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변했다. 특정 장르의 대세감을 떠나, 광고 전략 없이는 모바일게임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렸다. 국내 매출 최상위권에 오래 머무르고 있는 <버섯커 키우기>, <라스트 워>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광고가 수없이 노출되고 있지 않은가? 인디, 중소 개발사들이 국내에서 이들과 광고 비용 경쟁을 하는 건 "소모전"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저희도 이제는 국내 성공 이후 해외 진출을 고려해보시라고 말씀드리지 않고, 해외 진출부터 시작하셔야 한다고 조언을 드리곤 한다"
개발사를 지원하는 업체 중 한 곳의 말이다. 망할 심산으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든 많은 유저가 게임을 즐기고,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다면 해외 시장 공략은 쉬운가? 현지화, 광고, 마케팅, 수익화까지 타깃 국가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 선두주자들과 경쟁도 해야 하니까, 해외 진출 경험이 전무한 회사가, 적절한 조언과 자본 없이는 공략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6월 20일, "변화의 파도에서 롱런하는 모바일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주제로, 유니티와 앱스플라이어, 리프트오프 3사가 함께 오프라인 세미나를 진행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게임들의 노하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강조된 것은 "데이터 기반 퍼포먼스 마케팅", "숏폼 트렌드 공략", "인터랙티브"였다.
블록 퍼즐 게임 <블록 블라스트>는 헝그리 스튜디오의 대표작이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만 1억 다운로드를 기록한 이 게임의 비화는 꽤나 흥미롭다. 일단, CEO가 게임의 프로듀서였는데, 처음 만든 게임이 <블록 블라스트>였다. 모니카 후 수익화 VP는 "운이 좋았다"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게임이 만들어진 과정을 살펴보면 운이 전부가 아니었다.
끊임없는 AB 테스트를 거쳐왔던 것이 성공 비결 중 하나다. CEO가 운영 쪽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데이터에 능했고, 프로덕트 개선을 위해 많은 전략을 도입했다고 한다. UX에 특히 많은 신경을 썼는데, 터치감 개선부터, 블록이 어떻게 드래그 되는지, 사운드 이펙트, 오래 플레이해도 피곤하지 않은 색상과 비주얼, 남녀 보이스 선호도, 성취감을 주는 레벨 디자인 등 전 과정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오디언스 침투 및 수익화 등의 측면에 있어 유니티와의 협업이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되기도 했다.
중국 개발사들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로컬라이징'이 가장 먼저 언급됐는데, SLG를 대표적인 예시로 들었다. 단어 사용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관리도 핵심적이라는 것이다. '유저 유입'도 강조됐다. 해외 시장 유저에게 어필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선, 유저 행태와 선호도 파악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다른 게임을 답습하는 게 아닌 새로운 걸 창조하는 '혁신'이 언급됐다.
리프트오프는 캐주얼, 카지노, 전략 게임 등 장르를 막론하고 1~30초 비디오 광고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퍼블리셔나 개발사에게 마케팅, 수익화 솔루션을 제시하는 리프트오프는, 효과적이었던 여러 광고 사례를 소개했다. 아마 여러분도 한 번쯤은 봤을 광고 유형이라 익숙할 것이다.
▶ 신규 레벨 언락: 레벨 해금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숏 비디오에서 롱 비디오로 이어지게 하는 방법 중 하나다.
▶ 위험 강조: 캐릭터가 용암, 물에 빠지거나, 추위에 떠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고, 체력이 줄어들게 만들어 서사를 만들고 이입·공감하게 만든다.
▶ 실패한 플레이 시연: 플레이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감각을 주는 방식이다.
▶ 플레이어블 광고: 게임 종류에 상관 없이 높은 성공률을 보이는 광고라고 한다. 최근 트렌드는 손가락이나 마우스 등을 직접 보여주며 유도하는 방식이다.
▶UGC(유저 제작 콘텐츠): 꼭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콘텐츠에 대한 리액션 또는 상황극 등을 하는 광고다. 미국 유럽에서 잘 통하는 광고 유형이라고 한다.
논게임 콘텐츠 광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플레이어블 및 UGC는 논게임 광고에서도 활용되는데, 기본적으로 상품을 둘러볼 수 있게 하고 앱의 구조에 익숙해지게 하거나, 신뢰를 높이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퀴즈, 출석체크, 미션으로 포인트를 제공하고 이를 기프티콘 등으로 받는 리워드 앱 '비트버니'를 만든 업라이즈의 사례가 함께 소개됐다. 크립토를 리워드로 제공하는 게 차별점인데, 리프트오프와의 협업으로 논게임 퍼포먼스 마케팅을 시도했다고 한다. 직원이 직접 출연한 UGC 광고가 효과를 본 사례도 언급됐다. 크립토 특성상 뒤따르는 규제를, 허용된 플랫폼에서 비즈니스 전략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박인후 액션핏 CEO는 시장을 세분화해 분석했다. 게임이 얼마나 하드코어한지, 캐주얼한지, 글로벌 매출 중심인지 국내 매출 중심인지 등이 그 기준이었다. 한국만 타깃으로 한 캐주얼 게임 성공 가능성은 낮다는 게 결론이다.
한편, 엔데믹 이후 시장 전체로 보면 하드코어 게임은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캐주얼 게임은 점점 매출이 늘고 있다는 자료를 소개했다. 그는 주요 선진국에서 삼성 휴대폰 점유율이 하락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안드로이드 마켓이 iOS 마켓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틱톡, 릴스, 쇼츠가 대세가 된 시대에 게임은 이들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결국 비즈니스 전략이 더욱 강조되는 시대가 됐는데, 마케터가 게임을 기획한 사례가 더 성공확률이 높았다는 경험담도 공유됐다. 특정 장르를 전수조사한 후 들어갈지 말지를 고민했고, 매출 및 다운로드 성장세를 파악해 기획, 진입했다는 것이다.
빠른 마켓 테스트가 유효했으며, MVP(Minimum Viable Product) 개발 기간 및 비용도 줄이는 게 목표였다고 한다. 액션핏의 경우 MVP 개발에 180시간, 600만 원 가량이 들었으며, 이후 추가 개발 기획으로 1.0버전 라이브까지 3개월 정도로 계산했다. 게임이 정해지면 어떤 광고 매체, 크리에이티브가 적합한지 판단하는 게 중요한데, 플레이어블 광고 활용이 강조됐다.
해긴의 <플레이투게더>는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특징인 캐주얼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집이나 캐릭터 꾸미기, 채집, 낚시, 캠핑 같은 생활 콘텐츠부터, 달리기 레이스와 배틀로얄 같은 미니게임도 다양하다.
<플레이투게더>는 2주마다 새로운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이벤트마다 성격이 많이 다르다. 아기자기한 콘셉트가 강조될 때도 있고, 전투적인 콘텐츠가 강조될 때도 있다. 시즌별로 콘텐츠 디테일도 조금씩 다르다. 낚시에선, 겨울에만 등장하는 얼음 물고기, 봄에만 등장하는 벚꽃 물고기가 있는 방식이다. 소재가 다양하니 광고를 구성할 때도 전략이 필요하다.
해긴의 경험에 의하면 국가간 광고 소재 선호도가 달랐다고 한다. 미국은 교복 입은 캐릭터가 학교를 배경으로 등장해 짧은 스토리를 선보이는 광고를 선호했다. 한국과 대만은 좀비, 귀신, 학교괴담 등 호러 콘셉트가 유효했다. 일본은 비디오보다 텍스트 기반 유입이 많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반응이 좋았던 광고는, 평화로운 아침 외출 준비를 마친 소녀가 비 때문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집에서의 일상을 즐기는 구조의 스토리성 광고였다. 대사 없이도 캐릭터의 상황에 이입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 대만에서 반응이 좋았던 좀비물은, 바이러스로 인해 병원의 환자, 의사도 좀비가 돼, 주인공이 박사와 치료제를 구하러 나서는 광고였다. 업데이트 예고편으로 준비됐던 영상이지만 광고에서도 유효했다.
해긴은 앱스플라이어의 도움을 받아, 데이터를 분석하고 크리에이티브를 관리했다고 언급했다. 어떤 재화, 코스튬을 샀는지, 얼마나 판매됐는지 등을 분석했고, 광고 소재별 퍼포먼스 지표도 파악했는 것이다.
<포켓댄스> 챌린지를 활용한 광고도 소개됐다. 아이돌 의상이 잘 팔려서, 남녀 아이돌 버전으로 세로형 광고를 만들어 틱톡, 쇼츠, 릴스에 노출했고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해당 광고를 만든 직원이 아이돌을 좋아해, 그래픽 팀에서 취미로 만든, 인게임에 없는 모션을 적용했던 사례라고 한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플레이투게더>에는 4가지 체형이 있는데, 이 체형 차이를 보여주는 광고 콘텐츠로 틱톡, 릴스, 쇼츠에서 유행하는 '남친과 옷 바꿔입기'를 활용했다. 고양이 이벤트가 있던 업데이트 당시에는, 길냥이가 집사를 간택한다는 짧은 스토리성 광고를 만들었다. 산리오와 콜라보를 했을 때는, 호텔을 산리오 테마로 바꿔서 뷰티 컨셉을 활용하기도 했다.
로드컴플릿의 많은 게임 중에서도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방치형 게임 <레전드 오브 슬라임>(이하 레오슬). 누적 매출 1.1억 달러, 누적 다운로드 2,300만의 기록도 대단하지만 해외 매출이 무려 88%다.
손민정 사업 실장은 '페이백윈도우'를 강조했다. 마케팅 비용이 수익의 100%가 되는 시점으로, 이 시점을 지나고 나서 수익이 발생한다. 로드컴플릿은 '페이백윈도우'의 시점에 따라서 크게 3개의 페이즈로 구분해 설명했다.
'페이백윈도우'가 빨라서, 7일 안에 빠른 회수 시점이 오는 때는, 대규모 신규 유저 유입이 일어나고 있는, 론칭 초기나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만났을 때다. 가장 효율적으로 구매 전환율이 높은 상위 세그먼트 유저를 많이 들여올 수 있다. <레오슬>의 경우 D0, D1에 구매하는 유저도 많았지만, D7까지도 꾸준히 구매가 발생했다고 한다.
<레오슬>에는 광고 제거 상품이 있는데, 광고 제거를 구매한 미국 유저들의 44%는 D0 구매자였다. 여러 세그먼트 유저들이 원하는 결제 규모가 있으니, 이를 적절히 나눠, 스타팅 패키지, 온보딩 패키지를 준비하면 게임에 정착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기획 단계부터 이를 설계에 반영해, 시스템, 콘텐츠와 충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페이백윈도우가 좀 더 느려져서, 3주, 4주로 회수 시점이 길어졌다면, 이 때는 코어유저 유입 비중이 감소할 때다. 구매 유저별로 특성에 맞춘 재구매 전략이 필요하다. 타깃 세그먼트를 세분화하고, 성장 버티컬 공략이 중요한 만큼, 부스터 패키지 판매 등 구매전환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레오슬>은 월간 누적 매출에서 100불 단위 티어로 20~30개 세분화해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페이백윈도우가 90일 이상, 길게는 1년 정도 걸릴 때다. 이때는 라이브옵스 이벤트 중요도가 높아진다. 신규 유저 타깃 제품보다는, 최상위 엔드 유저에게 경쟁, 랭킹 같은 이벤트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엔드 유저들의 구매 방식을 고려해 고효율, 고단가 상품도 고려해볼 수 있다. 10% 내외 유저들은, 두 번째, 세 번째 달에도 구매를 이어가기 때문에, 중장기적 방향성을 고려해야 한다.
로드컴플릿은 <레오슬>의 사례와 전략이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니라 강조하며, 게임마다 그에 맞는 전략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위닝 투게더 행사는 성공 사례 중심의 비즈니스 전략과 노하우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유익한 시간이었다. 좋은 마케팅 파트너를 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2시간의 세미나 이후 이어진 네트워킹 자리에서도 많은 담론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한 걸음만 떨어져서 생각해보자. 아무리 광고의 시대, 퍼포먼스 마케팅의 시대라곤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꼴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구글, 애플 모바일 생태계로 한정 짓지 않더라도, 스팀 플랫폼도 "플랫폼 피쳐드가 피쳐드가 아니게 됐다"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 됐다. 공급은 많고, 노출 경로는 상대적으로 한정적이니, 광고 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져만 가고 있다.
비용 경쟁을 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들은 그들의 경쟁을 하겠지만, 인디, 중소 사이즈에선 어떨까? 인앱 광고 수익이 줄어든 이후, 광고 수익에 의존하던 캐주얼 게임들은, 장르 선호도 및 구매력 때문에라도 북미 등 해외 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엔 이번 기사에서 소개한 것과 같은 데이터 분석, 마케팅 및 현지화 전략, 다시 말해 초기 자본이나 정보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GPT의 도움 등으로 게임은 전보다 만들기 쉬워져 가는데, 성공의 진입 장벽은 높아진 셈이다. 결국 크게 4가지 부류로 나뉘게 된다. 데이터 기반 마케팅에 광고 자본을 크게 투자할 수 있거나, (숏폼 트렌드도 하나의 예시지만) 상대적으로 스마트하게 적은 자본으로 시장을 공략하거나, 게임 콘텐츠 자체가 정말 눈에 띄게 혁신적이거나, 주목 받지 못하고 잊혀지거나...
네트워킹 자리에서는 이런 담론도 오갔다. 시네마틱이 많은 오픈월드 콘솔 게임 붐이 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컨트롤러 활용 방식이 발전했다곤 해도, 대다수의 게임은 컷씬 사이에 QTE를 추가하거나, 진동 전달을 세밀화하는 데 그쳤다. 터치 기반의 모바일게임은 상호작용 방식이 더더욱 제한적이다. 결국 '혁신'에 대한 여지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왕도는 없다.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이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