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모드 창작 및 커뮤니티 사이트 '모드디비'(Moddb)가 2023년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한 10개의 '올해의 게임 모드'를 공개했다. 모드디비는 1998년 설립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사이트로, 아직까지 활발하게 모드 창작 및 공유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선정된 10개의 모드는 2023년 출시되었거나 업데이트된 모드 중 가장 많은 플레이어의 추천을 받은 것들이다. "이런 것도 있다"는 의미에서 선정된 모드를 정리해 봤다.
(출처: 모드DB)
# (10등) <배틀필드 1918>
<배틀필드 1918>은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했던 <배틀필드 1942>를 1차 세계 대전 배경으로 뜯어고친 모드다. <배틀필드 1918>은 2011년 출시됐는데, 1차 세계 대전을 콘셉트로 한 정식 넘버링 게임 <배틀필드 1>이 2016년 출시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농담 섞어서 모드가 5년 앞섰다고 할 수 있다.
개발진에 따르면 <배틀필드 1918>은 역사 고증에 힘을 뒀다. 등장하는 총기류는 모두 1차 세계 대전 각 국가가 사용했던 장비를 그대로 가져왔다. 탑승 장비 역시 모두 당시 사용했던 것들로 교체했다. 참호전을 기반으로 진행됐던 1차 세계 대전의 느낌을 살린 새로운 맵을 추가하고, 당대 차량을 고증해 대부분의 이동 장비가 상당히 느리게 움직이는 등 기존 게임플레이가 크게 변경됐다. 1차 세계 대전을 소재로 한 게임에 빼놓을 수 없는 '거대 비행선'도 등장한다.
# (9등) <복셀 둠 2>
<복셀 둠 2>
1993년 출시된 고전 명작 FPS <둠>은 3D 그래픽으로 제작됐지만 시점을 위-아래로 조절할 수 없었다. 적으로 등장하는 악마와 같은 일부 리소스는 2D 스프라이트 형식으로 제작돼 '2.5D 게임'이라는 용어로 표현되고는 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둠>을 완전한 3D 그래픽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상당히 많았다.
<복셀 둠>은 여기서 약간 다른 생각을 했다. <둠>을 3D로 바꾸되, 원작에서 2D 스프라이트로 만들어진 부분을 완전한 3D 복셀 모델로 교체해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해치지 않으면서 3D로의 전환을 추구한 것. 2023년 출시된 <복셀 둠 2>는 <둠 2>에 복셀 모델링이 적용된 모드다.
본래 <둠>은 플레이어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2D 스프라이트가 출력되는 방식이었다. (출처: Doomlegends)
이것을 완전한 3D로 바꾼 것
# (8등) <둠 인피니트>
<둠 인피니트>
<둠>은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수많은 모드가 존재하기로 유명하다. 모드가 많은 만큼 이색적인 시도를 한 사례도 상당히 많다.
<둠 인피니트>는 아예 <둠>을 로그라이트 장르로 바꾼 모드다. 랜덤하게 생성되는 맵에서 정해진 수의 적을 격파하고, 총알이 2배가 되는 등 플레이어를 강화시켜 주는 여러 아이템을 얻어 더욱 어려운 난이도의 맵에 도전하는 게임이다. 무기에 별도의 능력치가 존재해 이를 강화할 수도 있다.
원작 게임의 특성을 살린 흥미로운 시스템도 있다. <둠 인피니트>는 한 맵에서 정해진 수의 적을 처치한 후 탈출구로 가야 하는 구조인데, 숨겨진 지역이 많았던 원작 게임처럼 적을 처치하고 랜덤하게 얻을 수 있는 열쇠로 맵에서 숨겨진 장소를 열 수 있다. 다만, 맵에서 늦게 탈출할수록 적들이 강해지기에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 (7등) <이퀘스트리아 앳 워>
(출처: 스팀 커뮤니티)
<이퀘스트리아 앳 워>는 서구권에서 여러모로 컬트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는 미디어 프랜차이즈 <마이 리틀 포니>를 차용해 만들어진 <하츠 오브 아이언 4>의 모드다.
국가를 운영하며 전쟁을 벌이는 시뮬레이션 게임 <하츠 오브 아이언 4>의 모드로 만들어진 만큼 원작의 밝은 세계관은 어둡게 변화했고, 각종 새로운 설정이 추가됐다. 플레이어는 <마이 리틀 포니>에 등장하는 나라와 종족을 이끌고 정복 전쟁을 벌여야 한다.
원작이 여러모로 단단한 팬 층을 보유하고 있는 덕분인지 <이퀘스트리아 앳 워>는 2017년 출시됐으나 아직도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있다. 스팀 커뮤니티를 통해 이용자 한글 패치가 공유되고 있기도 하다.
<이퀘스트리아 앳 워>
# (6등) <다크 인터벌>
<다크 인터벌>
<다크 인터벌>은 <하프 라이프 2>의 개발 초기 콘셉트 그리고 2003년 유출됐던 베타 버전을 모티브로 제작되고 있는 모드다. 초창기 콘셉트를 살려 보다 어두운 분위기의 <하프 라이프 2>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새로운 맵과 모델, 텍스쳐, 스토리의 제작이 시도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는 파트 1 부분만 출시된 상태다.
<하프 라이프 2>의 초창기 콘셉트 아트로 알려진 사진. 위 스크린샷의 분위기와 유사하다.
# (5등) <스웰터>
<스웰터>는 <하프 라이프 2>의 이야기가 진행되기 몇 년 전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 중심의 모드다. 중앙아시아의 한 도시에서 반군이 콤바인에 대항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플레이 동영상을 살피면 무기의 모델과 애니메이션을 보다 고품질로 교체한 것이 눈에 띈다.
원작 <하프 라이프 2>는 정조준이 없었으나, 해당 모드에서는 정조준을 사용할 수 있다. 간단한 퍼즐이 등장하는 등 원작의 특성을 최대한 따르면서도, UAV나 건쉽을 조종하는 장면이나 스토리 마지막에 나름의 선택지가 등장하는 등 여러 연출을 시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 (4등) <하프 라이프: 알릭스 NO VR 모드>
말 그대로 VR 기기 없이 <하프 라이프: 알릭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 가능하게 해 주는 모드다. 모드 개발진은 VR 기기의 상호작용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플레이 동영상을 살피면 <하프 라이프: 알릭스>를 평범한 FPS처럼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 (3등) <하프 라이프: MMod>
간단하게 설명하면 <하프 라이프>에서 액션 부분을 강화한 모드다. 이를 위해 전반적인 카메라워크와 애니메이션, 시각적 피드백, AI, 효과음, 무기 모델 및 특수 효과가 크게 바뀌었다. '런 앤 건'이란 용어가 생각나게 하는 빠르고 호쾌한 게임플레이가 특징이다.
# (2등) <엔트로피 제로: 업라이징>
<엔트로피 제로 업라이징>
2등을 차지한 <엔트로피 제로 - 업라이징>은 다른 모드의 스핀오프 팬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2022년 출시돼 스팀에서 2만 개의 긍정 평가를 받은 <하프 라이프 2> 모드 <엔트로피 제로 2>의 팬이 직접 스핀오프 모드를 만든 것. <엔트로피 제로 - 업라이징>은 인간 반란군 한가운데에 고립된 한 콤바인 기동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원작 모드라 할 수 있는 <엔트로피 제로 2>는 '주디스 모스맨'을 잡기 위해 구성된 콤바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다른 모드와 차별화되는 높은 완성도 덕분에 큰 호평을 받았었던 바 있다. 콤바인을 이끌어 인류와 싸운다는 콘셉트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별도의 한글 패치도 지원하기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플레이해 보는 것을 권한다.
<엔트로피 제로 2>
# (1등) <더 블랙 퍼레이드>
1998년 출시된 <시프: 더 다크 프로젝트>는 해외 잠입 게임 마니아들에게 마스터피스로 평가받는 게임이다. 당대 FPS가 대부분 단순히 쏘고 달리는 게임을 추구했던 것과 달리, <시프: 더 다크 프로젝트> 시리즈는 적들이 소리와 시야에 듣고 반응하는 현실적인 잠입 게임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는 개발사가 사라져 시리즈 명맥이 끊겼다. 2014년 <씨프>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됐으나 처참히 실패하기도 했다.
다만, <시프: 더 다크 프로젝트>는 모딩 환경을 지원한 덕분에 아직도 소수의 게이머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유지되고 있다. 여기서 2023년 12월 출시된 <더 블랙 퍼레이드>는 7년 간 개발된 <시프: 더 다크 프로젝트>의 모드로, 유명 게임 개발사 '아케인'에서 레벨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로메인 빌리엇'이라는 인물이 이끄는 모드 팀이 제작했다.
<더 블랙 퍼레이드>는 새롭게 만들어진 10가지 미션과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도구도 4가지 추가됐으며, 종종 하인들이 주인공이 설치한 환경 도구를 파괴하는 등 AI도 원본 게임에 비해 발전했다.