 유저가 수익의 99%를 만든다.”
내게 게임을 만들며 수없이 들었던 말.
나는 게임을 만들어 먹고 사는 개발자다. 게임이 좋아서 개발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 공식들이 싫었다. 돈만을 위해 만들어진 공식들이…. 나는 이런 공식에서 자유로운 ‘내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직접 회사를 차렸다. 내 게임이라는 꿈 하나만 보고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우리를 얽매던 공식이 사라졌다. 무엇이든 개발할 자유가 생겼다. 우리는 꿈과 희망에 취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우리 손에 남은 것은 만들지 못하고 폐기한 기획서 뭉치, 그리고 바닥난 통장뿐이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우리가 생각한 '내 게임'은 생각보다 막연한 개념이었고, 우리 능력은 이것을 찾기엔 부족했다고.
1년이라는 시간은 현실의 벽을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대표였다. 무모한 판단의 대가는 나 하나로 족했다. 함께 꿈꾼 이들은 현실로 돌아가야 했다. 그들을 위한 게임이 필요했다. 1년이라는 공백을 실패가 아닌, 출시를 위한 준비로 만들 게임이….
<드루와던전>은 그렇게 성공보단 출시를 바라보며 만들어졌다.
빚을 내고 빌라를 팔아 마지막 기회를 샀다. 만들고 싶은 게임 대신 당장 만들 수 있는 게임을 선택했다. 액션 게임이 방치형으로 바뀌었고 엔딩 대신 무한 성장이 들어갔다.
수익 방향을 바꿀 여력도 없었다. 기존 공식을 적용하기도 부족한 시간. 우린 1년 간 만든 내 게임의 조각들로 <드루와던전>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렇게 돈, 시간에 쫓기며 게임을 만들었다. 출시 그 자체가 목적이었으니 출시 뒤는 상상할 여유도 없었다.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출시일이, 상상해 본 적도 없던 D-day가 다가왔다.
지옥이 시작됐다.
<드루와던전>이 구글 추천 게임으로 선정됐고 매일 유저가 수천 명씩 늘었다. 출시 뒤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준비되지 않은 성공은 지옥과도 같았다. 게임 곳곳에서 구멍이 드러났고 하루에도 수백 개씩 험악한 글이 쏟아졌다.
수백 개의 글을 읽으며 버그를 찾았다. 문의 메일에 답하며 밤새 패치를 만들었다. 유저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때론 원하는 방향을 직접 물었다.
그렇게 지옥 같은 몇 달이 지나간 뒤에야, 우리가 타협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좋아해 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세상이 달라 보였다. <드루와던전>은 쫓겨 만든 무언가가 아니라 그토록 원하던 내 게임이 되어 있었다.
우리가 꿈꾼 게임은 무엇이었을까?
게임.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줘야 의미를 가지는 상품. 우리는 왜 이것을 골방에서 외로이 상상하며 만들려 했을까?
1% 고래 유저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닌 99% 유저들의 재미를 위한 게임.
현실에 걸려 넘어졌다고 생각한 순간 꿈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훨씬 많아진 동료들과 함께 여전히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