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와 <Pro Evolution Soccer>(이하 위닝) 시리즈는 매년 이 맘때쯤이면 신작을 출시하는 대표적인 스포츠 게임입니다. 그런데 두 게임, 얼핏 보면 라이선스 경쟁'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꽤 치열한 칼끝 승부를 벌여왔습니다.
<피파 시리즈>가 <피파 17>부터 시리즈 최초로 '스토리 기반' 싱글 모드 더 저니(The Journey)를 출시하는 사이, <위닝>은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마스터리그' 연출 퀄리티를 끌어올리며 몰입감을 더했습니다. 물론, 라이선스 경쟁도 계속되고 있고요.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경쟁 구도가 조금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신작을 출시하기로 한 <피파>와 달리, 코나미가 <위닝 2021>을 데이터 업데이트 형태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코나미가 <위닝 2021>을 정규 시리즈 수준의 신작 대신 '시즌 업데이트' 형태로 출시한다고 밝힌 만큼, 물리 엔진이나 그래픽 등 게임의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입니다.
게임 플레이 또한 전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는 <위닝 2021>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게임 플레이' 소개 문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피네스(Finess) 드리블로 수비를 따돌리고, 플레이어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확장된 트래핑 메카닉을 발견하고 상황에 맞는 킥 정확도를 느껴보세요. 플레이어 개개인의 스타일은 선수단에 또 다른 깊이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Outsmart the defence with 'Finesse Dribble', discover the expanded trapping mechanics that will vary depending on your players abilities and feel the context-sensitive kick accuracy. Each player’s individual playstyle will bring another layer of depth to your squad on the pitch.
얼핏 보면 피네스 드리블과 트래픙 메카닉이 새롭게 추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전작에서 이미 선보인 요소들입니다. <위닝 2021>이 전작의 게임 플레이를 그대로 가져갈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물론 새로이 추가되는 항목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즌에 맞는 팀과 선수 데이터를 업데이트한 '신규 로스터'는 <위닝 2021>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유럽 국가들이 펼치는 국제대회를 플레이할 수 있는 '유로 2020' 모드도 눈에 띕니다. 해당 모드는 <위닝 2020>에서도 무료로 배포 중인 만큼, 신작에도 동일하게 수록될 예정입니다.
코나미가 신작 출시를 시즌 업데이트 형태로 진행하는 이유는 차기작을 준비하기 위해서인데요. 15일 코나미는 <위닝>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차세대 축구 게임을 만들기 위해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한편, 새로운 개발에 착수했다"라며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올해 <위닝>은 시즌 업데이트 버전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엔진을 통해 게임을 재조립하는 만큼, <위닝 2021>을 '담백한' 업데이트 형태로 출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차세대 <위닝>은 2021년 중반부터 테스트를 시작해 후반기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눈에 띄는 부분이 있습니다. 발표와 함께 공개된 영상에 등장하는 '언리얼 엔진'입니다. <위닝 시리즈>는 코지마 프로덕션에서 개발한 폭스 엔진으로 게임을 만들어왔었죠. 하지만 차기작부터 상용 엔진에 해당하는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개발 과정은 한층 수월해질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게임 내 다른 콘텐츠 개발에 투자할 시간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위닝 시리즈> 그래픽에 대한 유저들의 평가는 꽤 복합적이었습니다. 특히 선수들이 입을 다물고 있을 때는 꽤 리얼하지만, 입을 벌릴 때 느껴지는 '괴리감'은 많은 유저로부터 오랜 기간 지적받아온 부분이기도 한데요. 과연 새롭게 태어날 <위닝 시리즈>가 이러한 괴리감을 줄일 수 있을지도 관심이 갑니다.
이처럼 차기작의 완성도를 위해 힘을 뺏다는 코나미의 발언은 얼핏 보면 굉장히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PS5, Xbox 등 차세대 기기에 걸맞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눈에 밟히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시즌 업데이트 형태로 '힘 빼고' 출시할 <위닝 2021>이 유료로 판매된다는 점입니다. 현재 인터넷에 공개된 <위닝 2021> 스탠다드 에디션의 가격은 4만 원인데요. 전작 출고가가 7만 원 이상이었던 것에 비하면 낮은 편이고, 전작을 보유한 유저는 <위닝 2021> 클럽 에디션을 2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쉽게 인정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닙니다.
설령 개발사가 차기작 업그레이드를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업데이트' 형태로 신작을 출시하겠다고 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셈 치더라도, 특별한 신규 요소 없는 100메가짜리 로스터 업데이트에 거리낌 없이 4만 원을 지급할 수 있는 유저는 많지 않습니다.
확실한 대안도 존재합니다. 바로 유저 패치를 통한 무료 로스터 업데이트입니다. 심지어 이를 활용하면 라이선스 없는 팀의 유니폼과 로고마저 현실과 동일하게 맞출 수 있죠.
물론 누군가는 이를 괜찮은 가격대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유저 패치를 찾고 설치하는 과정이 귀찮거나,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팀만 플레이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공식 패치와 로스터'가 훨씬 가치 있고 쉬운 길일 테니까요. 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게 한다는 건, 그만큼 '의문부호'가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코나미의 이러한 시도는 스포츠 게임에 있어 새로운 해법이 될지도 모릅니다. 매년 수많은 스포츠 게임이 새로운 넘버링을 통해 신작이라는 간판을 달고 출시되지만,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죠. 물론 로스터 등 변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소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는 비단 <피파>와 <위닝> 시리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선수가 아닌 감독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팬층을 확보한 <풋볼매니저 시리즈>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매년 꾸준히 신작을 출시하지만 로스터 업데이트 외에 딱히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없기 때문이죠. PS로 출시되는 야구 게임, <MLB THE SHOW 시리즈> 역시 이러한 비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스포츠 게임 개발사의 생각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프로야구 스피리츠>와 <eBASEBALL 파워풀 프로야구> 시리즈는 2년마다 신작을 출시하고 있고, 공백기는 '무료' 로스터 업데이트로 대체하고 있죠.
10년 이상 여러 스포츠 게임을 즐겨온 팬 입장에서 지금과 같은 흐름은 꽤 흥미롭고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분명 신작이랍시고 출시된 스포츠 게임의 퀄리티가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추가된 요소 역시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엉뚱한 욕심으로 인해 '변색'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