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는 아직 <TL>의 동시접속자 수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PC방 점유율 등의 간접적인 지표를 참고하면 <TL>의 초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출시 다음 날이었던 12월 8일, <TL>은 전체 게임의 0.31%, RPG 장르 한정 2.26%의 PC방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일, <TL>의 두 번째 정기 업데이트가 이뤄졌습니다. 새로운 콘텐츠의 추가와 더불어, 첫 번째 정기 업데이트와 마찬가지로 기존에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요소를 개선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요. <TL> 개발진은 오는 22일 유저와의 소통을 위한 라이브 스트리밍을 예고하며 유저들과의 소통 나서는 모습입니다.
일각에선 초기 모객에 실패한 엔씨소프트가 추후 과금 상품을 출시해 수익화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아직까지는, <TL>은 '착한' BM의 길을 걸으며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TL>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요? <TL>은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IP로 우뚝 설 수 있을까요? /디스이즈게임 안규현 기자
우선 MMORPG로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 늦게 등장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현재 <TL>의 메인 콘텐츠는 6인이 함께 진행하는 '협력 던전'입니다. 출시 버전 기준, 협력 던전은 30, 40, 45레벨에 1개씩 해금되고 50레벨에 6개가 해금됩니다.
그런데 첫 협력 던전은 처음으로 마주하는 던전인 만큼 공략 방법이 단순하고, 두 번째 협력 던전부터 파티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보스의 패턴을 파훼하는 전투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50레벨이 만렙인데, 40레벨 가까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다른 유저들과 협력하는 메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셈입니다.
레벨 40까지 찍으면 엔씨소프트가 마련한 레이드 공략의 재미를 누릴 수 있는데, 거기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서비스 초창기 램 누수 이슈로 많은 유저들이 하이엔드급 사양의 PC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줄곧 달릴 수 없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대기열 대신 발생한 '튕김 현상'은 치명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역시 MMORPG는 협동 콘텐츠가 재밌는데 말이죠.
성장 과정에 대한 불편함 또한 여러 곳에서 지적되었습니다. 9개의 초기 던전 중 6개가 50레벨에 해금될 정도로 <TL>은 '만렙부터 시작'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실제로 게임을 즐기다 보면, 'MMORPG는 만렙부터'라는 금언은 <TL>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50레벨을 달성하면 협력 던전을 돌며 장비를 맞추고 사냥이나 이벤트를 통해 모은 재화로 스킬을 강화하는, 본격적인 '세팅' 단계에 접어들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TL>을 시작하면 만렙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움직이게 됩니다. 그리고 레벨을 올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코덱스 진행이죠. 하지만 레벨업을 위한 코덱스 수행에 특정 조건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잦습니다. 비유하자면 이제는 퇴근하고 겨우 게임을 붙잡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게임을 켜놓고 바람이 언제 불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게팅 오버 잇>(이른바 항아리 게임)에 버금가는 벽타기를 해야 하고 말이죠.
MMORPG의 '찾는 재미'와 '기다리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코덱스 진행 방법에 대한 명확한 안내가 없어 혼동을 빚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가령 '정체불명의 오염체' 코덱스는 절벽 위에서 마법 시약을 챙기고 아래로 활강해 바다에 떠 있는 판자의 오염체에 시약을 뿌려야 하는데요. UI 상으로는 정체불명의 오염체에만 마커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대화 내용을 집중해서 듣지 않았거나 나중에 다시 클리어하기 위해 찾아온 경우 어떻게 깨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중후반부 코덱스 중에는 '투석기의 영웅' 코덱스가 대표적입니다. 투석기를 타고 날아가 공중에 떠 있는 부유석 위의 물체와 상호작용해야 하는데, 막상 투석기를 작동시키려면 또 다른 플레이어가 작동 레버를 조작해 줘야 합니다. 덕분에 오픈 초반부터 <TL> 전체 채팅창에는 "투석기 도와주실 분"을 찾는 채팅이 자주 올라오곤 했습니다. 이런 모호함이 공략과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가져다 줄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이 지금까지의 엔씨소프트 게임처럼 필드 쟁을 유도하는 것과 종합해보면, 플레이어가 같은 편이 아니라면 호혜를 베풀 이유가 적은 편이기도 합니다.
"투석기 도와주실 분?"
또한 협력 던전의 파티 매칭 시스템 부재와 파편화되어 있는 보상 설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탱커, 딜러, 힐러로 6명을 구성해 협력 던전을 공략해야 하는데, 50레벨에 열리는 협력 던전 6개가 각각 다른 역할군이 필요로 하는 아이템을 보상으로 줬던 것이죠.
<TL>은 정해진 직업 없이 자신이 착용한 주 무기와 보조 무기의 스킬셋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희귀 등급 장궁을 쓰던 유저가 영웅 등급 양손검을 얻는다고 해서 바로 그 무기를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용하는 무기의 스킬 레벨을 올려야 비로소 제 성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기가 바뀌면 육성도 그 무기에 맞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레 자신이 사용하는 장비를 보상으로 주지 않는 던전은 우선순위가 낮아지게 됩니다. 파티 매칭 시스템이 없어 전체 채팅으로 파티원을 구해야 하는데, 탱커들은 A 던전, 딜러들은 B 던전, 힐러들은 C 던전에 가 줄 사람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탱커 장비를 보상으로 주는 던전이라도 클리어하려면 딜러와 힐러가 있어야...
필드 이벤트는 순수 사냥 속도만으로 겨루는 평화 모드와 PvP를 통해 상대의 아이템을 빼앗을 수 있는 분쟁 모드가 존재하는데요. 특히 분쟁 이벤트에 대한 불만이 컸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대다수 필드 이벤트가 분쟁 모드로 진행되어 많은 유저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은 17일 필드 이벤트 일정.
상술한 문제점들은 13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친 정기 업데이트를 통해 '싹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엔씨소프트는 분명 빠르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우선 13일 업데이트에선 성장 구간의 전반적인 난이도가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1~40레벨 전체 몬스터의 생명력과 공격력이 10~15% 낮아졌고, '일일 퀘스트'에 해당하는 의뢰 콘텐츠 보상에 경험치가 추가됐습니다.
이에 더해 캐릭터 가방 크기를 기존 100칸에서 130칸으로 늘렸고, 스킬 UI 확대, 코덱스 목표 마커 시인성 개선, 다른 유저와의 상호작용 메뉴 호출 방법 추가 등 전반적인 편의성을 개선하는 패치가 이뤄졌습니다.
안종옥 PD가 '프로듀서의 편지'를 통해 전한 13일 업데이트의 핵심 5가지.
안 PD는 프로듀서의 편지 말미에 "플레이 동향과 목소리에 늘 귀 기울이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30, 40, 45레벨에 해금되던 협력 던전의 레벨 제한이 20, 30, 40으로 하향되었고 이에 맞춰 몬스터 개체 수 감소, 보스 패턴 파훼 기믹 수행 시 데미지 증가 버프 부여 등 원활한 진행을 위한 조정도 진행되었습니다.
성장 속도 개선 이전에도 30레벨까지는 막힘없이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캐릭터 육성 과정에서 막히는 일 없이 플레이어들과 힘을 합쳐 보스를 '공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파티 찾기 기능이 생겼습니다.
진행 간 불편함이 있었던 코덱스에 대한 패치도 있었습니다. 가령 특정 위치로 날아가기 위해 투석기에 올라타 다른 플레이어에게 투석기를 작동시켜 달라고 부탁해야 했던 (악명높은) '투석기의 영웅' 코덱스의 경우, 이제 레버를 조작하고 일정 시간 후 투석기가 작동하도록 바뀌어 혼자서도 클리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일 업데이트로 UI 상 코덱스 목록에 힌트 아이콘이 생겨 마우스를 올리면 퀘스트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특정 시간대나 날씨를 기다려야 했던 코덱스의 진행 조건 역시 완화되었습니다.
해당 코덱스는 원래 밤에만 비밀 경매장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필드 이벤트의 경우 특정 시간대에 진행되는 필드 이벤트의 절반 이상이 반드시 평화 모드로 진행되며, 이와 별개로 초보자 지역 세 곳의 이벤트는 항상 평화 모드로만 진행됩니다. 또한 순위권에 들지 못해도 참가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노력 보상'의 최대치가 증가하였습니다.
21일 필드 이벤트 일정. 확실히 분쟁 모드의 비중이 줄었습니다.
게임의 관심도와 화제성을 생각하면, <TL>의 초기 성적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선 그간의 일들이 회자되며 "엔씨소프트의 업보"라는 냉정한 반응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은사막>과 <로스트아크> 같은 뛰어난 MMORPG가 많이 서비스 중입니다. 때문에 엔씨소프트의 <TL>은 후발주자이면서도, 브랜드의 신뢰자본을 회복해야만 한다는 이중의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우선 엔씨소프트는 <TL> 유저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게임을 개선해 나가는 모습입니다. 패스 상품과 꾸미기 아이템 위주의 BM은 유지하면서 말이죠. 지금 <TL> 유저는 훗날 추가될지도 모르는 BM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안고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상품인데, 지금 게임에 살 만한 게 없습니다. 그간 투자한 금액에 대한 회수가 이루어지긴 해야 할 텐데 말이죠.
<TL>은 출시된 지 2주 지난 게임입니다. 현재 <TL>에서 즐길 수 있는 필드 이벤트, 협력 던전, 고급 사냥터 등의 콘텐츠는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합니다. 50레벨을 달성하고, 스킬을 강화하고, 영웅 등급 장비를 두르고 나서 앞으로 <TL>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요? '기가 막힌' 레이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까요? 공성전과 세금 수송이 본격화되면 <TL>의 세계는 어떻게 변모할까요?
일단 바로 내일(22일) <TL>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첫 라이브 소통 방송이 진행됩니다. 엔씨소프트는 라이브 방송 공지에 "현재까지 알려진 이슈들과 향후 개선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여러분들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이런 시도가 계속된다면 <TL>은 더 나아질 구석이 많은 게임이라고 평가해봅니다.
과연 <TL>은 '역주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22일 소통 방송에서 주말 간 발생한 일부 유저의 버그 악용 사례에 대한 대처가 다뤄질지도 주목됩니다.
일부 유저들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사냥터에 입장하는 버그를 알아내 아이템을 파밍했는데, 임시로 해당 사냥터의 몬스터를 없애는 조치가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