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6일이라는 긴 연휴 동안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 보셨나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집중해서 즐기기 좋은 보드게임 4선! 마트에서 구하기는 다소 어려울지 몰라도, 재미와 몰입감 만큼은 확실히 보장하는 보드게임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코드네임>은 명절처럼 많은 사람이 모였을 때 하기 좋은 팀 추리 게임입니다. 아, '추리 게임'이라는 장르에 겁먹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코드네임>은 쉽고 간편한 게임이니까요. <코드네임>은 약 2~8명이 즐길 수 있지만, 보드게임 커뮤니티에서는 보통 6, 8명이 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팀 게임이다 보니 가능하면 짝수 인원으로 즐기는 것이 좋습니다.
게임 방식은 정말 간단합니다.
▲ 바닥에 5 X 5 모양으로 낱말 카드를 배치합니다.
▲ 두 팀을 나누고 각 팀에서 팀장을 1명씩 뽑습니다.
▲ 두 팀장은 임의의 '코드' 카드를 뽑습니다. 코드 카드에 5 X 5에 배치된 각 팀 에이전트의 위치, 찾으면 안되는 암살자 등의 위치가 표시돼 있습니다.
▲ 각 팀은 상대보다 먼저 자기 팀 요원을 찾아야 합니다.
▲ 팀장은 요원들에게 단어 하나, 숫자 하나만 말할 수 있고, 요원들은 그걸 기반으로 바닥에 놓인 카드에서 자기 요원 카드 위치를 추리합니다. (물론 낱말 카드를 직접 말하는 건 반칙입니다)
예를 들어 바닥 카드 중 사과와 불 카드 자리에 자기 요원이 있다면 '빨강, 2'라고 말하는 식이죠. 게임 규칙은 참 간단하죠?
다만 사람마다 사물을 보는 관점, 문자를 해석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미묘한 차이로 인해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자주 일어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지방'이라는 단어를 보고 누구는 부산•대전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고, 누구는 기름을 떠올릴 수도 있잖아요?
참고로 <코드네임>은 팀장의 힌트를 잘못 해석해 상대팀의 요원을 찾으면 턴도 잃고 상대팀의 요원까지 찾아준다는 룰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암살자' 자리를 찾아버린다면 팀은 바로 패배하고요. 이 때문에 때론 추리보다 팀장과 팀원 간의 무언의 합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2명부터 즐길 수 있는 <코드네임 듀엣>, 새로운 테마로 나온 <코드네임 픽처스> 등의 후속작도 있으니 관심이 가신다면 함께 살펴보시길! <코드네임 픽처스>는 <코드네임>과 섞어서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코드네임>보다 조금 더 신나는 분위기의 게임을 원하신다면 <5분 던전>도 좋은 선택입니다. <5분 던전>은 2~5명의 유저가 제목처럼 딱 '5분' 안에 던전을 깨는 보드게임입니다. 참고로 경험자로서 권하자면, 가급적 많은 사람 (4~5인)이 플레이하는 게 더 재미있고 쉽습니다.
던전을 깨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팀원들이 함께 던전덱에 있는 장애물 카드가 요구하는 조건 (ex: 무찌르려면 빨강 카드 2장, 보라 카드 1장을 내세요)을 충족시키면 됩니다. 대부분의 장애물 카드는 앞의 예시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데, 시간 내에 던전의 모든 장애물 카드를 해결하면 던전이 깨지죠.
다만 이 '시간 안에'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난이도 쉬운 던전은 장애물 카드 하나 처리할 때 약 10초 정도의 여유가 있지만, 고난이도 던전은 카드 하나를 5초 안에 처리해야 시간을 맞출 수 있거든요. 더군다나 유저들도 '직업덱'에서 카드를 뽑아 몬스터를 처치해야 하는 만큼, 때론 필요한 카드가 안 나오기도 하고요.
(물론 직업 특수 능력, 전용 카드 등을 사용해 시간을 잠시 멈추고 회의를 하거나, 추가 드로우를 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5분 던전>을 플레이할 때는 시간에 쫓기며 필요한 카드를 외치고 도움을 요청하는 왁자지껄한 그림이 그려지기 일쑤죠. 쉽고 간편한, 그러면서도 왁자지껄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을 찾는다면 좋은 선택입니다.
여담이지만 <5분 던전>은 초시계 + BGM + 내레이션 역할을 해주는 '5분 던전 타이머' 애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만약 좀 더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원한다면 애플리케이션과 함께 플레이 해보세요.
조금 더 진중한 게임을 원한다면 <레지스탕스 아발론>은 어떠신가요? '마피아 게임의 정수'라고 평가 받는 심리 추리 게임입니다. 플레이 인원은 5~10명 정도인데, 보통 7명 내외가 가장 재미있다는 평입니다.
유저들은 원탁의 기사가 돼, 5번 성배 탐색 기회 중 3번을 성공시켜야 합니다. 단, 기사단 안에 있는 배신자들은 이걸 저지해야 승리할 수 있죠.
게임 방식은 간단합니다. 유저들이 차례대로 원정대장 역할을 맡아 원정 보낼 사람들을 정합니다. 모든 인원이 원정대 구성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하고, 찬성이 많으면 그 원정대로 다시 한 번 비밀투표를 합니다. 여기서 만약 한 장이라도 '실패' 카드가 나온다면 원정은 실패합니다.
배신자를 원정대에 넣으면 안된단 얘기죠! 때문에 게임은 유저들의 행동과 성격, 원정 결과를 바탕으로 온갖 경우의 수를 따지고 추리하는 모양으로 진행됩니다. (배신자 유저라면 자신을 감추고 남을 모함하는 권모술수도…)
<레지스탕스 아발론>엔 마피아 게임 확장룰처럼 배신자들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멀린', 멀린에게 유일하게 정체를 숨길 수 있는 배신자 '모드레드', 홀로 멀린의 정체를 알 수 있는 '퍼시벌', 원정이 성공했어도 멀린을 암살해 악을 승리하게 할 수 있는 '암살자' 등 다양한 특수 직업이 존재합니다. 이런 특수 직업이 물고 물려 자신을 감추고 상대 정체를 밝히려 하는 심리전이 백미죠.
또한 <레지스탕스 아발론>의 가장 큰 강점은 '탈락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마피아 게임처럼 누군가 탈락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모든 유저가 끝까지 게임에 즐길 수 있죠. 또 탈락 없이 끝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온갖 경우의 수를 따지며 설전하는 것 (혹은 많은 유저가 서로 권모술수를 펼치며 중상모략을 하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입니다. 또, 따로 사회자가 필요 없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는 운의 요소 하나 없이, 순수하게 유저들의 두뇌 플레이로만 진행되는 추리 게임입니다. 적정 플레이 인원은 2~6명. 단, 추리게임이라는 특성 상 옆에서 상황을 보며 훈수만 둬도 재미를 느낄 수 있죠.
게임을 간단히 소개하면 도망가는 살인마, 그리고 살인마를 잡으려는 경찰의 대결입니다. 게임은 19세기 영국 '화이트채플' 거리를 모티브로 한 맵 위에서 진행됩니다. 살인마 역할의 유저는 '잭 더 리퍼'가 돼 희생자를 살해하고 은신처로 도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찰 역할의 유저들은 살인마를 잡아야 하고요.
맵은 다양한 말판과 갈림길로 구성돼 있습니다. 유저들의 행동력은 정해져 있고요. 경찰 유저들은 살인 현장의 위치와 잭의 이동력을 감안해 포위망을 좁히고 잭을 잡아야 합니다. 반대로 잭은 경찰들이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가 포위를 피하고, 피치 못할 때는 특수 이동 능력을 써 경찰을 따돌려야죠.
참고로 잭의 움직임은 별도의 시트에 따로 기록되기 때문에, 경찰 유저들은 살해 현장과 잭의 이동력 정보, 그리고 잭의 행적(게임은 총 5회 반복됩니다) 등을 토대로 끊임 없이 위치를 추리해야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막막할 수 있지만, 뒤로 갈수록 잭의 패턴과 은신처를 추정할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나 추리가 쉬워지죠. (단, 그만큼 남은 기회도 줄어들기 때문에 긴장감은 더 높아집니다!)
반대로 잭은 처음에는 눈 먼 장님 같은 경찰들을 농락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촘촘히 좁혀오는 포위망을 뚫는 스릴을 맛볼 수 있고요.
이런 잭과 경찰들의 심리전이 <화이트채플에서 온 편지>의 재미입니다. 게임 룰은 어렵지 않은 반면, 두뇌싸움의 깊이가 깊고 다른 유저들과 의견도 많이 교환해야 하기 때문에 명절용 게임으론 안성맞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