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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획] 게임과 추모

게임을 통해서 기억하는 사람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4-04-16 16:14:40

얼마 전 유비소프트 한국 지사(유비 코리아)가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스팀 같은 글로벌 유통망이 도입되면서 각국에 지사를 보유하는 것이 불필요한 일이 되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소식이 전해진 뒤, 많은 이들이 '유황숙'(유비소프트의 별칭)과의 작별에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간 유비소프트가 보여주었던 행보 덕이겠죠.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한국인 오퍼레이터 '도깨비'에는 천안함의 용사 47명을 기리는 스티커가 있습니다.


유비소프트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도깨비에는 47용사 스티커가 있습니다.


한국 게임사들도 종종 비슷한 일들을 하곤 했습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던전앤파이터>에는 온라인 분향소가 설치되었고, 유저들은 그곳에서 국화와 함께 추모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당시 주요 게임 포털들은 추모 배너를 걸곤 했는데, 엔씨소프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포털을 아예 닫으면서 <리니지>, <리니지 2>, 그리고 <아이온>의 서비스를 멈췄습니다.


2009년 엔씨소프트 포털에 올라온 공지사항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남은 추모는 펄어비스가 한 것입니다.


펄어비스는 '영원한 마왕, 신해철을 기리며'라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검은사막 모바일>에 신해철의 동상이 세워졌고, 영지에 같은 조각상을 설치하면 <민물장어의 꿈>이 설치되곤 했습니다. 펄어비스는 광고 음악에 신해철의 음원을 사용하면서 신해철의 재단과 연을 맺었고,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의 공동 제작사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검은사막 모바일>에 추가됐던 신해철의 동상


블리자드 또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자사가 기억하려는 인물을 NPC로 추가합니다.


 2014년에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별세했을 때 '로빈'이라는 NPC가 업데이트됐고, 2019년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가 세상을 떠나자 그를 그리는 '스탠리'라는 NPC가 업데이트됐습니다. '로빈'을 만나려면 그가 출연했던 <알라딘>에서 지니를 부르듯 램프를 문질러야 했고, '스탠리'를 클릭하면 생전 그가 자주 말했던 "엑셀시오르(Excelsior, 더 높이​)"가 나왔습니다.


스톰윈드에서 '스탠리'를 클릭하면 "엑셀시오르"라는 대사가 나왔습니다.


온라인게임에서는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떠나간 사람을 추모하기도 합니다.


<파이널 판타지 14> 유저들은 <베르세르크>의 작가 미우라 켄타로를 기리는 추모식을 열었습니다. 유저들은 '가츠'처럼 양손검을 쥐고 게임에 도열했습니다. 2019년에는 <마인크래프트>의 서버 개발자 브라이언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열렸습니다. 그가 만든 서버 'EM'(Emenbee Minecraft​)은 초창기 큰 인기를 끌었던 서버죠. 지난달에는 성우 렌스 레딕이 작고하자 <데스티니> 유저들이 고인이 연기했던 '사령관 자발라' 앞에 모였습니다.


양손검을 착용하고 미우라 켄타로의 추모식을 진행했던 <파이널 판타지 14> 유저들


추모와 기억의 의미를 담아서 게임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출신 프로그래머 라시드 아부에이데는 구급차를 타고 이송되던 가자지구의 소녀에게 폭격이 이루어진 사건을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인디게임 개발자 라이언 그린은 자신의 아들이 악성 뇌종양 판정을 받자 그 투병기를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라일라 & 전쟁의 그림자>는 드론과 미사일을 피해 이동하는 플랫폼게임입니다. <댓 드래곤, 캔서>는 아들 조엘의 투병을 '용과의 대결'에 대입한 어드벤처게임입니다.


<댓 드래곤, 캔서>


기억을 아예 회사의 모토로 삼은 곳도 있습니다. 대만의 레드캔들게임즈입니다.


1960년대 장제스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반체제 인사들을 처형하거나 가뒀습니다. 그 중에는 청소년들도 포함됐습니다. 당시 대만 사회에는 서로를 감시하고 밀고하며 '애국심'을 인증하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반교>는 바로 이 시기를 주제로 한 공포게임입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내용일 텐데요. 촛불은 신과 인간, 생과 사를 매개하는 상징입니다. 레드캔들게임즈는 바로 그런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만의 레드캔들게임즈는 기억을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이들의 신작 <나인 솔즈>는 다음 달 출시 예정입니다.


오늘은 2024년 4월 16일입니다.


10년 전 오늘, 한국에서는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여객선이 침몰하며 승객 300여 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모이기 어려웠던 바로 그 때. '416을 기억하는 숙명인의 모임'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통해 온라인에 추모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출처: 416을 기억하는 숙명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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