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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삿감이 없어서..." 갑자기 모바일게임 스토어 탐방기

게임으로 구현된 성격유형 테스트와 웰메이드 '겜멍' 플랫포머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1-10-20 17:21:45

 

# 오징어게임'들' 사라지고 'K-게임 챌린지'가

 

기삿감이 떨어진 날에는 게임 스토어를 돌아다닌다. '무슨 게임이 먹힐까?'라는 화두를 걸어놓은 지 수년이 되도록 유행을 좇기 벅차다.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모바일 스토어는 '오징어게임' 천지였다. 카피 게임들이 무지 많았는데, 어느새 정리가 됐다. 넷플릭스에서 움직였든 구글·애플이 움직였든,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이름과 음악, 콘셉트까지 베껴온 게임들은 이제 많이 줄었다. 대신 <로블록스>엔 수많은 '오징어게임'이 남아있고, 개중에 몇몇은 꽤 많은 돈을 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스토어에는 '달고나 뽑기', 'K-게임 챌린지'와 같은 이름의 게임들이 눈에 띈다. 달고나쯤이야 아주 어릴 때 졸업했으니, 굳이 받아서 해보지 않아도 무슨 게임인지 다 알 것 같다. 이세돌과 AI의 대국 이후에 바둑 게임이 뜰 때도, 올림픽 이후에 양궁 게임이 반짝할 때도 그랬다. 

 

게임 만드는 이들도 아마 유행을 쫓기 벅찰 것이다.

 

왼쪽은 구글, 오른쪽은 애플. 달고나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건 직접 해야 제맛인데...

 

# 게임으로 구현된 '성격유형' 테스트: 디지털 세상의 나는 어떨까?

 

흔히 디지털 분재라고 불리는 힐링 게임들은 어느새 주류가 된 듯하다. 분재는 섬도 되고 왕국도 되고 농장도 된다.

 

애플은 꽤 예전에 '장르별 최고 게임 10선'에 '최고의 힐링 게임'을 추가했다. 이 10선엔 <햄스터 빌리지>, <어비스리움 풀>, <펭귄의 섬>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탑(TOP) 3에 오른 <고양이와 스프>도 작년 4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동물의 숲: 포켓 캠프>도 이쪽 장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게임의 대분류는 시뮬레이션이다. 스테디셀러인 '키우기', '타이쿤'도 이쪽에 들어간다. 애플 시뮬레이션 인기 차트 2위에 올라간 <알터 에고>는 이 차트에서 처음 보는 종류의 게임이었다. 픽셀 디자인에 고전게임을 오마주한 듯한 프로그램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게임이라기엔 살짝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추구하는 재미는 분명하게 다가왔다.

 


총 11개의 질문에 답변하면 가상세계의 자아를 알려주는데, MBTI가 촉발한 '자아 찾기' 유행의 연장선에 있었다. '퍼스널 컬러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과학적 근거 하나 없는 재미용 테스트였는데 인기 2위나 했다는 것이 놀랍다. <알터 에고>의 외형적 만듦새 자체는 좋았고, 유머 요소도 들어갔지만 인터랙션은 촘촘하지 못한 '답정너' 방식이었고 간단한 테스트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이상의 기능은 없었다.

 

자아 탐구의 욕구가 게임의 외형을 띄고 있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당신은 어떤 상황에 놓였습니다"와 같은 고전적인 TRPG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자신의 분류 결과를 확인하고, 그 안에서 또 나름의 힐링을 하고 있다. 지금은 흔히 넷상에서 유통되는 테스트에 스킨을 씌운 정도지만, 만들어진 사이버 자아가 성장하고 경쟁하는 등의 기획이 나온다면 어떨까?

 

이런 테스트에 몰두하는 것은 바넘 효과(성격에 대한 묘사가 자신과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므로 마냥 수용해선 곤란하다는 입장이지만, 눈치 좀 챙겨야겠다. "행복해졌다"라는 유저 평가를 보면 꼭 그렇게 세상만사를 너무 딱딱하게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며칠째 강유미의 MBTI 성격유형별 묘사 영상을 추천하고 있다.

 

 


 

# '겜멍'의 경지에 빠져드는 플랫포머

구글플레이는 <화성: 화성>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플래포머를 권유했다. 2016년에 출시된 예전 게임인데 아직 절찬리에 서비스 중이다. 최근까지 게임을 재밌게 했다는 리뷰가 달리고 있다. <불릿보이>, <원스 어폰 어 타워> 등을 만든 우루과이의 포멜로게임즈가 개발했다.

 

우주 탐험가가 되어 한 정거장(플랫폼)에서 다음 정거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게임의 전부다. 제트팩을 타고 다니면서 좌우로 방향을 조절하게 되는데, 연료가 유한하기 때문에 끊어서 잘 누르는 게 중요하다. 룰을 익숙하게 학습할 수 있지만, 정거장 사이의 거리를 잘 계산해서 착지하지 않으면 캐릭터가 산산조각난다.

 

 

설명에 따르면, 고전 달착륙 게임 <루나 랜더>(1969)를 오마주했다고 하는데 여정에 따라서 우주 배경이 바뀌는 모습이 제법 볼 만했다. 유저들에게 광고를 볼지 말지 선택하게 했기 때문에 과금 스트레스는 0에 수렴했다. 다양한 성격의 탐험가를 재화로 판매하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의 전부였다. 여담인데, <루나 랜더>는 테슬라 차량에 탑재되는 게임 중에 하나다.

 

기자는 '겜멍'에 경지에 빠지는 것을 경험했다. 특별한 것 없는 플래포머인데 어느새 다음 플랫폼까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 죽고 나기를 거듭하고 있었다. 일상의 번잡한 상념들 역시 아주 잠시 안드로메다로 떠난 듯했다. 결제는 거의 권유되지 않았고, 슬롯에 여러 조종사가 모이는 모습은 꽤 즐거웠다. 

 

이런 게임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이것이야말로 '힐링' + 플랫포머 아닐까? <무한의 계단>이 순간적으로 주어지는 상황을 빠르게 돌파하는 재미라면, <화성: 화성>은 플레이어의 리듬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는 재미였다. 

 

게임에는 2000개가 넘는 플랫폼이 존재하는데 단계를 밟아 나갈 때마다 거리가 멀어진다거나, 고저가 심화되거나, 방해 요소가 추가되는 등 조금씩 어려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음악도 단계에 따라 변했기 때문에 '캐주얼게임'을 플레이하면 느껴지는 청각적 지루함도 없었다.

 

목표하던 플랫폼에서 캐릭터를 '주차' 시키고 본업으로 돌아와 스토어 탐방기를 적고 있다. 기사 같은 거 어떻게 되어도 좋으니 다시 겜멍이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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