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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펄어비스 '도깨비'가 그릴 '게임 속 한국'과 그 의미

도깨비 뮤직비디오 속 숨은 메시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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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4랑해요) 2021-12-14 13:34:31
펄어비스가 '더 게임 어워드 2021'에서 <도깨비> 공식 뮤직비디오를 깜짝 공개했다.

이번 동영상은 게임 내용을 담았다기보단, 교차 편집 등을 통해 <도깨비>의 등장인물들이 안무를 연습해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어찌 보면 2021 게임스컴에서의 트레일러 공개를 통해 받은 열광적인 반응에 대한 일종의 "감사 인사"로 볼 수 있다.

다만, 한 번 짚고 넘어가면 좋을 부분도 있다. 뮤직비디오 안에는 경복궁 근정전을 비롯해, 경회루, 남대문 등 한국 대표 관광지가 정교하게 구현된 모습이 등장했다. 중간중간 '비석치기', '수건돌리기', '말뚝 박기' 등 추억의 전통 놀이도 등장했다. 참고로, 뮤직비디오 공개 전 펄어비스는 한국관광공사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지금까지 '한국 문화'를 게임 안에서 구현해 내는 데 심혈을 기울인 게임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배경으로 한국이 등장하더라도 단순히 지나가는 배경이거나, 한글 간판이 등장하는 것이 전부였다. 현대 한국을 오픈 월드를 통해 제대로 묘사하려 노력한 게임은 극히 적다. 

이런 상황 속 <도깨비>는 세세한 한국 배경 묘사를 통해 메타버스 시대 속,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게임이 될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내용을 내포한 뮤직비디오 공개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게임 속 한국', 기존에는 어땠나?


먼저, 기존 게임에서 보이던 '한국'의 모습은 어땠을까.

최근 나온 게임을 예시로 들어 보자면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에 등장한 서울이나, <배틀필드 2042>에 등장한 '송도국제도시'가 있다. 허나 <콜 오브 듀티>의 경우엔 첫 캠페인 미션에서 지나가며 등장하는 배경일 뿐이고, <배틀필드 2042>의 송도의 경우엔 한국 묘사는 잘 됐다는 의견이 많으나, 게임 내 등장하는 여러 전장 중 하나일 뿐이다.

<콜 오브 듀티>에 등장한 서울

한국을 묘사한 오픈 월드 게임을 예로 들자면 볼리션의 <에이전트 오브 메이햄>이 있다. 그러나 근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 데다가, 정작 한국과 큰 연관점이 없어 빈축을 샀다. 심지어는 일본풍으로 콘셉트를 잡았다가, 개성 부여를 위해 노선을 한국으로 급히 튼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게임 배경이 서울이라는 점을 자각하게 해 주는 요소는 도시 곳곳에 보이는 어색한 한글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에 "한국을 제대로 묘사하지 않았다!"라는 비판을 제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껏 현대의 한국을 제대로 묘사한 '오픈 월드' 게임이 사실상 없었다는 이야기다. 한국을 묘사하더라도 전통 문화보단,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 등 현대나 미래적인 모습만을 담은 묘사가 대부분이었다.

 

<에이전트 오브 메이햄>

 

 

# 게임을 통한 '한 나라의 문화 묘사'

 

한 나라의 문화를 소개함에 있어 게임은 상당히 '영향력 있는 매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보여준 개발사라 한다면 역시 '유비소프트'다. 유비소프트는 자사 대표 프랜차이즈 게임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통해 철저한 시대 고증을 담은 배경을 선보였다. 워낙 고증이 잘 된 덕인지 '디스커버리 투어'라는 별개의 게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게임으로 구현된 오픈 월드를 여행하며 역사 설명을 듣는 스탠드얼론 게임이다.

최근 발매된 <고스트 오브 쓰시마>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개발사의 작품임에도 <고오쓰>는 고증에 철저한 일본 문화를 선보이는 데 주력했는데, 이 덕분인지 게임 배경 '쓰시마 섬'이 속한 일본 나가사키현이 게임과 관련된 실제 섬의 역사와 경관을 소개하는 특설 페이지를 오픈하기도 했다. 그만큼 게임을 통한 문화 알리기는 상당히 영향력이 크다.

나가사키 현은 아예 <고오쓰>에 등장하는 명소를 소개하는 특설 페이지를 오픈하기도 했다 (출처 : 나가사키현)

그리고 <도깨비>는 한국 문화 묘사에 상당한 공을 들인 오픈 월드 게임이다. 앞선 두 게임처럼 해외 유저나, 혹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지만 접할 기회가 적었던 국내 게이머들에게 흥미롭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하나의 장이 될 수 있다.

<도깨비>는 이전 트레일러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울릉도'나 부산 '흰여울문화마을'을 배경으로 해 기와가 들어간 벽이나 한옥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나무를 소재로 한 펜스나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자 등 한옥과 전통 요소가 양옥과 적절히 어우러진 모습도 매우 자연스럽다. 기존의 한국 배경이 보여줬던 빼곡한 아파트가 가득한 모습과는 확실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단순히 전통문화를 게임 내에 구현하는 것을 넘어, 세세한 묘사와 고증에도 공을 기울였다. <도깨비> 게임플레이 공개 후 한국의 건축물을 소개하는 트위터 계정 '우리건축이야기'는 한옥의 회칠까지 게임 내에 묘사되었다는 점을 들어 <도깨비>를 호평하기도 했다.

이런 기조는 10월 진행된 문체부 국정 감사까지 이어졌다. 당시 이상헌 의원은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들며 게임의 문화적 파급력에 관해 설명하고, <도깨비>의 트레일러에 나온 한옥, 솟대, 연, 해태상 등 우리 전통문화 유산을 예로 들어, 문화유산 홍보를 위해 문화재 기관과 게임과의 정보 활용 협조를 촉구했다.

 

이번 뮤직비디오에서는 <도깨비>에 구현된 전통 복식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정감사에 등장한 <도깨비> 트레일러 (출처 : 이상헌 의원실)

 

# <도깨비>로 여행을 떠나요

 

"게임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말은 이제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7,000명을 돌파하며 다시금 강력한 거리두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요즘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판데믹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해외는커녕 국내 여행조차 꿈도 못 꾸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행"의 "여"도 꺼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어찌 보면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떠오른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아예 없다곤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동의 제약에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가상 공간으로 향했다. 오픈 월드 게임을 통해 대리 만족이라도 느끼자는 취지다.

<도깨비>가 이러한 흐름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는 게임이 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한국을 묘사한 게임은 전쟁통이거나, 현대적 요소에만 집중한 게임이 대다수였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현대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게임은 사실상 없었다. 이와 다르게 <도깨비>는 오픈 월드를 통해 한국의 모습을 담겠다고 선언했고, 어떻게 보면 <도깨비>를 플레이하는 것이 일종의 '사이버 관광'이 될 수도 있다.

도깨비는 자연 경관 묘사에도 힘을 기울였다. 도시를 둘러싼 산을 보면 영락없는 한국이다

<도깨비>가 ▲CJ CGV ▲CJ올리브영 ▲CJ ENM(Mnet) 등과 제휴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펄어비스가 아직 확실한 정보를 공개한 것이 아니기에 순전한 기자의 추측이지만, 단순한 간접 광고를 넘어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 <도깨비> 안에 펼쳐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길을 가다 보면 우리에게 올리브영 매장이 나오고, 극장에 들어가면 CGV와 같은 식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하는 것처럼, <도깨비> 게임 안에서 표를 구매하고 CGV에 들어가 영화를 관람할 수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깨비>가 또 메타버스를 강조한 게임이 아니던가. 

뮤직비디오 속 CGV

펄어비스가 뮤직비디오 공개 전 '한국관광공사'와의 업무 협약 체결을 맺었다는 것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협약을 체결하며 김경만 펄어비스 CBO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게임 한류의 확산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협업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고, 박경숙 한국관광공사 한류관광팀장은 "향후 게임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하여서 잠재적인 방한 수요로서 글로벌 유저들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홍보마케팅을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도깨비>를 통해 한류 문화 홍보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뮤직비디오도 여기에 힘을 얻어준다. 한류 문화의 대표로 손꼽히는 것은 'K-POP'이고, <도깨비>의 뮤직비디오는 교차 편집을 통해 자연스레 K-POP 요소를 녹여냈다. <도깨비> 뮤직비디오는 12월 11일 진행된 ‘2021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도 등장했는데, 역시 게임을 통한 한류 문화 선도에 힘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도깨비>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경복궁 근정전
우측에서 한국관광공사의 공식 로고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업무 협약까지 맺었으니, 고증 오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뮤직비디오 속 엠넷

즉, 서문에서는 뮤직비디오 공개가 일종의 "감사 인사"일 것이라 언급했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도깨비>에 선보여질 오픈 월드에 대해 일종의 힌트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펄어비스가 <도깨비>를 통해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나오지도 않은 게임에 너무 나간 것 아니냐"며 약간 갸우뚱하게 받아들일 독자도 있겠지만, 지금이 또 비일상이 일상이 되는 '뉴 노멀' 시대 아니던가. 모쪼록, <도깨비>가 멋진 한국 배경 묘사를 통해 게임계에 '한류 배경 열풍'을 일으킬 게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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