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2024년 12월로 서비스 10년차를 맞는 장수 MMORPG다. 2014년 국내에서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검은사막>은 빠르게 해외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 현재 전 세계 150여개 국가에서 12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검은사막>이 글로벌에서 오랜 기간 흥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행사를 다니며 이야기를 들어 본 결과 몇몇 이용자는 다양한 행사를 통한 스킨십과 자체 엔진을 통한 빠른 피드백을 이유로 보고 있다. <검은사막>은 지금까지 글로벌 게임쇼 참가, 이용자를 초청해 업데이트를 발표하는 '연회', 이용자의 이야기를 듣는 'VOA' 등 여러 방식으로 스킨십을 해 오고 있다.
(출처: 펄어비스)
<펄어비스>는 한국을 포함한 <검은사막> 서비스 국가를 대상으로 여러 방식의 오프라인 행사를 꾸준히 열어 왔다. 단순히 이용자를 초청해 업데이트 내용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 음식을 재현한 만찬을 제공하거나, 음악회를 열거나, 이용자들의 사연을 듣는 등 교감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행사는 이용자의 목소리를 듣는 행사 VOA(보이스 오브 더 어드벤처러)다. 2019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시작해 한국, 태국, 대만, 일본, 미국, 네덜란드(유럽) 등 <검은사막>이 자체 서비스되고 있는 지역을 거의 빠짐없이 돌았다. 최근에는 가장 마지막에 자체 서비스로 진행된 남미 지역에서도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했다. 남미는 오프라인 행사를 선호하는 지역인 만큼, 행사를 바라는 이용자의 요청이 상당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2018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진행된 <검은사막> 행사 (출처: 펄어비스)
<검은사막>이 이런 이용자와의 교감에 집중하는 이유는 MMORPG라는 장르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MMORPG는 필연적으로 많은 시간을 게임에 소모하는 것을 요구하며, 대부분의 콘텐츠를 타인과 함께 즐기는 장르다. 덕분에 게임 내의 '길드'(가문) 시스템을 통해 같은 집단에 소속한 사람들과 자연스레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따라서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온라인에서 끈끈한 관계를 가진 이용자들이 모여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마련되면 충성 이용자층이 확보되고 리텐션이 증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만 스포츠를 관람하던 사람이 열정적인 오프라인 응원을 경험하고 나서 스포츠 마니아로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경험을 SNS로 공유함으로써 타인과 경험을 나눌 수도 있으며, 이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개발사가 게임의 서비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출처: 펄어비스)
실제로 프랑스에서 열린 <검은사막> 행사에서 이 점을 보여주는 반응을 보낸 이용자도 있다. 스페인 국적의 한 이용자는 <검은사막>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으며, 온라인에서만 만나던 사람과 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어 자신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 값진 경험이 됐다고 언급했다.
현지 행사를 통해 보다 명확하게 이용자의 건의 사항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전에 펄어비스 일본 지사 관계자는 "일본 이용자는 불만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를 적시에 알지 못한다면 참던 화가 한꺼번에 터져나올 수 있기에 행사를 통해 직접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불만을 사전에 인지하고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열렸던 칼페온 연회 행사
이용자의 목소리를 행사에서 듣고 게임에 반영한 사례도 있다. 미국의 한 모험가는 2022년 자신이 건의했던 금수랑 클래스와 관련한 내용이 실제 게임에 적용됐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크게 남는다며, 자신의 생일 전날 업데이트가 이루어졌기에 더욱 값졌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펄어비스는 네덜란드, 미국, 대만, 일본 등에 자체 서비스를 위한 지사를 두고 있다. 지역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행사 역시 각 지사가 담당한다. 이에 맞춰 북미에서 행사를 진행하면 펍(PUB)에서 맥주 파티를 즐기는 방식으로 열거나, 일본은 다양한 놀거리를 통해 이용자들이 즐기며 SNS에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준비하는 등 현지 정서에 맞춘 방식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만큼, 각 지사 간의 노하우 공유를 통해 한 지역의 행사가 다른 지역의 행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도 있다. <검은사막> 일본 법인은 이용자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할 때 행사에 참여하는 유저의 길드명과 캐릭터명을 활용한 명함을 제작해 제공하고, 행사에서 명함을 교환하며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주선해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이는 한국의 이용자 간담회에도 수입됐다.
꾸준한 오프라인 행사가 있다는 것은 열성 이용자층에게 게임에 대한 큰 동기부여가 된다.
사진은 2022년 네덜란드의 성에서 진행된 VOA (출처: 펄어비스)
지금까지 <검은사막> 혹은 <검은사막 모바일>을 주제로 열리는 하이델/칼페온 연회가 국내 위주로 진행되어 온 만큼 해외에서도 행사가 열렸으면 하는 글로벌 이용자의 니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2022년 LA에서 열린 하이델 연회를 시작으로 2024년에는 <검은사막>의 개발에 많은 영감을 줬던 프랑스의 베이냑에서 연회가 진행됐다.
해외에서 열리는 연회를 통해 한국의 콘텐츠를 글로벌에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선 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신규 지역 '아침의 나라'는 2022년 LA에서 열린 연회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이어 2024년 업데이트될 예정인 '아침의 나라 파트 2'는 프랑스에서 열린 연회에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