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일본인가"
지난주 열린 도쿄게임쇼의 인디게임 공간을 둘러본 기자는 오래되고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직도 DVD로 제품을 판매하는 철도 동호인들의 동인 게임이 있었는가 하면,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 심에 조이콘을 끼워서 플레이하는 게임이 있었습니다. 한국인 개발자와 일본인 개발자가 손을 잡고 함께 만드는 게임도 출전했습니다.
도쿄게임쇼 'Selected Indie 80'에서 만난 특별한 인디게임들을 소개합니다. /일본 도쿄 =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홋카이도 4,500km>는 정말 특별한 게임이었습니다.
플레이어는 1967년 여름의 홋카이도로 돌아가 삿포로에서 총 4,500km에 달하는 철도를 빠르게 답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입니다. 예상하시겠지만, 철도 동호인드르이 동인 게임입니다. 동호인들은 그때의 열차시간표대로 열차가 운행되록 만들었고, 정해진 자산에 따라서 건강과 위생, 허기 등을 신경쓰면서 플레이합니다.
플레이어는 각 역마다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사거나, 역전식당에서 간단한 메밀국수를 먹으면서 게이지를 채울 수 습니다. 이뿐 아니라 역마다 스탬프와 사진 필름을 판매하기 때문에 또다른 도전과제로 쓰입니다. 이 게임에는 동호인들이 발로 뛰며 모은 현장 자료와 시간표 등이 고스란히 살아있어 이들의 '덕력'을 유감 없이 파악할 수 있습니다. 날씨 또한 실제 일본 관청에 기록된 자료를 그대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열차를 타는 것 아니라 도보나 택시로도 거리를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게임은 대단히 흥미롭지만, 일본어 이외의 다른 언어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구태여 다른 언어를 추가할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현지 다운로드 플랫폼 Vector에서 판매 중이며 실물 DVD도 판매 중입니다. 기자의 일본어가 조금만 더 능통했다면, 이 분들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눠봤겠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대신, 동호인 텐포쿠(てんぽく)의 홈페이지에서는 입이 떡 벌어지는 프로젝트들을 여럿 만날 수 있으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종이가 없어!>(紙がない!)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게임은, 플레이 방식 또한 도발적이었습니다. 여기서 종이는 화장실에서 자주 쓰이는 종이, 즉 두루마리 휴지입니다. 영어 제목은 'Give me toilet paper!', 한국 제목으로는 '휴지가 없어!' 쯤으로 의역하면 좋을 듯합니다.
닌텐도 스위치 전용으로 출시된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에는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우선 무선 조이콘이 있어야 하고, 그 조이콘을 끼울 두루마리 휴지가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그 휴지를 굴릴 널빤지가 있어야 합니다. 플레이어는 장애물을 피해서 화장실에서 휴지가 없어서 허망하게 앉아있는 남자에게 휴지를 전달해줘야 합니다. 널빤지 위에서 휴지를 굴리면서 말이죠.
이 게임을 만든 일본의 1인 개발자 미야자와 타카히로(宮澤 卓宏)가 만든 게임입니다. 지난 3월 출시됐으며, 한국 닌텐도 e숍에서도 구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를 전혀 지원하지 않지만 대단히 직관적인 게임이기 때문에 영어나 일본어를 전혀 모른다고 해도 조이콘을 휴지심에 끼워 넣을 줄만 알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도쿄게임쇼의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콘테스트인 '센스 오브 원더 나이트'에서 관객 상 '세미 그랑프리'를 거머쥐었습니다.
<하르마>(HARMA)는 8색 도트 그래픽 타입을 구현한 덱 빌딩 로그라이트 카드 게임입니다. 그 옛날 게임보이 게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턴제를 채택하는 전통적인 JRPG가 떠오르지만, 실시간으로 공격 게이지인 '마석'을 모으고 특정 마석 게이지가 쌓이면 그에 따라서 공격하고 방어하는 기믹을 넣으면서, 한 번 변형을 주었습니다. 게임이 오버되면 모든 것들이 초기화되고, 난이도에 따라 해금되는 요소가 달라집니다. 게임은 모바일로 출시될 계획이나 스팀으로 둥지를 옮긴 듯 보입니다.
이 게임은 6명의 개발자로 이루어진 인다이렉트 샤인(Indirect Shine)이 개발 중입니다. 스팀페이지를 만들고 얼리억세스를 진행 중인데, 개발자들의 면면이 독특합니다. 총 6명 규모의 팀에는 한국인이 3명, 일본인이 3명 있습니다. 김기훈 대표는 게임 디렉팅과 프로그래밍을 담당하고 있고, 기노야(銀親) 씨가 <파이널판타지3 픽셀 리마스터>를 담당했다고 합니다.
기자는 <하르마>를 보면서 재밌는 게임 개발에는 국경이란 없다라고 느꼈습니다. 또 스팀으로 출시될 이 게임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만큼 대단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피그말리온>(Pygmalion)은 4분기 출시를 예정한 퍼즐게임입니다.
비주얼노벨 연출이 포함된 픽셀 그래픽의 색깔 맞추기 게임으로 <인사이드 아웃>과 유사하게 어떤 색깔이 감정을 대표합니다. 감정을 연구하는 주인공 대학원생은 파란색으로, 색상과 인간의 감정을 연개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게임은 같은 색상의 블록을 맞추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빨강과 노랑이 합쳐지면 주황이 되고 주황과 주황을 연결해 스테이지를 완료하는 방식입니다. 비주얼노벨을 보는 페이즈와 퍼즐게임 페이즈가 섞여있는 형태의 게임으로 스팀에서 4분기 출시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개발은 한국의 '캔들'이 맡았습니다. 고등학교 동창 출신으로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고, 도쿄게임쇼의 문까지 두드리게 되었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