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는 언어를 담는 그릇이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똑같은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플레이팅 하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듯, 같은 단어라고 하더라도 서체에 따라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편집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서체'가 꼽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상업적으로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게임 폰트를 몇 가지 소개한다. 개인 유튜브나 출판물을 준비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라면 이 기사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분야의 최고는 아무래도 넥슨이다. 2019년 한글날을 기점으로 자체 제작 폰트를 무료로 공개하기 시작했으며, 이듬해인 2020년에는 개인, 학교, 공인목적의 자선, 구호단체에서 비상업적인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던 약관을 바꾸어 상업적으로 사용하거나, 소프트웨어나 홈페이지에 임베드하는 것도 허용되었다.
현재 넥슨에서 배포하고 있는 서체만 총 8개. 그 중 '넥슨 레벨 1체'는 우리에게 친숙한 고딕체를 변형하여 만들어졌다. 정사각형꼴인 글자 모양과 원에 가까운 'ㅇ'과 손글씨체인 'ㅅ'과 'ㅈ'을 통해 넥슨이 추구하는 젊음과 게임의 즐거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넥슨 레벨 2체'는 범용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버전이다. 기존의 것보다 모음의 세로 비율이 길어졌으며, 자음의 경우에도 읽기 편하게 변경되었다. '넥슨 레벨 1체'와 '넥슨 레벨 2체' 모두 경쾌하지만 단정한 느낌을 주어 자료의 본문에 쓰기 좋다. 반대로 획이 얇고 크게 두드러지는 특징이 없어 제목용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반면, 그래픽 요소가 추가되어 자료의 제목으로 사용하기 좋은 폰트들도 있다. '던파 비트비트체'와 '워헤이븐체'가 대표적이다. '던파 비트비트체'는 <던전앤파이터>만의 도트 그래픽을 닮은 계단식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때, 획의 가로 길이를 넓혀 자소와 자소 사이에 간격이 넓지 않은 한글의 특성 상 발생할 수 있는 간섭 문제를 줄였다. 처음에는 사용도가 높은 일부 글자를 대상으로 제작되었으나, 최근에는 국문 11,172자와 영문 94자, 문체부에서 지정한 기호 986자까지 추가되었다. 픽셀 그래픽과 잘 어울리며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용을 담은 자료의 제목에 쓰기 알맞다. 그러나 크기가 작아질수록 앞서 언급한 간섭 문제가 도드라져 본문이나 자막용으로는 적합하지 못하다.
'워헤이븐체'는 올해 한글날을 기념하여 배포되었다. 슬로건은 '새로운 전장의 날이 서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냉병기를 활용한 난투전이 특징인 <워헤이븐>의 특성을 반영하여 제작되었다. 그에 따라서 단단하고 강한 느낌을 주는 고딕체를 골격으로 하여, 획의 끝에 직각으로 삐침을 주었다. 이 모습은 중장비 보병들이 무기와 방어구에 두르던 마름쇠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워헤이븐체'는 획이 굵고 뭉툭하여 짧은 문구에 힘을 실어 전달하기 용이하다. 그러나 가독성이 좋지 않아 본문용으로는 사용하기 어렵다.
넥슨에서 제공하는 모든 폰트는 '넥슨 레벨업' 홈페이지에서 모든 약관을 확인한 후 내려받을 수 있다.
게임업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사랑받는 게임 폰트도 있다. 컴투스홀딩스의 자회사인 '펀플로'에서 개발한 '빛의 계승자체'와 '생존자체'가 그것이다. 두 서체는 웹 소설의 표지 디자이너들이 자주 활용한다. 특히 '빛의 계승자'체는 로맨스 판타지 소설의 일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여 독자들 사이에서 '대표 로판체'라고도 불린다.
'빛의 계승자체'는 모바일 게임 <빛의 계승자>의 사전 프로모션을 통해 배포되었다. 게임의 세계관에서 빛의 힘으로 악의 힘을 막기 위한 예언서의 글꼴이라는 설정이다. 스푼펜이나 만년필로 작성한듯한 날카로운 삐침은 첨예하게 빛나는 칼날과 닮았다. 베스트셀러 도서인 <달러구르트의 꿈 백화점>의 표지 서체도 이것을 활용했다고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어디선가 많이 봤던 그 폰트! 저희가 원조입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어둡고 건조한 느낌보다는 밝고 매끄러운 느낌에서 의미가 더욱 산다. 디자인 요소가 많이 들어갔지만 획이 얇고 무디지 않아 자료의 내용에 따라 본문용으로 써도 무방하다.
'생존자체'는 펀플로의 다른 모바일 게임<워킹데드: 올스타즈>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울퉁불퉁한 글자의 골격 위로 크게 파인 홈과 찢어진 디테일이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좀비 떼들에 의해 훼손된 건물의 콘크리트 벽과 전단을 보는 것 같은 효과를 준다. 모바일 게임의 전용 폰트로 개발되어 시원시원하고 읽기 편한 축에 속한다. 그러나 획이 굵어 자료의 본문 보다는 제목과 잘 어울린다.
이 폰트들은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다. 두 게임만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같은 게임 업계 내에서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된 저작권 안내 페이지에는 '콘솔/PC/포터블/온라인/모바일 게임, 혹은 게임 관련 디바이스 또는 프로그램에 임베이딩하여 사용하는 행위'는 권리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고 명시되고 있다. 참고로 '빛의 계승자체'의 권리는 펀플로와 산돌에게, '생존자체'의 권리는 펀플로에게 있다. 두 폰트는 각 게임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모든 약관을 확인한 후 내려받을 수 있다.
한편, 대표 로고에 쓰인 폰트를 대중들에게 무료로 배포한 게임사도 있었다. '넷마블'과 '위메이드'다.
'넷마블체'는 넷마블의 대표캐릭터인 공룡 '크크'의 실루엣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한편, 대표 로고에 쓰인 폰트를 대중들에게 무료로 배포한 게임사도 있었다. '넷마블'과 '위메이드'다. 넷마블체는 넷마블의 대표 캐릭터인 공룡 '크크'의 실루엣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둥글고 커다란 뿔, 짧은 팔다리, 부드러운 곡선의 꼬리를 닮은 귀여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가로획과 세로획의 굵기가 살짝 달라서 장난기 많고 유머러스한 느낌을 준다. 세 가지 굵기를 지원하는데 모두 본문이나 자막으로 쓰기 좋고, 가장 굵은 것은 중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
위메이드는 윤디자인그룹과 협업하여 대표 폰트인 '인피니티 산스체'를 만들었다. 이름처럼 기업의 정체성인 '무한한 상상력'을 담고자 했다. 그에 따라서 모든 자소가 무한소수 중 하나인 황금비에 따라서 디자인 되었으며, 영문 표기인 'WEMADE'에서 W와 M을 겹치면 무한을 상징하는 기호인 '∞'가 된다. 이러한 인피니티 산스체는 서체에 담긴 의미와 미적 우수함을 인정받아 지난 2019년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인피니티 산스체'는 그 자체로도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어 본문용으로 활용하기 좋다. 그러나 글자의 너비가 너무 넓게 느껴진다면, 자평을 줄여 가독성을 높인 '인피니티 산스 WM'도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인피니티 산스체' 소개 (출처: 위메이드 홈페이지)
앞서 살펴본 '빛의 계승자체'와 '생존자체'가 다른 게임에서의 사용을 금지했던 것처럼, '넷마블체'와 '인피니티 산스체'는 기업명, 브랜드명, 상품명, 로고, 마크, 슬로건, 캐치프레이즈 등에는 사용할 수 없다. 사람들이 다른 기업에서 발표한 자료를 두고 혼동하여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라이선스 사항은 각 기업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