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오브 워>는 명실상부 2018년 최고의 화제작이다. 신화 속 신들에게 버림받은 주인공이 자신의 힘으로 적들을 무찌른다는 내용의 게임은 게이머와 평단의 호평을 고루 받았다. 게임은 시리즈의 명맥을 이었을 뿐 아니라 도산 위기에 놓여있던 SIE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를 기사회생시켰다. 1월 10일 현재 <갓 오브 워>는 <레드 데드 리뎀션 2>를 30표 차 넘게 앞서며 '고티'(Game Of The Year, 올해의 게임) 최다 선정작을 유지하고 있다.
<갓 오브 워>의 개발자 코리 발록(Cory Barlog)은 SIE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의 창립 멤버다. 그는 2005년 PS2판 <갓 오브 워>의 리드 애니메이터로 '갓 오브 워' 시리즈와 인연을 맺었으며 2007년작 <갓 오브 워 2>의 메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게임을 성공시켰다. 그는 이후 <갓 오브 워: 체인 오브 올림푸스>와 <갓 오브 워: 고스트 오브 스파르타>의 각본에도 참가하기도 했다.
'갓 오브 워 시리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코리 발록은 5년의 방황과 5년의 절치부심을 거쳐 2018년 <갓 오브 워>를 내놓았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최근 그는 '벤쳐비트'(Venturebeat), '게임스팟'(Gamespot) 등 다수에 매체에 출연해 <갓 오브 워>의 제작 비화를 공개했다.
그가 나누었던 여러 인터뷰 중 참고가 될 만한 이야기 5가지를 골라 정리해봤다.
코리 발록은 2007년 <갓 오브 워 2>로 시리즈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2018년 <갓 오브 워>로 다시 공전의 히트를 쳤지만 그의 게임 개발자 인생에는 '꽃길'만 있진 않았다. 그는 PS4용 <갓 오브 워>를 탄생시키기까지 5년의 가시밭길과 5년의 절치부심을 거쳤던 인물이다.
<갓 오브 워 2>를 성공시킨 뒤인 2008년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를 떠났다. 2010년 출시된 <갓 오브 워: 고스트 오브 스파르타>는 코리 발록의 각본을 바탕으로 출시된 게임이었으나 게임이 세상에 나올 무렵 그는 산타 모니카 소속이 아니었다.
산타 모니카를 떠난 코리 발록은 영화감독 조지 밀러와 <매드 맥스>의 타이 인(tie-in) 게임에 대한 작업을 진행했지만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갈라섰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조지 밀러 감독은 아발란체 스튜디오와 손을 잡고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타이 인 게임을 출시한다) 코리는 이후 게임 개발사 크리스탈 다이나믹스에서 <툼 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의 개발에도 참여했지만 이마저도 중도에 하차했다.
이렇게 산타 모니카 바깥에서 코리 발록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게임스팟(Gamespot)과의 인터뷰에서 5년의 방황기가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방법을 배웠던 시절"이었다며 "이러한 길을 걷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갓 오브 워>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코리 발록은 2013년 6월에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로 돌아왔다. 그는 복귀 이후 <갓 오브 워>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감행했다. 시리즈의 팬들은 갑작스럽고 또 적지 않은 규모의 변화에 적지 않은 불만을 토로했지만 이미 프랜차이즈를 한 차례 성공시킨 적 있었던 코리 발록은 뚝심있게 지금의 <갓 오브 워>를 만들어냈다.
그는 복귀 직후부터 북유럽 신화 세계관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갓 오브 워>의 새 출발을 기획하고 개발했다. 애니메이션, 기획, 각본까지 맡은 이력이 있어 이미 '갓 오브 워' 시리즈에 빠삭했던 코리 발록은 새로운 배경에 하나하나 '갓 오브 워'만의 색깔을 입혀냈고, 월드의 구성부터 스토리라인까지 자신의 생각을 실현했다.
특히 코리 발록은 주인공 크레토스의 주무기를 블레이드에서 도끼로 바꾸고, 점프 기능을 삭제했으며, 카메라 각도를 3인칭 백뷰 시점으로 바꾸었다. 티져 영상 등을 통해 이러한 변화가 눈에 띄자 '갓 오브 워'를 이미 즐긴 적 있던 게이머들은 인터넷상에 #내갓오브워아님 (#NotMyGodOfWar)이라는 해시태그까지 사용해가며 비판했다.
누구보다도 '갓 오브 워'에 자신이 있는 코리 발록이었지만, 그 역시 대중의 압박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진 못했다. 그는 코타쿠(Kotaku)와의 인터뷰에서 해시태그를 비롯한 비판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코리 발록은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였다.
게이머에게 어느 때보다 풍성했던 한해로 손꼽히는 2018년에는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와 <레드 데드 리뎀션 2>도 출시됐다. 이런 AAA급 게임은 대개 오픈 월드 게임를 표방하거나 오픈 월드의 성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반면, <갓 오브 워>는 선형적인 게임 디자인을 고집했다. 왜 그랬을까?
집을 떠날 때부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눈을 감을 때까지 <갓 오브 워>의 진행은 선형적이다. 게임 중간에 보물 상자를 열기 위해 숨겨진 방을 찾거나 발키리를 잡기 위해 새로운 길을 떠날 수도 있지만, 이는 온전히 부가 요소다. 게임 중 플레이어는 어디로 갈지 고민할 필요 없이 게임이 이끄는대로 따라가면 되고 게임을 저장하기 위한 스팟을 따로 찾아갈 필요도 없다.
타 게임의 '상점'에 해당하는 '브록(의 작업장)'마저도 스토리 진행 중 이벤트성으로 브룩을 만날 때에만 이용할 수 있다. 메인 스토리에서만 놓여있는 컷씬도 선택 분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컷씬으로 게임의 줄거리를 확인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코리 발록은 슬로바키아의 웹진 섹터(Sector)와의 인터뷰에서 <갓 오브 워>가 오픈 월드 게임이 아닌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갓 오브 워>의 선형적 게임 구성을 '폭넓은 일직선'(Wide Linear)으로 정의했다. 코리를 필두로 한 <갓 오브 워>의 개발진은 기획 초기부터 "오픈 월드는 안 된다"는 기조를 명확하게 했다고 한다.
코리 발록은 같은 인터뷰에서 "<갓 오브 워>의 세계는 광활하지만 텅 비어있지 않은, 깜짝 놀랄 만한 요소를 갖춘 곳"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그 세계엔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상상도 못한 레벨이 튀어나오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코리 발록을 비롯한 <갓 오브 워> 제작진이 이러한 세계를 만든 까닭은 "<갓 오브 워>의 경우엔 (플레이어에게)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리 발록은 "오픈 월드 게임이 아닌데도 억지로 오픈 월드로 만드는 건 최악의 수"라며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갓 오브 워>에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DLC가 추가되지 않는다.
코리 발록은 유튜브 게임 방송 '카인드어 퍼니'(Kinda Funny)에 출연해 "개인적으로는 DLC를 만들고 싶었지만, 그 계획이 너무나 방대했기 때문에 결국 제작하지 못했다"라며 "<갓 오브 워>의 DLC를 낸다면 차라리 별개의 게임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작년 4월에도 한 차례 "<갓 오브 워>에는 DLC가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대신에 코리 발록은 '갓 오브 워' IP를 <어쌔신 크리드>나 <언차티드> 급으로 끌어올리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작년 1월 게임 인포머(Game Informer)와의 인터뷰에서 "<갓 오브 워>는 그리스 시대에서 시작해 북유럽 신화의 세계로 프랜차이즈를 이어왔다"며 "앞으로는 이집트 신화나 마야 신화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말과 더불어 "시리즈를 <어쌔신크리드>나 <언차티드> 수준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코리 발록이 인상 깊게 본 게임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는 2018년 12월호 플레이스테이션 매거진과 나눈 인터뷰에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중 딱 한 가지 게임만 고른다면 <메탈 기어 솔리드>를 뽑겠다"라며 "스토리와 기술, 전반적인 프레젠테이션 모두 최고"라고 밝혔다. 코리 발록은 <메탈 기어 솔리드> 제작자 코지마 히데오와 돈독한 관계로 작년 12월 일본을 찾아 코지마가 개발 중인 <데스 스트랜딩>의 게임 플레이를 지켜본 적 있다.
이어서 <이코>, <완다와 거상>, <더 라스트 가디언> 등 우에다 후미토의 작품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가장 순수한 정서를 잘 드러낸 게임"으로 높게 평가했다. 너티 독의 <언차티드> 시리즈는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처럼 플레이어가 쉽게 가지고 놀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 코리 발록의 창작 욕구를 자극하는 시리즈다. 또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게임 제작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뽑았다.
비교적 최근 출시한 작품 중에는 어떤 것을 인상 깊게 봤을까? 그는 작년 12월 페미통과의 인터뷰에서 "<용과 같이 6: 생명의 시> 속에 진지하고 코믹한 부분이 결합된 것이 멋지다"라며 "<갓 오브 워>와 마찬가지로 부자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어" 인상 깊게 본 게임이라고 밝혔다.
배틀로얄 장르가 세계를 강타했던 지난해, "싱글 게임의 위기가 도래한 것이 아니냐"라는 진단이 나온 적 있었다. 이에 관해 코리 발록은 IGN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러한 진단에 대해 "싱글 게임은 불사조처럼 죽지 않는다"라며 자기 소신을 밝혔다. 당시 그가 한 말은 다음과 같다.
"싱글 게임은 불사조처럼 죽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습니다. 게임은 제작자들에 의해 변하기 마련입니다. (중략) 현재의 대세는 배틀로얄 게임으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여지는 많습니다.
이렇게 상대방과 경쟁하는 게임이 핫하긴 하지만 모든 사람이 열띤 경쟁 요소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저부터도 (<배틀그라운드>나 <포트나이트>처럼) 스토리 구성 요소가 없는 게임이라면 하고 싶지 않습니다. 경쟁 요소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며 게임이 가지고 있는 경쟁 요소를 사랑하지만, 저의 것은 아닙니다. (중략)
멀티 게임과 싱글 게임은 서로 경쟁 관계가 아닙니다. 멀티와 싱글의 관계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살아있으면서 죽어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밀물과 썰물만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